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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는 마찰을 일으켜 생성된 정전기에서도 얻을 수 있고, 발전소에서처럼 자석을 철심 속에 회전시켜 유도해내기도 합니다. 반도체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반도체에 전자가 생기려면 분자의 상호 작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때, 분자들의 공유결합에 참여하지 못한 잉여전자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어 원자의 속박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데요. 이를 바로 ‘자유전자’라 부릅니다. 이 자유전자가 많이 모이게 되면 반도체 속을 몰려다니며 트랜지스터를 ON/OFF 동작 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오늘은 산고의 고통을 겪고 잉여전자로부터 신분상승한 귀중한 자유전자가 반도체를 어떻게 동작시키는지, 또 그 속에서 전자가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산전수전 여행기를 차근차근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원소, 실리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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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태양의 모습, 출처: wikipedia (오른쪽) 실리콘을 사용한 반도체 웨이퍼의 재료인 잉곳, 출처 : wikipedia

지구 표피에 있는 지각을 구성하는 원소 중에 제일 많은 원소인 산소 다음으로는 규소(실리콘)가 있습니다. 반도체의 기본 원소로 사용되는 실리콘은 거슬러 올라가면, 태양으로부터 왔습니다. 태양의 핵융합 반응 시에 산소 다음으로 많이 만들어 지는 것이 이 실리콘인데요. 태양에서 이탈되어 나온 지구의 표피에 자연스럽게 실리콘이 많아진 원인이 된 것이죠. 지구에 산소가 많다 보니 생물들이 산소와 상호작용을 하도록 진화되었듯, 성질이 차분하고 안정적인 실리콘도 산업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재료로도 사용되며 세상을 윤택하게 만들었습니다. 미래에는 어떤 재료로 대체될 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리콘이 반도체 재료로 최적의 원소가 되고 있습니다.

실리콘에 갇힌 전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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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눈으로 보기 쉽게 그려놓은 실리콘 결합 구조, 출처: wikipedia (오른쪽) 회전축이 세차운동 형태로 이동하면서 타원궤도를 그리는 행성, 출처: Caltech

실리콘 원자들 속에 갇혀있는 전자들이 바라본 세상은 사각형의 구조물들이 수도 없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구조물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원자핵의 구심력에 의하여 도망가지 못한 전자들이 서로 결합된 상태로 있습니다.

태양계에 갇혀 일정 궤도만을 돌고 있는 지구에서 바라 본 우주에는 넓은 공간 속에 띄엄띄엄 반짝이는 별과 행성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원자 속의 전자들이 보는 공간도 이와 유사합니다. 태양의 자리에 원자핵이 위치해 있고, 지구 같은 행성의 자리에, 원자핵에 부속된 전자들이 고유의 궤도를 돌고 있는 비슷한 형태를 생각하면 됩니다.

태양계와 다른 점은 실리콘의 원자핵과 부속 전자들이 균일하고 규칙적으로 수도 없이 일정한 간격으로 도열하여 제 위치 혹은 그 주위 범주를 지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곳에서 각각의 실리콘 원자들은 서로 다른 4개의 원자들과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공생하고 있습니다. 실리콘 원자핵들은 가장 밖의 궤도에서 돌고 있는 최외각에 4개의 전자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이웃하는 4개의 실리콘 원자핵과는 최외각전자들을 2개씩 사이 좋게 공유합니다.

건설적 파괴, 이온 임플란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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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전압을 이용하여 실리콘 원자 내로 불순물 양이온을 침투시킨 형태

4족(14족)인 실리콘은 자체적으로는 매우 안정적입니다. 때문에 실리콘 원자로부터 전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내부단속은 잘 되지만, 외부와는 거의 소통하지 않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런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실리콘 원자들만의 집단 위로 비소(As) 원자나 혹은 5족(15족)원소의 양이온들이 인해전술을 사용하며 쏟아져 들어옵니다.

강력한 에너지에 이끌린 불순물 이온(비소)들은 실리콘 원자들끼리 형성하고 있는 공유결합을 끊어내기도 하고, 실리콘 원자들 주변 가까이 와서 동태를 살피기도 합니다. 또 아예 실리콘 원자를 밀쳐내고 그 자리에 들어가 앉기도 합니다. 이렇게 비소 양이온을 강제적으로 침투 시키는 것을 반도체 공정 상으로 이야기하면 ‘이온 임플란테이션 공정’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이 때까지 비소이온들은 주변의 실리콘 원자들과 결합을 맺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어닐링, 결정구조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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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온 임플란트 후의 파괴된 표피층에 대한 어닐링 전후

5족 원소의 이온 임플란트 공정을 진행한 후에는 불순물 이온들에 의하여 실리콘 표면 근방의 실리콘 결정격자가 공중 폭격을 당한 것처럼 처참하게 파괴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온도를 약 1,000°C 가까이로 올리면 주위의 모든 실리콘 원자핵들은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고, 원자핵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들어 두고 있는 모든 전자들은 너무 더워서 실리콘 원자핵 집단으로부터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야단들입니다. 이렇게 일정 시간 동안 높은 온도로 파괴된 부분을 가열하여 풀림을 시키면, 4족과 5족의 원자들이 서서히 1개씩의 전자를 내어놓고 공유결합을 하게 됩니다.

거의 원래 상태에 준한 결합 상태로 회복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어닐링이라 합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피부가 파괴된 후에 다시 복원되는 현상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어닐링은 원래 조직에 가까운 형상으로 근접시키는 공정을 말하지요. 강제로 치환된 3족(13족)/5족(15족) 불순물들이 4족 실리콘과 잘 연결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어닐링은 몇 시간씩 서서히 열을 가해 주지만, 최근에는 몇 분 이내에 신속히 진행하는 ‘Rapid Annealing’이 주류입니다. 이렇게 해서 트랜지스터의 3개 단자 중에 2개 단자인 소스(Source)단자와 드레인(Drain)단자가 동시에 형성됩니다.

잉여전자의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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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족 실리콘 원자가 5족 안티몬 원자로 치환되어 공유 결합한 후, 잉여전자가 생성된 상태인 N-type 반도체

Source단자는 전자들을 공급하는 발원지이고, Drain단자는 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곳입니다. 현재의 트랜지스터(MOSFET)는 Source에서 Drain으로 전자들을 이동시켜 스위칭동작을 결정하는데요. 이들 전자를 공급하기 위하여 MOSFET는 내부적으로 적정량의 잉여전자 혹은 잉여정공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잉여전자는 안정적인 실리콘에 불순물을 주입(도핑)하여 생성시킵니다.

4족 원소끼리의 결합 중에서 4족 원자 하나를 떼어내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은 후에, 높은 온도로 달궈지는 핍박을 받고 나서야 새로운 가족 구성원인 5족(15족)이나 3족(13족) 원소를 맞아 드립니다. 그러니까 불순물 도핑은 반도체 공정 중에 이온 임플란테이션과 어닐링, 2가지 공정을 거쳐서 진행됩니다(물론 확산 공정을 거쳐서도 도핑을 실시할 수도 있지만, 확산 공정은 추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5족 원소 도핑(N형 반도체)대신 3족 원소로 도핑 될 때는 반대로 잉여 정공이 생성되어 P형 반도체가 만들어집니다.

원자핵으로부터의 자유, 반도체 동작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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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type 반도체인 5족-4족 결합으로부터 탈출한 자유전자 모형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 수준으로 보면 반도체를 동작시키는 매개체는 전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의 ON/OFF기능을 제대로 동작시키려면, 의도한 바에 따라 전자 개체를 만들어내야 하고 또 만들어낸 전자들을 정해진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지구상에서 전자를 얻으려면 원자 내부 시스템의 가장 밖의 껍질을 돌고 있는 최외각 전자를 끄집어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방법은 매우 많은 에너지와 정교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발전소 등 일부 국한된 영역에서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에서는 높은 기술력을 활용해 적은 에너지로 자유전자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의 N형 반도체에서는 5족 불순물을 도핑 시켜 생성한 잉여전자에 약간의 에너지를 가하여 4족-5족 결합으로부터 탈출시킬 수 있습니다. 구속된 잉여전자가 자유전자로 되는데는 일반적인 원자의 최외각 전자를 탈출 시키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의 10분의 1 이하 정도를 사용합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삶을 변화시킨 전자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유전자의 탄생부터 자유전자가 반도체를 동작시키는 방법까지 자세히 알아보았는데요. 어렵게만 느껴지는 전자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만물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전자는 현대사회발전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반도체 내에서 큰 역할을 하는 전자의 발견을 통해 우리 삶은 점점 편리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다음 번에는 ‘MOSFET의 수평축과 수직축으로 본 전자들의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국립한밭대학교 지능형나노반도체연구소

진종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