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을 여러 고민, SK하이닉스 구성원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일상을 살아간다. 뉴스룸에서는 매월 각양각색의 하이지니어를 만나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직장인 공감 토크: 요즘, 어때]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다.
· 막내 오복이 탄생 앞둔 다섯 아이 아빠 김진표 TL의 육아 스토리
· ‘4주 배우자 출산 휴가’, ‘유연 근무제’ 등으로 워킹대디 적극 지원하는 SK하이닉스
· “육아만큼 내 꿈도 소중”, 수학 파견 프로그램 ADP(Academic Degree Program)로 가족과 함께 미국행
“힘들어도 아이들이 하루하루 크는 걸 보면 가족의 미래가 기대되고 육아도 일도 열심히 해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미국 유학은 대학생 때부터 저에게 가장 가슴 뛰는 단어였습니다. 회사가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줘 큰 감사함을 느끼며 글로벌 인재들과 역량을 키우는 꿈을 실현하게 되었습니다.”
다섯째 아이(태명: 오복이)의 탄생은 물론 미국 유학까지 앞둔 김진표 TL. 모두가 출산율을 걱정하는 저출산 시대, 다자녀를 키우면서 동시에 자신의 글로벌 역량까지 키우는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곧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되는 Solution개발 김진표 TL입니다. 제 주요 업무는 Enterprise SSD 기술 개발입니다. 2013년 SK하이닉스의 산학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16년에 입사해 8년 차입니다.
아내도 저도 다자녀를 꿈꾸긴 했지만, 다섯 아이의 부모가 된 것은 온전히 의지로만 가능한 일은 아니었어요. 첫째 아이는 원하던 시기에 찾아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이 모두 수월했습니다.
그런데 세쌍둥이의 경우는 전혀 달랐어요. 아내가 자궁 외 임신으로 수술을 하기도 했고, 여러 번 유산까지 하게 되어 과정 하나하나가 힘겨웠습니다. 특히, 난임 시술의 모든 과정을 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아내에게 참 미안했습니다. 아이 갖는 걸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저희 모두 첫째 주안이에게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컸습니다.
운 좋게도 저희는 첫 번째 난임 시술 후에 아이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깐, 6주 후 초음파 검사에서 3명의 아기집이 보인다는 소식을 듣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가장 큰 감정은 기쁨이었지만, 아내 건강과 현실적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덮쳐 왔으니까요.
▲ 김진표 TL과 아들 김주안 군, 세쌍둥이를 임신한 아내 이한나 씨
이안, 라희, 라엘이가 태어난 후에는 육체적으로 힘겨움이 찾아왔습니다. 정말 손발이 부족했습니다. 함께 배고프고, 동시에 잠투정하는 세쌍둥이들. 모두가 제 다리를 잡고 안아 달라고 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했죠. 또 한 명이 깨면 다른 아이들도 다 깨다 보니,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세탁기와 건조기는 계속 돌아야 했고, 기저귀 갈기, 분유 타기 등 모든 육아가 3배라 집안일에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 세쌍둥이 육아에 지친 김진표 TL
지금에야 말하지만 주말이 되면 저는 월요일 출근만을 기다렸습니다. (주말이 너무 두려웠어요. 하하하…) 수요일부터 초조함이 찾아오고, 금요일에는 좌절하고, 일요일 밤 안정을 찾은 뒤, 월요일 새벽이 되면 기뻐하며 회사로 뛰어갔습니다. (여보 미안해)
세쌍둥이를 기르는 하루하루는 정말 힘들었어요. 만약 세쌍둥이의 동생이 생기면 눈감고도 기를 수 있겠다는 이야기도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현실이 되어 버렸죠. 임신 테스터에 뜬 두 줄을 본 그날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현실 부정과 실소를 반복했으니까요. 세쌍둥이를 얻는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에 임신이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이제 막 돌이 지난 세쌍둥이, 9월에 태어날 다섯째…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7월부터 ADP*라는 사내 제도를 통해 유학을 앞두고 있었으니까요. 유학을 갈 수 있을지, 미국에서 출산은 가능한지 막막하기만 했죠. 다행히 가족들은 모두 오복이 소식을 기쁘게 맞이했고, 양가 부모님 모두 저희 육아에 동참해 큰 힘이 되어주고 계세요.
* ADP(Academic Degree Program) : SK하이닉스의 석·박사 학위 취득 지원 프로그램. 업무를 잠시 중단하고 국내외 유명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로 주거비와 생활비를 지원해 구성원이 학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 육아를 도와주시는 김진표 TL의 장모님(맨 왼쪽)과 가족들
주변 지인들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옆집 아주머니부터 친구들, 교회 목사님들까지 정말 힘들고 지쳤을 때 찾아와서 아이들을 안아주고 가주셨거든요. 이 모든 도움이 육아에 큰 힘이 됐어요. 그리고 아이 네 명 각자 개성 넘치는 모습이 육아의 원동력이 돼요. 힘들어도 애들이 하루하루 커가는 것을 보면 미래가 기대되고 육아도 일도 열심히 해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하루가 전쟁 같아도 아이들이 새근새근 잠든 모습을 보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피곤함이 사라집니다.
▲ 김진표 TL, 이한나 씨 부부와 아이들
회사가 ‘구성원 가족의 행복’에 진심이라 다양한 지원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출산 휴가가 가장 좋았습니다. SK하이닉스에서는 배우자 유산으로 인한 휴가와 난임 시술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다태아 출산은 4주가량의 출산 휴가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4주라는 시간을 온전히 육아에 전념하고 나니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도 생기고, 혼자서도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도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가까워진 것 같아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일 것 같아요.
출산 휴가 후에는 유연근무제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며, 미숙아로 태어난 세쌍둥이의 병원 일정을 잘 맞출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이건 워킹대디, 워킹맘들만 공감하실 것 같은데 매일 하던 아이의 등/하원 같은 일도 갑자기 변수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일들도 유연근무제 덕분에 주변 도움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하는 오늘도 오전에는 세쌍둥이 병원 진료를 갔다 온 뒤 오후에 출근했습니다.
▲ 세쌍둥이 육아에 도움을 받은 SK하이닉스의 기업문화 프로그램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동료 구성원들의 도움과 배려 없이는 힘들었다고 생각됩니다. 근무 시간이 달라져도 업무 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팀원들과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보통 저는 오전 7시 전에 출근해 오후 5시 전에 퇴근하는데, 늦게까지 일한 구성원이 시스템에 남긴 코멘트를 확인하고, 그분들이 출근하기 전에 분석을 완료하여 연속성 있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팀원들의 배려로 독립적으로 일하며 성과를 낼 수 있는 업무를 제게 배정해 주셔서, 업무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해 육아를 하면서도 조직에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SSD 개발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각 파트의 전문가들이 항상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으니까요.
미국 유학은 대학생 때부터 저에게 가장 가슴 뛰는 단어였습니다. 글로벌 인재들 속에서 내 위치와 역량을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지금 제가 하는 일도 빅테크 기업 고객들이 사용하는 제품 개발이라 성취감이 크지만, 어릴 적 꿈은 조금 다른 의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항상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회사 ADP 제도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미국 유학 꿈에 대해 설명하는 김진표 TL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세쌍둥이가 찾아와 기쁨이 커질수록 유학에 대해 주저함도 커졌습니다. 다섯 아이와 함께 모든 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건지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그런데도 제가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아내의 응원과 격려였습니다. 가족들 역시 회사의 ADP 과정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을 기뻐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ADP에 선발된 당시에 아내가 세쌍둥이를 임신한 상태였는데도 흔쾌히 유학 계획을 받아들여 줘 토플 시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5개월 동안 새벽 5시에 인터넷 강의를 듣고 출근하고, 퇴근 후에 첫째 아이를 재우고 12시까지 영어 공부를 하고 잠들었습니다. 그렇게 유학을 위한 기본 점수를 충족한 상태에서 세쌍둥이가 태어났습니다.
이후 약 5개월 동안 정말 육아에만 전념했습니다. 150일 지나 아이들이 밤잠을 길게 자기 시작하면서 다시 유학 준비에 들어갔죠. 최근 논문과 트렌드를 살펴보고, 평소 관심 있던 연구실 교수님들과 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습니다. 원서 접수 전까지 밤낮없이 시간을 쪼개 학업계획서와 이력서를 수정하며 회사 업무와 육아를 병행했습니다. 물론 힘들었지만 ‘꿈’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슈퍼대디가 맞았던 것 같습니다. (웃음)
▲ 유학을 위해 토플 공부에 집중하던 시기의 사진
그 결과, 지난 4월 샌디에이고 대학(UCSD) 컴퓨터 과학(Computer Science and Engineering) 학부의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동료 구성원들과 ADP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저도 해냈으니 열심히 일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영어 점수를 미리 준비하면 모두에게 기회가 닿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인공지능 챗봇이 등장하면서 AI 인프라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CPU가 중요하던 ‘프로세서 센트릭 아키텍처(Processor centric Architecture)’에서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메모리 센트릭 아키텍처(Memory Centric Architecture)’로의 전환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AI 인프라 스트럭처와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연구하여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싶습니다. 업무에 복귀해서도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학계와 관계를 유지해 산학 간 협업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샌디에이고의 좋은 날씨와 환경에 대한 기대도 큽니다. 그곳에서 다섯 아이들을 키우는 것도 저희 부부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좋은 아빠가 되는 동시에, 학위 과정을 충실히 수행해 더 성장한 연구원으로 회사에 돌아오고 싶습니다.
▲ 김진표 TL과 아내 이한나 씨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저를 지지해 준 아내 한나 덕입니다. 다섯째 임신으로 힘들고, 현재도 세쌍둥이를 기르면서 매일 벅찰 텐데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아내가 고맙고, 존경스럽습니다. 이제는 둘이 떨리는 마음으로 막내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곧 세상에 나올 막둥이 오복아! 우리 가족에게 찾아와 줘서 고맙고 건강하게 만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