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앞당긴 글로벌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 기술 진화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온라인 수업 등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초고속, 고용량, 저전력의 메모리 솔루션(Memory Solution, 메모리 칩에 전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탑재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필요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 이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메모리 솔루션의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Controller)와 펌웨어(Firmware)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이 같은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2017년 12월, DRAM 개발 산하에 메모리 솔루션 개발 전담 조직인 MSPD(Memory Solution Product Design)를 만든 것이 대표적 사례. 뉴스룸은 MSPD 전략기획팀원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직무 이야기와 MSPD 조직이 실현해 가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 사업 비전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세상에 없던 신기술 개발하는 MSPD… 전략기획팀 역할은 ‘전략적 요충지’가 되는 것”
‘메모리 솔루션’이란 DRAM과 같은 메모리 칩 단품에 SoC(System on Chip, 하나의 칩에 여러 시스템을 집적시킨 단일 칩 시스템 반도체)를 결합한 형태의 차세대 메모리를 말한다. 정해진 규격에 따라 생산되는 기존의 단품 메모리와 달리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Customized) 기능 탑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MSPD는 솔루션 성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SoC를 중점적으로 개발한다. 기존 DRAM 제품의 메모리 용량 장벽(Memory Capacity Wall)을 해결해 시장을 선점할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
현재 MSPD가 다루고 있는 주요 제품으로는 PCM(Phase Change Memory)용 컨트롤러와 MDS(Managed DRAM Solution)가 첫손에 꼽힌다. 두 제품 모두 DRAM과 NAND의 중간 영역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스토리지 클래스 메모리(Storage Class Memory, SCM)’라는 특수 메모리 제품으로 분류된다.
PCM은 회로에 가해지는 전압 크기에 따라 데이터 입출력이 이뤄지던 기존의 방식과 달리, 열 변화에 따른 반도체 소자의 물성 변화를 활용해 데이터를 입력하는 새로운 방식의 메모리 반도체다. 기존 NAND보다 응답속도가 빠르고, DRAM보다 용량이 크면서 주기적으로 전류를 공급하지 않아도 저장된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비휘발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MDS는 여러 개의 DRAM 칩을 회로 기판 위에 연결한 모듈(DIMM, Dual In-line Memory Module)에 전용 컨트롤러(Controller, 오류 없이 데이터를 읽고 쓰며 저장할 수 있도록 메모리를 제어하는 하드웨어)와 펌웨어(Firmware, 컨트롤러를 제어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고속/고용량의 메모리 솔루션이다. 현재 초고용량인 512GB 용량의 MDS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 MSPD 전략기획팀 전덕호 팀장
MSPD 전략기획팀 전덕호 팀장은 “MSPD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DRAM 개발 내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전략기획팀의 목표는 이러한 MSPD의 개발 전략을 선도하고 개발 프로세스의 표준화와 혁신을 창출하는 ‘전략적 요충지’가 되는 것”이라고 팀의 비전을 제시했다.
“MSPD 전략기획팀원은 ‘멀티플레이어’… 개발 전략 수립부터 조직 KPI 관리까지 도맡아”
메모리 솔루션 개발은 크게 △제품 콘셉트 검토 △SoC 제작 △제품 제작 △검증 등 총 네 단계로 나뉜다. 이중 MSPD는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SoC 제작을 주 업무로 담당하고 있다.
SoC의 구체적인 제작 프로세스는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솔루션에 탑재될 SoC 제품의 컨셉과 뼈대를 잡는 ‘아키텍처(Architecture) 구성’ 단계. 이 단계에서는 칩이 가지게 될 각각의 기능을 나열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기획하는 작업을 한다.
두 번째는 ‘코딩(Coding)’ 단계로, SoC의 아키텍처가 완성되면 반도체 칩 설계 전용 언어인 HDL(Hardware Description Language)을 이용해 엔지니어들이 코딩 작업을 하게 된다. 이때, 전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Simulation Program)을 통해 해당 SoC가 작동하는 데 오류가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함께 진행된다.
마지막 단계는 완성된 시스템을 마스크(Mask, 웨이퍼 위에 전자회로를 그리는 ‘포토공정’을 위해 사용되는 유리판) 형태로 제작하기 위한 ‘GDS(Graphic Design System) 생성’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칩 위에 새겨질 SoC의 회로를 이용해 그래픽 형태의 파일인 GDS를 생성한다. 이후 이 GDS 파일이 FAB에 전달돼 실제 칩으로 제작된다.
메모리 솔루션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 사업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Segment)에서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사업 분야다. 따라서 제품 자체가 갖는 시장 가치는 물론, 제품 출시가 전체 반도체 생태계(Ecosystem)에 미치는 파급력 등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해 정교한 제품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전까지 세상에 없었던 제품을 적기에 개발해 출시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유관부서, 협력사,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MSPD 전략기획팀의 주 업무는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깊숙이 관여해, 조직 내 7개 팀에서 진행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략기획팀의 직무는 크게 ‘전략/기획’ 파트와 ‘PM(Project Managing)’ 파트로 구성돼 있다.
먼저, 전략/기획 파트가 담당하는 핵심 업무는 MSPD가 개발하는 메모리 솔루션 제품 전체의 개발 전략 로드맵 수립 및 관리이다. 또한 △업무 프로세스 표준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 지표) 수립 및 관리 △투자/예산 총괄 운영 △각종 회의체 주관 및 참여 △대내/외 협력 △업체 계약 및 관리 △자재 구매 및 입고 관리 등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기획 업무를 담당한다.
PM 파트에서는 MSPD의 주요 개발 제품인 MDS와 PCM 관련 개발 프로젝트들을 총괄한다. 전체 개발 일정이 준수되도록 일정을 관리하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 사항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조직의 큰 그림을 직접 그리고 그 세부 내용들도 꼼꼼히 챙겨야 하기 때문에, 메모리 솔루션과 SoC 설계 전반에 대한 개발 지식은 물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수다. 전 팀장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며 “다양한 유무형의 가치를 창조해 궁극적으로 조직의 발전을 이끈다는 점이 전략기획 업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전략기획 업무의 핵심은 ‘속도’... 어떤 이슈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갖춰야”
전략기획 팀원들이 생각하는 업무의 매력은 무엇일까? △서가희 TL(전략/기획 파트) △이성규 TL(전략/기획 파트) △김보라 TL(PM 파트) △조상구 TL(PM 파트)을 만나 전략기획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고충과 보람, 그리고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왼쪽부터 전략/기획 파트 서가희 TL, PM 파트 김보라 TL, PM 파트 조상구 TL, 전략/기획 파트 이성규 TL
MSPD 전략기획팀은 조직 운영 차원에서 MSPD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때에 따라서는 이를 직접 조율하는 ‘조타수’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팀원 모두 MSPD 조직 내 역할(R&R, Role & Responsibilities)을 상세히 파악해, 팀이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선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관리해야 하는 프로젝트의 범위가 워낙 넓다 보니 현업 부서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애로사항도 있다. PM 파트의 김보라 TL은 “설계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엔지니어들만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용어를 다른 분야 직무 구성원에게 무심코 사용할 때가 있다”면서 “이후 메일이나 문서 작성 시 몇 번씩 전체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습관을 들여, 조직 내 구성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관된 용어 체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팀 별 세부 업무 진행상황이 한눈에 파악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여러 부서가 협업하는 공동 프로젝트가 많은 MSPD 조직의 특성상 스케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전략/기획 파트의 이성규 TL은 “새로운 제품을 적기에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질 없는 일정 관리를 통해 전체적인 프로젝트 진행 속도를 올리는 게 중요하다”며 “부서들 간 진행상황을 주기적으로 공유하는 싱크업(Sync-Up) 미팅을 통해 관련 리스크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결해야 하는 여러 어려움이 산적해 있지만, 네 명의 팀원 모두 “전략기획 업무에서만 맛볼 수 있는 성취감과 보람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PM 파트의 조상구 TL은 “조직 내 다양한 부서들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폭넓은 기술적 소양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전략기획 업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기술 지식을 쌓는 것 외에도 수많은 사람과 업무적으로 소통하며 커뮤니케이션 실력이 느는 것도 소소한 보람”이라고 했다.
전략기획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의 자질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전략/기획 파트의 서가희 TL은 “전략기획 업무의 핵심은 각 개발팀이 효율적으로 개발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조직 내 이슈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라며, ‘속도감 있는 업무 추진력’을 첫손에 꼽았다. 더불어 “개발 부서 내 위치한 전략기획 조직의 경우, 아무래도 기본적인 반도체 관련 기술 지식이 요구되므로 조직 내 개발 중인 주요 제품의 특성과 핵심 기술 내용을 틈틈이 공부하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MSPD는 조직 내 전 구성원이 개발 일정 준수와 설계 품질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MSPD 전략기획팀도 개발 전략 및 방향성을 지속 검토하는 한편, 제품의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객과 시장 분석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또한, 개발 외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MSPD 구성원들이 개발 업무에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구축해갈 예정이다.
“올해 MSPD 전략기획팀의 목표는 조직 운영에 필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팀원 모두 탄탄한 기술 역량 확보에 매진하는 한편, MSPD 업무 표준화를 통해 효율적인 조직 운영 및 업무 환경 구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