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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과 더불어 마블코믹스 인기순위 TOP5를 놓치지 않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스파이더맨! 특히 스파이더맨은 마블 영웅들 중 가장 많이 게임으로 출시되어 그 인기를 실감케 하죠. 이번에 소니의 PS4 독점으로 출시되는 ‘마블 스파이더맨’은 기존 시리즈와는 달리 뛰어난 퀄리티와 스피디한 액션을 장점으로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러한 게임 속 스파이더맨의 특징이 과연 현실로 가능한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두 생명체의 DNA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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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스파이더맨 (출처: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스파이더맨은 주인공인 ‘피터 파커’가 유전자 조작 거미에게 물리면서 거미의 힘을 얻게 되는 것으로 탄생합니다. 과연 서로 다른 두 생명체의 DNA가 결합될 수 있을까요?

현재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한 품종개량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연적인 방법보다 단기간에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인간 사회는 이러한 유전자 조작 품종개량을 통해 농업, 축산업 등에서 큰 발전을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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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된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임의로 DNA 변형이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인간 유전자의 변형도 이미 사례가 존재합니다. 2006년 11월, 영국에서는 정자의 핵과 난자의 핵이 합쳐서 형성된 수정란의 유전자 정보를 검사한 후 건강한 수정란만 골라 태아로 키우는 ‘착상 전 유전자 진단’이라는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이를 통해 유전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없애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아직까진 기술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존재하긴 하지만요.

그렇다면 스파이더맨처럼 인간과 거미라는 서로 다른 두 생명체의 DNA를 결합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유전자 조작이라고도 불리는 ‘재조합 DNA’ 기술을 통해 이론상은 가능합니다.

재조합 DNA는 DNA 염기서열의 특정 위치를 잘라내는 ‘DNA 절단’과 잘라낸 DNA를 겔 전기 영동법을 사용해 분리하는 ‘DNA 분리’, 대상이 되는 DNA를 선별해 DNA 연결효소를 이용해 접합하는 ‘DNA 접합’, 이후 개량된 DNA를 증식시키는 ‘DNA 복제’, 이렇게 구성된 DNA를 다른 생물의 DNA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전자 변형 생물은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성질을 가지게 되죠. 재조합 DNA 과정을 거친다면 거미의 능력을 가진 인간도 충분히 탄생 가능하겠지만, 아직까지 인간 DNA 조작은 생명윤리 논란이 있기 때문에 상상 속으로만 그쳐야 할 것 같습니다.

날쌔고 날렵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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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스파이더맨 (출처: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스파이더맨은 힘보다는 전략과 스피드를 이용한 공격을 선보입니다. 특히 특유의 날쌔고 날렵한 움직임은 상대방의 혼을 쏙 빼놓죠. 아무리 거미인간이라고 하지만, 거미가 이렇게까지 날쌔진 않을 겁니다. 현실의 인간에게도 이러한 움직임이 가능할까요?

스파이더맨 같은 움직임은 불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초석은 생겼습니다. 미국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랩에서 개발 중인 ‘소프트 엑소슈트’(Soft Exosuit)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그동안 엑소슈트는 무거운 것을 들기 쉽게 근력 강화에 집중했지만 민첩성은 떨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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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 엑소슈트에는 엉덩이와 무릎, 발목 등에 다양한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출처: 하버드 바이오디자인랩 공식 홈페이지)

소프트 엑소슈트는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소재로 만들어진 웨어러블 웨어입니다. 허리 부위에 차는 웨이스트 벨트, 발목 근처에 차는 종아리용 스트랩, 엉덩이와 종아리 부위를 연결해주는 4개의 끈으로 이뤄져 발의 동작과 에너지가 끈을 통해 고관절까지 전달되는 방식이죠. 여기에 슈트를 제어하기 위한 센서 시스템이 결합됐습니다. 보행 조정을 위한 자이로 센서와 압력 센서 IMU(관성 측정 장치) 등입니다.

▲ 소프트 엑소슈트 장착 영상 (출처: New Scientist 유튜브 채널)

소프트 엑소슈트는 900g 정도의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기 때문에 같은 에너지로도 보다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뇌졸중, 파킨슨병 등으로 보행이 어려운 환자나 무거운 군장을 짊어지고 장거리를 행군하는 군인 등이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힘으로 장시간 보행이 가능해집니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보행 시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23%까지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물을 오르는 이동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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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스파이더맨 (출처: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스파이더맨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건물을 올라갑니다. 그것도 마치 거미나 도마뱀이 기어가듯 양손과 양발을 건물에 붙이고 순식간에 후다닥 올라가죠. 인간이 스파이더맨처럼 건물을 달라붙어 올라가는 것은 가능할까요?

현재 이러한 기술은 현실로 가능해졌습니다. 2014년, 미국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 특수 제작된 접착판을 손에 끼고 실제로 빌딩 유리벽을 타고 오르는데 성공합니다. 비록 3.6m 오르는데 그쳤지만, 몸무게 70kg의 성인 남성이 벽을 오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 겟코 글러브 실제 사용 영상 (출처: Stanford 유튜브 채널)

접착판이 벽에 붙는 원리는 ‘게코(gecko) 도마뱀’ 발바닥을 모방했기 때문입니다. 도마뱀의 사촌 격인 게코(도마뱀붙이)의 발바닥에는 접착 물질이 없지만 천장에서도 거꾸로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세밀하고 가는 수십억 개의 털 때문이죠.

게코가 벽에 붙으면 발바닥 털과 벽면 사이에 ‘반 데르 발스 힘’이 작용합니다. 반 데르 발스 힘이란, 전기적으로 중성인 분자들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서로 잡아당기는 힘을 뜻하는데요. 털이 수십억 개에 달하기 때문에 게코의 몸무게를 지탱할만한 강력한 접착력이 발휘됩니다. 특히 한쪽 방향으로는 강하게 달라붙고 다른 쪽 방향으로는 아주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오랫동안 연구되고 있죠.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고분자 물질로 미세 털 구조를 만들었고,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는 걸 해결하기 위해 타일판을 24개로 나눠 구성했습니다. 마침내 맨몸으로 벽을 오를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된 것이죠. 좀 더 발전되면 보다 높은 곳을 손쉽게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강력한 인공 거미줄 '아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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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스파이더맨 (출처: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스파이더맨은 팔에 장착된 웹슈터에 특수 제작된 합성 섬유 캡슐을 장전해 인공 거미줄을 발사합니다. 이 인공 거미줄은 빌딩 사이를 오갈 때 쓰이며, 물체를 끌어당겨 던지거나 적을 묶는 등 공격 역할로도 쓰이죠. 게임에서도 웹슈터를 이용한 다양한 액션을 선보입니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만큼은 아니지만, 현실에서도 강력한 탄성을 자랑하는 특수 섬유가 존재합니다. 바로 현존하는 섬유 중 가장 강력하다고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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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미드 섬유를 최초로 개발한 미국 듀폰社에서 만든 방탄복과 방탄 헬멧. (출처: 듀폰 공식 홈페이지)

아라미드 섬유는 신도와 강도가 탄소섬유에 필적할 정도로 우수합니다. 탄소, 질소, 수소, 산소와 같은 가벼운 유기 고분자로 이뤄져 강철보다도 3배가량 강합니다. 강철이 1㎟ 면적에 285㎏의 무게를 견디는데, 케블라 섬유는 1㎟ 면적에 720㎏를 견딜 수 있죠. 무게도 플라스틱만큼이나 가벼우며 500도의 불에서도 타지 않고 마찰에도 강합니다. 유일한 단점은 물에 약하다는 것인데 이것도 방수 처리를 하면 그만입니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아라미드 섬유는 주로 군인이나 경호원들이 사용하는 방탄복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건축/토목 용이나 항공기 타이어 등 뛰어난 내구성을 요구하는 산업 보강재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게임 ‘배트맨 아캄 시티’에서 등장하는 배트맨의 복장도 아라미드 섬유로 만들었다고 언급합니다.

 

스파이더맨이 처음 등장한 1962년,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스파이더맨의 현실화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지금, 스파이더맨이 아주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아닌 듯합니다. 도심 속을 화려하게 누비며 악당을 처단하는 스파이더맨, 그가 현실세계에 나타나는 날이 언젠가는 올까요?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IT 전문 필진

임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