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천만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쓸고 간 극장가에 <캡틴 마블>이 찾아왔습니다. 위기에 빠진 어벤져스를 구원할 차세대 히어로로 지목된 캡틴 마블의 탄생을 그립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후속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라 더욱더 스포트라이트가 쏠리고 있는데요. 역대급 빌런이라 불리는 타노스(조슈 브롤린)를 상대할만한 히어로로 언급되는 캡틴 마블은 과연 어떤 존재이며,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까요?
▲ 영화 <캡틴 마블> 스틸컷 (출처: 다음 영화)
공군 파일럿이었던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는 전투기 사고로 인해 알 수 없는 에너지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지구상에서는 볼 수 없는 파워가 평범한 인간이었던 그녀에게 오롯이 전해지며 통제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됩니다.
영화의 플롯상, 캐럴은 지구에서 있었던 기억을 잃어버린채 크리(Kree)라 불리는 외계행성에서 크리족 전사로 살아갑니다. 그러다 다시금 지구에 불시착해 쉴드(S.H.I.E.L.D) 요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와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데 극중 닉 퓨리는 두 눈이 멀쩡하고, 쉴드의 국장이 아닌 요원의 신분입니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블록버스터 비디오 대여점’이 보인다든가, 90년대 영화 <트루라이즈>의 입간판이 살짝 노출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번 편의 배경이 1994년 이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벤져스’나 ‘아이언맨’보다 앞선 시대라는 것이죠.
▲ 캡틴 마블이 뿜어내는 에너지 (출처: 다음 영화)
‘여전사’이자 통제불가한 무시무시한 파워를 지닌 캡틴 마블은 ‘마블 유니버스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강력한 캐릭터’라는 언급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는 점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기권 밖 우주에서도 특별한 슈트 없이 호흡과 비행이 가능하고, 깊은 상처에도 치유가 가능하니 슈퍼맨과 울버린을 능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블라스트’는 마치 드래곤볼의 ‘에네르기파’와도 유사한데, 말 그대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습니다.
캡틴마블은 크리족의 슈트를 입고 지구에 불시착합니다. 일행이었던 월터 로슨(주드로)과 떨어지게 되면서 그와 통신할 수 있는 기기를 찾던 중 공중전화를 발견합니다. 그리곤 공중전화에 수도 없이 연결된 선을 뽑아내 그녀가 입고 있던 슈트에 장착된 기기와 연결하고 이를 통해 일행들과 다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기본적으로 크리족의 슈트이니 크리행성에서 사용될법한 외계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또한 홀로그램 영상이 뜨면서 그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블을 포함해 할리우드 SF 영화들을 보면 이러한 홀로그램이나 증강현실, 가상현실을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만 봐도 토니 스타크의 집무실은 인공지능 자비스와 연결되어 수많은 3차원 입체 영상들이 증강 또는 가상현실로 등장하죠. 이번 작품에서도 이처럼 홀로그램과 같은 3차원 입체 영상이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홀로그램은 어떠한 원리일까요?
▲ 영화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등장했던 홀로그램. (출처: www.awn.com)
<어벤져스>와 같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홀로그램 영상들은 현실화가 가능할 법한 느낌으로 세밀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컴퓨터그래픽은 VFX(Visual Effect) 스튜디오 같은 곳에서 한 땀 한 땀 만들어내는 특수효과인데, 마치 실제와 같이 매우 정교합니다.
디스플레이를 통한 영상 통화가 2D 화면이었다면, 홀로그램은 입체적인 영상 정보를 구현해 소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개 이상의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게 되면 서로 광선이 만나는 구간들이 여럿 존재하는데, 여기에서 일어나는 레이저 빛의 간섭 효과를 이용합니다. 빛이나 소리에서 기인하는 파장이 있는데 이를 측정하는 기준이 바로 진동입니다. 빛은 기본적으로 직진하는 성질을 지녔으며 이와 더불어 반사와 투과, 굴절, 간섭과 같이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진동 폭의 강약과 둘 이상의 광파를 동시에 받아 간섭효과를 일으키고, 이것이 입체적인 정보를 만들어냅니다.
과거의 사진 기술은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구성해 피사체를 보여주었습니다. 흑백사진은 말 그대로 물체의 밝고 어두운 부분들을 2차원 평면에 기록했는데 빛을 통해 피사체를 3차원으로 재생산하는 사진기법을 곧 ‘홀로그래피(Holography)'라고 합니다. 홀로그램 역시 홀로그래피 기술을 활용한 것인데요.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가 바로 신용카드에 붙어있는 위조방지 마크로 반사형 홀로그램을 활용한 것입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던 3D 입체 홀로그램은 사실 실감미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기초 단계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실제에서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려면 고해상도의 프로젝터를 통해 영상을 쏘고, 이를 거대한 투명막에 투사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를 플로팅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영화에서 등장한 것처럼 앞뒤 좌우로 왜곡 하나 없이 ’진짜‘ 실체를 보는듯한 느낌이 있어야 하나 아직은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실사와 같은 입체 영상을 구현하려면 광학기술이나 데이터 송수신량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2017년 12월 KT는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K-Live X VR Park'를 개관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그리고 홀로그램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실제로 가수들의 공연이나 뮤지컬 등의 문화 콘텐츠를 홀로그램으로 현실화하기도 했습니다. 시각적인 피로감을 없애고 공간의 제약 없이도 진짜 엔터테이너를 만나는 기분이 들도록 실감미디어의 기초 단계를 쌓은 셈입니다.
사실 캡틴 마블의 손목에서 뿜여져 나오는 입체 영상이 구현되려면 너무나 많은 투자와 지원 그리고 R&D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릴법한 연구분야입니. 더구나 영화에서처럼 작은 기기에서 이를 현실화하려면 ’이게 정말 가능할까?‘라는 의문마저 듭니다.
▲ 홀로그램을 만드는 소형장치 (출처: singularityhub.com)
하지만 홀로그램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소형장치가 있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닙니다. 호주의 유클리데온(Euclideon)는 세계 최초로 다중 사용자 홀로그램 테이블이라는 이름의 프로토 타입을 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미 육군(U.S Army)을 위해 1만 3천개 이상의 3D 홀로그램 지도를 제공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을지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홀로그램 재생 장치와 재생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R&D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로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꿈꾸고 있던 판타지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입니다. 먼 미래에나 구현될 줄 알았던 신기술이 금방이라도 만나볼 수 있을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딱딱한 디스플레이가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고 총천연색의 QLED로 진화하였으며, 브라운관에서 평면으로, 그리고 다시 커브드 디스플레이에서 급기야 휘어지고 접히는 플렉시블 AMOLED로 진화했습니다. 이처럼 기술과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합니다. 캡틴마블의 어마어마한 파워는 영화 속에서나 즐길 수 있는 상상 속의 힘이지만, 그들이 사용했던 홀로그램 재생 장치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곧 만나볼 수 있을 듯합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