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초연결사회를 관통하는 기업의 핵심 화두는 단연 ‘빅데이터(Big Data)’다. 첨단 IT 기술로 연결된 다양한 기기에서 매일 쏟아내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 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 분류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만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 이에 기업들은 자체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를 확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2007년부터 제품, 공정, 장비, 설비, 자재 등 9개 분야 기초 데이터를 ‘마스터 데이터(Master Data)’로 정의하고, 이를 관리하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 운용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변화한 업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전사적인 태스크 포스(TF)를 꾸려 마스터 데이터를 다시 정의하고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마스터 데이터 표준화 프로젝트’를 추진, 올해 9월 그 결실을 맺었다.
뉴스룸은 SK하이닉스가 새로운 마스터 데이터 표준 체계 확립을 위해 지난 3년간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SK하이닉스에 어떤 혁신이 찾아왔는지 상세히 들여다봤다.
기존 마스터 데이터 표준 체계 한계점 봉착, 전사적인 TF 구성으로 이어지다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마스터 데이터(Master Data), 운영 데이터(Operation Data)1), 분석 데이터(Analysis Data)2)로 분류된다. 이 중 ‘마스터 데이터’는 기업의 여러 부서가 동일한 의미와 내용으로 사용하는 데이터를 의미한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제품 코드, 자재 코드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각각의 코드가 가지고 있는 속성 정보도 이에 포함된다.
SK하이닉스는 마스터 데이터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2007년 자체적인 표준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같은 체계를 사용해오다 보니, 기존 표준 체계로는 관리가 어려운 한계점에 도달하게 됐다. 생산시설(Fab)이 증설되고 판매 제품이 다양해지는 등 사업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관리해야 할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 제품 코드나 공정 Step 코드의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자릿수가 부족해 표준에 맞지 않는 코드가 생성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마스터 데이터 표준 체계가 흔들리면 이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특히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 이하 DT)이 기업들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면서 마스터 데이터 표준 체계 재정비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가장 근간이 되는 마스터 데이터가 일관되고 정확하게 관리될수록 기업이 생산하는 모든 데이터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고, 나아가 업무 과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
이에 SK하이닉스는 ‘마스터 데이터 표준화’를 전사 차원의 과제로 규정하고, 이를 위한 TF를 구성했다. 먼저 수백여 개의 시스템과 인터페이스로 구성된 마스터 데이터 중 오퍼레이션(Operation) 관점에서 중요도가 높은 설비, 자재, 제품, 장비, 공정 등의 5개 영역을 우선 추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후 총 5개 분과로 구성된 ‘마스터 데이터 개선 TF’를 구성하고 △리스크(Risk) 최소화 △자원(Resource) 효율화 △향후 운영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세부 과제를 설정해, 분과별로 표준화 작업에 나섰다.
1) 기업이 사업활동을 수행함에 따라 생성되고 수집되는 데이터
2) 기업의 성과를 나타내기 위해 발굴하고 활용하는 데이터
자재부터 공정, 제품까지 모든 데이터에 질서를 세우다
TF의 핵심 과제는 전사가 데이터를 ‘하나의 관점(Single View of Truth)’에서 바라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이를 통해 조직 내부 또는 조직간 ‘데이터 사일로(Data Silo)’3)를 제거하는 것.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오류를 줄이고, 고객이나 민감한 정보들에 대한 데이터의 오사용을 막는 것 역시 TF가 이뤄내야 할 과제였다. 이를 통해 데이터가 적절하고, 정확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
TF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비와 자재의 의미를 전사 관점에서 엄밀히 정의하고, 기준에 따라 유형을 구분해 구조화했다. 또한 개별 장비와 자재의 특성을 속성항목으로 정의하고 속성값의 범위와 내용, 의미를 확정했다. 마스터 데이터의 생애주기(Life Cycle)4), 데이터 품질, 운영 기준을 원활하게 관리하기 위해 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조직간 업무분장(R&R)도 새롭게 정립했다. 실용적인 차원에서는 각 데이터의 의미를 명확히 함으로써 주관적인 해석을 최소화해, 데이터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활용 범위도 넓힐 수 있는 토대도 마련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재 분과에서는 ‘1물1코드(하나의 물품에 하나의 코드 부여)’ 체계를 적용해 물품의 재고와 수급 현황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원부자재와 유지보수부품 관리도 한층 더 강화했다. 환경 안전 및 유해물질 관리 수준 제고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유해물질 누락을 방지해, 법적 이슈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제품과 공정 분과에서는 제품 구조와 연계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SK하이닉스의 궁극적인 목표인 ‘원팹(One Fab)’5) 달성을 위해 개발과 양산 Fab, 그리고 양산 Fab 간 코드의 일원화를 추진했다. 기존 유의미 코드(Code) 체계 대신 하이브리드 코드(Hybrid Code)6) 체계를 도입해, 코드 자릿수 부족 문제도 해결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체계를 갖춘 것.
장비와 설비 분과에서는 ELM(Equipment Life-cycle Management) 개념을 도입해 투자 현황의 가시성 및 자산 정합성7)을 확보했다. 또한, 설비 BOM8), 공급 계통, P&ID9) 데이터를 연계해 설비 설치시 마스터 데이터를 등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였고, 설비와 장비 간 연계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 안전사고 발생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처럼 체계화된 마스터 데이터는 제품 판매 및 생산 계획을 관리하는 데 활용돼, 신제품 출시를 위한 리드타임 개선에 기여하게 된다. 또한 중복된 데이터를 제거하고, 프로세스를 최적화함으로써 비즈니스 측면의 생산성과 효율성도 크게 증대됐다. 향후 SK하이닉스의 마스터 데이터는 제조, 물류, 연구개발 등의 업무 체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고, 신뢰할 수 있는 일관된 정보에 기반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3년여의 부단한 노력 끝에 최근 목표로 했던 5개 분과의 마스터 데이터 표준화 작업을 무사히 마쳤다. 지난해 9월 설비/자재 마스터의 표준 체계가 가장 먼저 완성됐고, 올해 3월에는 제품 마스터, 올해 9월에는 장비와 공정 마스터의 표준 체계를 차례로 완성시켰다.
3) 데이터 기반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장벽
4) 데이터가 생성되고 변형되고 폐기되기까지의 전체 이력
5) SK하이닉스의 모든 Fab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6) 유의미와 무의미 식별체계의 장점을 융합한 코드
7) 데이터가 서로 모순 없이 일관되게 일치해야 하는 것
8) Bill of material, 모든 품목에 대해 상위 품목과 부품의 관계와 사용량, 단위 등을 표시한 명세서
9) Piping and instrumentation diagram, 공정을 제어하는 데 필요한 공정 장비나 배관 등의 연결 상태를 보여주는 상세 도표
“SK하이닉스 모든 곳에 닿는 탄탄한 신경망 구축… 향후 30년 발전 책임질 초석 다져”
SK하이닉스 뉴스룸은 이석희 CEO에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 소회와 이를 토대로 만들어나갈 미래 청사진을 들어봤다.
이석희 CEO는 “SK하이닉스의 구석구석 모든 곳에 닿는 탄탄한 신경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기술 개발과 제조는 물론, 앞으로 본격화될 AI 도입과 DT까지, 모든 것이 이 신경망 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의 향후 30년 발전을 책임질 초석을 다졌다고 생각한다”며 프로젝트에 의미를 부여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과 엔지니어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일전에 있었던 글로벌 반도체 기업 경영진과의 대화를 언급하며 “엔지니어들이 일상업무(Routine Work)에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간을 늘렸더니 실제로 큰 성과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Master Data 표준화를 통해 구성원들이 연구하고 고민할 시간은 늘어나고, 기술개발의 효율성 또한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이석희 CEO는 표준화된 Master Data를 통해 ‘One Company, One System(하나의 통일된 체계 위에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회사)’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SK그룹 차원에서 힘쓰고 있는 AI, DT 분야 발전에 필요한 바탕이 된다.
10여 년을 사용해 온 체계를 다시 정립하는 것은 복잡하고도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쉽사리 시도하지 못했던 난제 중의 난제. 그럼에도 SK하이닉스가 마스터 데이터 표준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던 건 혁신을 위한 구성원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석희 CEO는 마지막으로 구성원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3년의 기간 동안 많은 구성원이 Master Data 표준화를 위해 고생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덕에 SK하이닉스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는 더 큰 성장과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