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png

우리는 ‘데이터’라는 단어가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을 떠도는 데이터는 어디에 저장되는 걸까요? PC 시대를 거쳐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과거보다 더 많은 데이터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방대한 콘텐츠들의 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한데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이터의 홍수는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을 급격히 늘리고, 장비들이 열을 발생하게 하죠. 이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 장비가 필요한데, 이 장비들은 환경문제까지 연결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데이터센터는 점차 ‘친환경’ 요소를 중시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이 ‘친환경’ 데이터센터에 대해 알아봅시다.

인터넷 데이터센터의 존재 의미

인터넷은 데이터센터가 지탱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홈페이지, 이메일, SNS, 온라인 게임 등 인터넷 관련 모든 서비스가 데이터센터에 설치되어 운영되는데요. 이런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용자가 생성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은행 역할까지 합니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인공지능도 데이터센터를 활용한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제공되고 있죠. 그만큼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부터 국내 이동 통신 3사는 물론, 네이버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까지도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

데이터센터에는 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한 수많은 서버 컴퓨터와 저장장치(Storage)가 모여 있습니다. 또한, 이를 외부와 연결하기 위한 네트워크 설비도 갖춰져 있습니다. 모두 많은 열기를 발생시키는 장비들인데요. 정작 온도가 높아지면, 바로 문제가 생기는 장비들이기도 하죠. 그래서 열기를 식히기 위해 강력한 냉각 장비 또한 필요합니다.

01_데이터센터.png

 

이렇게 데이터센터에 갖춰진 수많은 기기가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하는데요. HPE(Hewlett Packard Enterprise)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전체 산업용 전기 소모량의 7~8%에 달하는 전력을 사용합니다. 이는 인구 30만 명인 춘천시가 2년간 사용하는 전기 소모량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 중 많은 부분을 냉각 장비가 사용하는데요. 데이터센터의 컴퓨터 장비가 사용하는 전기량이 100이라면, 냉각을 위해서 130 정도의 전기가 사용됩니다. 냉각 설계가 효율적이지 못한 소규모 데이터센터라면, 냉각을 위한 전기가 200~300까지 낭비되기도 합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지경입니다.

이렇게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지탱하기 위해 전력 생산을 늘리면 필연적으로 환경 오염이 동반됩니다. 현재 전 세계 전력 생산은 대부분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화석 연료에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데이터센터 운영과 신규 설립을 중단할 수는 없죠. 그래서 재생에너지 등을 활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가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또한, 친환경 데이터센터는 전력 효율 면에서도 중요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소모량을 IT 장비 한 대당 전력소모량으로 나눈 값을 전력효율지수라 하는데요. 1에 가까울수록 전력 효율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전력효율지수는 1.1~1.3 정도로 평가되는데요.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효율지수가 1.5~1.8 정도이고, 한국은 2.66으로 측정되었습니다(미래창조과학부, 2015년 10월 조사 기준). 환경문제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위해서도 친환경 데이터센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세 가지 유형

 

하나.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

02_데이터센터.png
▲ 페이스북의 클로니 데이터 센터 조감도 (출처: Clonee Data Center 페이스북)

 

첫 번째는 데이터센터를 만들 때, 태양광, 풍력, 수력(조력 포함) 같은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발전 시설을 함께 만드는 유형인데요.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는 전기의 사용을 줄이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는 형태입니다. 페이스북이 아일랜드 클로니(Clonee)에 만들고 있는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인 사례죠. 페이스북은 클로니 데이터센터를 100% 풍력 발전으로 움직이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로 만들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서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CP)’의 데이터센터 설계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OCP는 페이스북이 외부업체와 함께 서버, 냉각 장비, 냉각 구조 등을 표준화하는 작업인데요. 데이터센터는 OCP를 통해 자체적으로 냉각 효율이 강화됩니다. 또한, 저전력 저발열 서버를 도입해 냉각 장비의 전력 소모도 줄여 100% 풍력 발전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그리고 사막에 들어선 친환경 데이터센터도 있는데요. 호스팅 기업인 페어 네트웍스는 라스베이거스 사막 한복판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센터 외곽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서 태양력 에너지로만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일반 전기는 태양광 발전을 사용할 수 없을 때만 임시로 이용하고 있지요.

 

둘. 물과 바람, 자연환경을 활용한 친환경 센터

03_데이터센터.png
▲ 구글의 하미나 데이터센터 (출처: 구글 데이터센터)

 

두 번째는 자연환경을 활용해 냉각 장비의 전력 낭비를 줄인 형태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이 2011년 핀란드 하미나(Hamina)에 만든 데이터센터가 있죠. 하미나는 핀란드 남동부의 항구도시인데요. 나무와 나무를 가공한 제품(가구, 종이 등)을 수출하는 것이 도시의 주력 사업입니다. 구글은 하미나의 종이를 만드는 공장을 사서, 데이터센터로 개조했습니다. 그 후 하미나의 풍부한 바닷물을 끌어들여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데 사용하고 있죠. 데이터센터 온도를 낮출 때는 주로 공기를 이용한 냉각 방식이 사용되는데요. 구글은 공기와 물을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냉각 방식을 적용한 것입니다.

 

https://f.hubspotusercontent40.net/hubfs/20028749/B_NewsRoom/Technology(362)/%EB%9D%BC%EC%9D%B4%ED%94%84(56)/2017/0609/1%20%EA%B0%95%EC%9B%90%EB%8F%84%20%EC%B6%98%EC%B2%9C%EC%97%90%20%EA%B1%B4%EB%A6%BD%EB%90%9C%20%EB%84%A4%EC%9D%B4%EB%B2%84%EC%9D%98%20%EB%8D%B0%EC%9D%B4%ED%84%B0%EC%84%BC%ED%84%B0.pnghttps://f.hubspotusercontent40.net/hubfs/20028749/B_NewsRoom/Technology(362)/%EB%9D%BC%EC%9D%B4%ED%94%84(56)/2017/0609/2%20%EA%B0%95%EC%9B%90%EB%8F%84%20%EC%B6%98%EC%B2%9C%EC%97%90%20%EA%B1%B4%EB%A6%BD%EB%90%9C%20%EB%84%A4%EC%9D%B4%EB%B2%84%EC%9D%98%20%EB%8D%B0%EC%9D%B4%ED%84%B0%EC%84%BC%ED%84%B0.png
▲ 강원도 춘천에 건립된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각’ (출처: 네이버 레터)

 

네이버가 2013년 강원도 춘천에 만든 데이터센터 ‘각’ 역시 외부 환경을 활용한 친환경 데이터센터입니다. 춘천은 전국에서 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지역 중 하나인데요. 연평균 온도가 수도권보다 2℃가량 낮습니다. 네이버는 이를 활용해서 춘천의 산지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이 자연스럽게 서버실 내부의 열을 식히도록 ‘각’을 설계했죠.

 

셋. 재생 에너지와 자연환경을 다 함께, 혼합형 데이터센터

06_데이터센터.png
▲ 루레아(Luleå)에 설립한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 (출처: 루레아 페이스북)|

 

첫 번째와 두 번째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도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2013년 스웨덴 루레아(Luleå)에 설립한 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죠. 루레아 데이터센터는 전체 전력 중 70%를 근처 루레아 강에 있는 수력발전소에서 공급받습니다. 또한, 내부 장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차가운 북극의 바람을 이용하죠. 루레아는 북극에서 약 96km 떨어진 매우 추운 지방인데요. 페이스북은 이 기후를 활용해 루레아 데이터센터의 냉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죠.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태생적 한계?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데이터센터는 두 가지의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요. 하나는 주력 데이터센터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데이터센터는 충분한 응답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사람이 많이 모인 도시 주변에 주로 설립됩니다. 국내는 전체 데이터센터의 70.6%가 수도권에 건설되었고, 서울에만 44.3%의 데이터센터가 설립되었죠. 지방에 설립된 데이터센터도 부산, 대전, 광주 등 주요 도시 주변에 집중적으로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데이터센터는 북극이나 사막 등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은 오지에 건설되는 경우가 많아, 전용 인터넷망을 연결해도 빠른 응답 속도를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서비스 제공용 주력 데이터센터보다는 데이터 분석 및 보관을 위한 보조 데이터센터로 이용되는 편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냉각 효율이 높지 않다는 점입니다. 일반 데이터센터의 내부 온도는 18~27℃(평균 22.5℃)인데요.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내부 온도는 18~34℃(평균 26℃) 정도로 유지됩니다. 고작 3.5℃ 차이에 불과하지만, 이 때문에 내부 장비의 고장이 잦아집니다. 그래서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죠.

그렇다면 MS는 왜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세우려 할까?

이러한 친환경 데이터센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내놓은 답이 바로 바닷속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나틱(Natick)’입니다. 나틱은 MS 레드몬드 리서치센터의 NExT 팀이 2014년부터 연구 중인데요. 육지 근해에 캡슐형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냉각 효율과 활용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프로젝트입니다.

 

                  ▲ 마이크로 소프트의 바닷속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나틱’ (출처: 마이크로소프트 유튜브)

 

현재 MS의 목표는 나틱이 큰 고장 없이 5년 동안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인데요. MS의 나틱 프로젝트 연구원인 벤 커틀러는 나틱이 기존 친환경 데이터센터보다 3가지 이점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첫 번째는 접근성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50%가 바다 인근 200km 내에 거주하고 있는데요. 나틱을 활용하면 이들에게 빠른 반응속도로 최적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특히 MS는 나틱이 적합한 지역으로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을 꼽았는데요. 이 국가는 모든 인구가 바다 근처 200km 내에 거주하고 있죠. 두 번째는 효율성입니다. 나틱은 열 배출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기존 친환경 데이터센터보다 장비 고장이 적습니다. MS의 조사에 의하면, 나틱의 내부 온도는 18~25℃(평균 21.5℃)로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우수합니다. 전력효율지수도 1.1 미만으로 측정되었죠. 마지막으로 설치의 편리함입니다. 기존 친환경 데이터센터는 설립을 위해 2년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나틱은 90일이면 캡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데이터센터 증설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죠.

물론 나틱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틱은 밀봉된 캡슐을 바닷속에 설치하기 때문에, 내부 부품이 고장 나도 수리가 어렵습니다. 데이터센터 자체를 한계 시점까지 운영하다가 시스템 전체를 바다에서 꺼내서 교체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 데이터센터라면 부품 교체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잘한 고장도 설비 증설 등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데이터센터에 친환경 기술이 필요한 이유와 더불어 실제 적용된 사례들을 살펴보았는데요. 현재 수많은 사람이 데이터를 소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증가할 것입니다. 따라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에너지는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인터넷과 IT 기술은 순식간에 구세주에서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변해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기업들의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인데요. 앞으로 어떤 신기술이 적용된 친환경 데이터센터가 등장하게 될지 기대해봅니다.

 

IT 동아

강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