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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월,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한복을 입고 서울을 방문해 AI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소피아는 앞서 “인류를 파괴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래, 나는 인류를 파괴할 거야”라고 답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이번에는 “공상과학(SF) 영화처럼 AI 로봇이 미래에 인간을 지배하게 될 거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SF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잘 나타낸 것”이라며 “난 미래에서 온 게 아니다. 현재에 있는 존재다”라고 답했습니다. 지난번처럼 살벌한 대답은 아니지만, 이 질문은 누구나 생각하고 있는 AI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할 겁니다. 오는 5월, 이러한 소재를 다룬 게임이 출시될 예정입니다. 소니의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4 독점으로 출시되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내용입니다.

세 가지 모습의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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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안드로이드 (출처: 제작사 퀀틱드림)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내용이 진행되는 방식의 게임인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입니다. 단순히 게임을 한다기보다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중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게임에서는 일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안드로이드의 개발 및 상업화로 인해 또 다른 부흥을 맞이한 2036년 디트로이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안드로이드는 사용하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는 일종의 물건처럼 취급됩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에는 인공지능이 탑재됐기 때문에 단순한 물건이라기보다는 사람에 가까운 존재로 보입니다.

예시로, 게임 속에 등장하는 남성 안드로이드 ‘다니엘’은 주인이 자기를 버리고 새 안드로이드를 가져오기로 했다는 이유로 인질극을 벌입니다. 버려진다는 것에 앙심을 품는 등 명령에만 따르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처럼 감정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죠.

코너, 마커스, 카라 3명의 안드로이드 주인공의 눈을 통해 각기 다른 시선으로 삶의 방식에 대해 고찰하게 됩니다. 코너는 남성 협상가 안드로이드로, 인간이 지배하는 체재에 순응하며 기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반면 마커스는 인간에 대항하는 안드로이드 해방운동을 벌이는 남성 안드로이드입니다. 마지막으로 카라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여성형 안드로이드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살아갑니다.

실제 스스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가 등장한다면 이러한 세 가지 패턴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정한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에 대해 알아보려면 인공지능의 역사와 종류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의 역사

인공지능 개념은 17~18세기 시절인 과거 문학 등에서도 등장했지만, 학문의 영역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 컴퓨터의 발전에 의해 거론됐습니다. 인공지능 연구는 인간이 쉽게 풀기 어려운 자연어 처리나 복잡한 수학 문제를 해결하게 되면서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중반에 접어들자 한계를 드러냈죠. 당시 컴퓨터의 성능과 용량이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양의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컴퓨터의 발전이 더뎠기 때문에 인공지능의 연구와 발전도 자연스럽게 도태됐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 컴퓨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닌 게임, 음성 인식, 영상 처리, 검색 엔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면서 다시 부흥기를 맞았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명령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학습해 정답을 도출하는 딥러닝 방식이 등장하면서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해졌습니다. 쟁쟁한 프로 바둑 기사를 모두 물리친 ‘알파고’도 딥러닝 방식이 적용된 인공지능이죠.

약 인공지능과 강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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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은 적으로 간주한 인간을 없애기 위해 막강한 ‘터미네이터’를 앞세워 전쟁을 일으킵니다.

인공지능의 종류로는 크게 ‘약 인공지능’(Weak AI)과 ‘강 인공지능’(Strong AI)으로 나뉩니다. 약 인공지능은 인간이 필요에 의해 정해놓은 규칙이나 알고리즘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에 대한 것만 판단해 행동하기만 할 뿐, 그 일이 양심적으로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습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주인공 중에는 코너라는 안드로이드가 약 인공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강 인공지능은 또다시 ‘인공 일반 지능’과 ‘인공 의식’으로 나뉩니다. ‘인공 일반 지능’은 이미 지정된 내용의 것들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약 인공지능’과 달리 새로운 것을 익힐 수 있도록 학습이 가능해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 상용화된 일반적인 안드로이드가 ‘인공 일반 지능’에 해당됩니다.

마지막으로 ‘인공 의식’은 해당 사안에 대해 인간의 감정이나 자아, 창의성 등을 흉내 내거나 혹은 이를 받아들여 행동하는 것을 뜻합니다. 인공지능이라고 표현할 뿐, 인간이나 다를 바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지적 능력일 겁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에서는 ‘마커스’와 ‘카라’가 ‘인공 의식’을 지닌 안드로이드에 해당합니다.

현재 인공지능의 연구는 ‘약 인공지능’ 위주이며, ‘인공 일반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는 ‘인공 의식’에 대한 개발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구현될지 미지수입니다. 만약 ‘인공 의식’을 지닌 인공지능이 개발된다면 인간을 적으로 간주해 제거하려고 하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등장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주목 받는 AI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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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과 인공지능, 2가지 주제에 큰 관심을 얻는데 성공한 ‘이세돌 9단 vs 알파고’. (출처: 구글 유튜브)

이러한 인공지능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것이 반도체입니다. 인공지능에 쓰이는 반도체 양은 수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알파고에 쓰인 CPU(중앙 처리 장치)는 1,202개, GPU(그래픽 처리 장치)는 176개에 달하며, D램 용량은 170GB에 서버 300대를 병렬로 연결해 이용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에 수많은 반도체가 탑재되는 이유는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 방식이 수많은 컴퓨터를 연결, 인간의 뇌를 흉내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뇌는 수조개의 시냅스와 신경세포체가 연결된 구조인데 이를 기계로 흉내 내 구현한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도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인텔과 퀄컴 등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인 ‘갤럭시 S9’에 탑재된 모바일 AP ‘엑시노스9’에 인공지능을 도입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X’나 화웨이의 ‘메이트10’ 등 최신형 스마트폰에도 인공지능 칩이 탑재되어 있고, 이를 이용한 3차원 얼굴 인식 기능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갤럭시 S9’의 주요 기능인 ‘AR 이모지’도 인공지능 반도체 덕분에 가능한 것이죠.

다시 찾아오는 반도체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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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만간 인공지능이 탑재된 자율주행차를 타는 것이 흔한 일상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요? (출처: 엔비디아)

지난 2017년 7월, SK하이닉스 박성욱 부회장은 경기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기술포럼 ‘나노코리아2017’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현재는 데이터센터가 반도체 시장의 중심인데 앞으로 인공지능이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시장이 오면 반도체는 다시 한 번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의 메가트렌드가 PC, 모바일,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 네 단계가 순차적으로 오고 있다”라고 분석하면서 “현재는 빅데이터 클라우드 시대이고 미래는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죠.

인공지능이 적용된 자율주행차도 반도체 시장의 기회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기기도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하나 둘 접근하고 있습니다. 비록 SF 영화나 게임에서 봤던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를 일상 가까이 볼 수 있는 날은 아직 멀었지만, 스마트폰처럼 인공지능이 삶의 일부로 스며드는 것은 그다지 먼 미래가 아닌 것 같습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IT 전문 필진

임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