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확산세가 장기화하며 몇 개월이면 끝날 줄 알았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 사이 우리의 일상도 많은 것이 변화했다. 감염 위험으로 인해 폐쇄와 개방을 반복하던 교육 기관들은 본격적인 온라인 수업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제도와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기업들은 원격으로 접근이 가능한 전용 데이터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등 효율적인 재택근무를 위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좀처럼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일상을 더 행복하게 만들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일상의 편의를 높이는 홈 테크(Home Tech) 산업이 집 안에 갇힌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며, 온택트(Ontact)1) 시대에 걸맞은 ‘접촉 없는 연결’을 실현하고 있는 것. 이에 홈 테크 기술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도와줄 홈 테크 시대 주요 아이템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1) 온택트(Ontact): 비접촉 방식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을 뜻하는 단어 온(On)을 접목한 개념. ICT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방식과 라이프스타일 총체를 말한다.

혼자 있지만 외롭지 않은 ‘스마트 홈’ 실현하는 홈 테크(Home 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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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발생 이후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크게 변했다. 무서운 확산 속도를 자랑하는 전염병의 특성상 전쟁이나 재해처럼 피난처를 찾아 도망갈 수 없다.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것이 최선.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집’은 주거의 기능을 하면서 동시에 언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즉 사회안전망의 테두리 안에 머물며 인류의 생존 본능을 지킬 수 있는 최상의 안식처가 됐다.

하지만 길어지는 거리두기로 인한 비자발적인 실내 생활은 사람들의 피로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이미 1년 동안 여행이나 지인과의 사적인 모임 등 거의 모든 외부활동이 중단된 상황. 장기간 이어지는 고립과 소통의 단절은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팬데믹은 사람들의 사회·경제 활동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특히 MZ세대는 코로나 19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세대 중 하나다.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여러 가지로 혼란을 야기해, 수많은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어버렸다. 또한, 경제 불황으로 기업들이 채용 인력을 대폭 줄이면서 20~30대 취준생들은 구직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홈 테크(Home Tech) 산업은 이런 코로나 블루(Corona Blue)1)를 해소하고 일상과 경제활동의 편익을 높이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홈 테크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디바이스에 5G, 인공지능(AI) 등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해 집에서도 마치 외출한 것처럼 타인과 실시간 소통하고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가사 노동을 돕는 로봇부터 온라인 교육 플랫폼, AR 미술관, 맞춤형 운동 서비스까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1)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코로나 19와 우울증을 의미하는 블루(Blue)가 합쳐진 신조어. 팬데믹으로 인해 우울감, 분노,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현상을 뜻한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반려로봇부터 요리 전문 로봇까지…AI 로봇 전성시대

올해 1월 CES 2021에서 가장 돋보였던 주인공은 바로 로봇이었다. 굴지의 IT 기업들이 선보인 다양한 로봇 제품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유용한 비대면 기술로 일상생활을 돕는 스마트한 ‘동반자’로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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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안내 로봇, 요리 로봇, 의료 로봇, 방역 로봇 등 집에서 사용되는 ‘홈 로봇(Home Robot)’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를 선보였다. 대폭 향상된 주행 능력을 기반으로 카메라, 전용 센서를 통해 반려동물의 상태를 살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공지능(AI) 전문기업 코다(KODA)는 주인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사족보행 로봇 ‘코다’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안에 탑재된 인공지능이 주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반응한다. 해킹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 정보 유출 걱정이 없다는 것도 이 제품의 장점이다.

로봇 스타트업 미스티 로보틱스(Misty Robotics)는 지능형 안내 로봇 ‘미스티(Misty)’를 전시했다. 미스티는 단순한 동반자 역할뿐만 아니라 문 앞에서 발열 체크를 하거나 건강 검진 등의 헬스케어 기능도 수행하도록 설계돼 큰 관심을 받았다. 

푸드 테크(Food Tech) 로봇의 등장도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영국의 로봇 전문기업 몰리 로보틱스(Moley Robotics)는 주방 천장에 양팔 로봇을 장착한 ‘로봇 키친(Robot Kitchen)’을 선보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일상 방역의 중요도가 높아진 만큼 다양한 방역 전문 로봇들도 소개됐다. 그중 LG전자가 내보인 ‘클로이 살균봇(LG CLOi Disinfect robot)’은 호텔, 병원 등 공간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최적의 방식으로 살균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AR 기술과 모바일 앱으로 온라인 교육 인프라 구축… 문화생활도 이제 집에서

코로나 19는 교육 시스템과 문화생활을 즐기는 방식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주요 대학을 비롯한 교육 기관들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교육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in New York)의 3D 가상 전시회 <The Met Unframed>가 대표적 사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관람객의 방문이 어려워지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AR(Augmented Reality, 증강 현실)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온라인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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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속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The Museum of Art in New York> 전시 메인 화면에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웹사이트 화면에 표시된 전용 QR코드를 읽으면 집에서도 마치 실제 미술관에 있는 것처럼 내부 전시실을 관람할 수 있고, 150만여 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모바일 화면으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이처럼 첨단 ICT 기술을 적극 활용한 <The Met Unframed> 전시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영 관점에서 얼만큼 디지털 기술을 연구하고 사회에 공유하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디지털 포용성(Digital Inclusion Benchmark, DIB)’ 측면에서도 우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스마트 헬스 케어’ 서비스의 진화, 집을 체육관으로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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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피트니스 센터나 병원에서만 가능했던 건강 관리를 집에서 할 수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Smart Health Care) 서비스의 발전도 주목할 만하다.

‘홈트(홈트레이닝)계의 넷플릭스’라고도 불리는 맞춤형 운동 서비스 기업 ‘펠로톤(Peloton)’은 운동기구와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자신만의 ‘홈 짐(Home Gym)’을 꾸릴 수 있도록 돕는다. 

펠로톤은 러닝머신이나 실내용 자전거 등 운동기구 외에도 요가, 사이클링, 러닝 등 다양한 분야의 운동 영상을 볼 수 있는 모바일 어플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 정기 구독을 신청한 고객은 언제든지 펠로톤 운동기구에 부착된 태블릿 PC와 스마트폰을 통해 전문 트레이너의 강의를 보며 운동할 수 있다.

이처럼 코로나 19 이후 우리의 일상은 ‘만나지 않지만 어디서나 연결될 수 있는’ 온택트 문화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끄는 홈 테크 산업의 성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시대적 흐름을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기업만이 제2의 팬데믹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IT 칼럼니스트

비에르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