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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태블릿PC, 데스크톱, 스마트폰 등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IT 기기를 적극 활용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데스크톱으로 보던 문서를 태블릿PC로 보기도 하고, 노트북으로 확인하던 다양한 문서를 스마트폰으로 옮겨 언제 어디에서든 읽고 수정할 수도 있죠. 이렇게 기기에 상관없이 문서를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호환성’ 때문인데요. 현재 가장 호환성이 높은 문서형식은 어도비 시스템즈가 개발한 PDF입니다. PDF는 휴대용 문서 포맷(Portable Document Format)의 약자로써, 다양한 운영체제와 기기 등에서 거의 완벽하게 호환되는데요. 이를 개발한 사람은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이자 어도비 시스템즈의 창립자인 존 워녹(John Edward Warnock)입니다. 그래픽스, 출판, 웹, 전자문서 기술의 개발을 주도하며, 출판, 기각 소통 분야에 큰 변혁을 일으킨 인물, 존 워녹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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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태어난 존 워녹은 유타대학교에서 수학 학사과정과 석사과정을 이수했고, 컴퓨터 과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 시기에 그의 지도교수인 데이비드 에반스(David C. Evans)가 유타대학교에서 상호 작용 디자인과 컴퓨터 그래픽을 연구하는 팀을 설립하는데요. 존 워녹은 역시 여기에 함께하게 되죠.

존 워녹은 박사학위 논문으로 유타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역사상 가장 짧은 길이의 문서를 제출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표지, 주석, 목록 등을 제외한 본문의 페이지가 25장이라고 하니, 가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주제는 ‘워녹 알고리즘’으로 컴퓨터 그래픽에서 이미지가 겹쳤을 때 숨겨진 면을 표시해주는 것이었습니다.

1 (59).png                                                                          ▲ 워녹 알고리즘의 개념 / 출처 : 위키백과

이렇게 박사과정을 마친 존 워녹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CSC(Computer Science Corporation)에서 근무하다 1972년 캘리포니아로 옮겨와 데이비드 에반스(David C. Evans), 이반 서덜랜드(Ivan Edward Sutherland)와 함께 '일리악4(ILLIAC IV)'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이반 서덜랜드는 HDM이라는 가상현실 기기의 초기 개발자로도 유명하죠. 일리악4는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개발된 컴퓨터로 1971년 미국 우주항공국에서 도입한 것인데요. 존 워녹이 참여한 프로젝트는 우주왕복선이나 비행기의 시뮬레이터였다고 합니다.

이후, 데이비드 에반스와 이반 서덜랜드는 ‘에반스&서덜랜드’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실시간 하드웨어(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즉시 반영하는 하드웨어), 3D 컴퓨터 그래픽의 발전, 프린터 언어 등의 영역을 이끌게 되는데요. 존 워녹은 이 시기에 포스트스크립트의 기초를 정립합니다. 그리고 1978년에는 이 회사를 떠나 제록스 팔로 알토 연구소에서 본격적으로 포스트스크립트를 개발하기에 이르죠.

 

★ 포스트스크립트란?

어도비가 1985년 개발한 페이지 기술 언어로 기기나 플랫폼에 상관 없이 문서를 동일하게 표현해내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말합니다.

 

하지만 상업화가 무산되고 존 워녹은 새로운 벤처기업을 설립할 것을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의 동료 찰스 게스케와 함께 어도비 시스템즈를 설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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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마르코니 상을 받는 찰스 게스케(왼쪽)와 존 워녹(오른쪽) / 출처 : 마르코니 협회

 

지난 1978년 두 사람의 천재 엔지니어가 처음 만난 곳은 제록스 연구소(PARC)였습니다. 명문 카네기멀론대 박사 출신의 찰스 게스케는 이곳에서 컴퓨터과학, 그래픽, 이미지 프로세싱, 광 분야의 연구를 두루 맡았던 수석연구원이었는데요. 그는 영상실험실을 새로 만들면서 컴퓨터 그래픽 분야의 전문가를 물색했고, IBM과 에반스&서덜랜드 등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그래픽 부문에 특히 두드러진 연구실적을 보였던 존 워녹이 적임자임을 발견했습니다.

호흡이 척척 맞는 파트너가 된 두 사람은 PARC 영상실험실에서 텍스트와 이미지를 인쇄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언어인 포스트스크립트 개발에 착수하는데요. 이를 위해 1982년 설립된 회사가 바로 어도비 시스템즈입니다. 어도비라는 회사명은 당시 두 사람이 살았던 로스알토스 지역을 가로지르는 계곡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지금의 명성에 비해 참 소박한 유래가 아닐 수 없죠.

워녹과 게스케는 창업 초기에 데스크톱 출판이 가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출판계를 공략한다는 판매전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곧 자신들이 개발해낸 포스트스크립트가 엄청난 황금시장을 만들어줄 것임을 감지했는데요. 포스트스크립트는 컴퓨터가 만든 그래픽, 사진, 문자를 정확히 묘사해 어떤 출력장치로든 전송할 수 있게 해주는 획기적인 언어였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상업용 인쇄 장치는 전용 프로그램으로 작성한 문서만 출력할 수 있어 호환성이 떨어졌죠. 이와 달리 포스트스크립트는 이 언어를 읽을 수 있는 프로그램만 있으면 기기에 상관없이 출력 페이지 정보를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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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도비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

 

두 사람의 예상대로 1985년에는 애플이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를 자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레이저 프린터 '레이저 라이터(Laser Writer)'를 출시하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전문 인쇄소가 아닌 책상에서도 문서를 쉽게 출력할 수 있게 됐으며, 이후 출시된 많은 프린터 역시 포스트스크립트를 적용하면서 업계 표준처럼 자리 잡게 되었죠. 또한, 포스트스크립트는 어도비가 출시한 소프트웨어인 인디자인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근간이 되기도 합니다.

 

4 (53).png                                                              출처 : 어도비시스템즈 (http://www.adobe.com/#)

 

존 워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전자문서 규격을 만들기 위해 ‘카멜롯 프로젝트(The Camelot Project)'를 시작합니다. 당시 업계에서 쓰이던 문서는 확장자가 서로 다르거나 컴퓨터 시스템에서 지원하지 않는 형식이라면, 문서 서식이 깨지는 것은 물론 문서 자체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운영체제를 탑재한 PC에서도 동일한 형태의 문서를 볼 수 있는 파일 포맷의 표준을 만들어 낸다면 ‘종이 없는 사무실’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은 것이죠.

당시 어도비는 두 가지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하나는 앞서 설명한 포스트스크립트였고, 다른 하나는 이렇게 만들어진 파일을 구동할 수 있게 해주는 그래픽 프로그램인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Adobe Illustrator)’였습니다. 어도비는 이 두 가지 기술을 기반으로 새 파일 포맷을 만들어냈는데, 이것이 바로 PDF의 시작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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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어도비시스템즈 (http://www.adobe.com/#)

 

1991년, 워녹은 ‘카멜롯(Camelot)’이라는 코드명으로 이 기술을 발표합니다. 1992년에는 IT 종합전시회인 컴덱스에서 ‘PDF 1.0’이 공식 발표됐고, 그 해의 최우수 제품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죠. 그리고 1993년 드디어 PDF 파일 작성 프로그램인 아크로뱃이 출시되는데요. PDF는 지난 2008년 7월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 표준으로 인정됐으며, 포스트스크립트가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조금씩 대체하고 있습니다.

 

존 워녹은 컴퓨터 그래픽 및 전자 문서 기술 개발에 이바지한 공로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는데요. 현재 그는 2001년 어도비 시스템즈 CEO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오늘날 어도비 시스템즈의 제품을 써보지 않을 사람은 드물 정도로 출판 산업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존 워녹. 인류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노력한 그의 업적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