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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MOS 이미지센서(CIS)는 이제 단순한 센서가 아닙니다. 자율주행차부터 뉴로모픽 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미지센서는 빛이라는 아날로그 요소를 디지털로 바꿔 재창조하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CIS 기술과 트렌드,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두루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전컴퓨팅 핵심, 이미지센서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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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 눈이 내리거나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날씨가 짓궂지 않다면 아침에 동쪽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전으로 인해 매일 의미 없이 태양이 뜨고 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지구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태양계의 중심에 있는 태양은 에너지의 근원이자 사실상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의 알파와 오메가입니다. 대부분의 에너지가 여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그 중에 하나가 빛입니다.

사람이 눈으로 보는 모든 사물은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색은 사실 빛이 물체의 표면에 반사된 정도를 뇌가 느끼는 정도를 뜻합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빛은 파장을 가지고 있고 이 가운데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역을 ‘가시광선’이라고 합니다.

빛의 파장이 짧으면 자외선, 반대로 길면 적외선으로 이 영역은 눈으로 볼 수 없죠. 바꿔 말하면 눈으로 보이는 색은 가시광선의 향연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카메라와 같은 제품은 사진을 ‘찍는’ 행위를 위함이 아니라 빛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빛을 잘 전달하기 위한 렌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15억대 이상 출하되고 있는 스마트폰도 빛을 잘 다룰 수 있어야 인기를 끕니다. 바로 카메라 성능이죠. 이를 결정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핵심은 ‘이미지센서’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망막+시신경’으로 해상도와 화질을 책임지는 역할을 합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불어 닥친 셀피(Selfie, 셀프 카메라) 열풍에는 이미지센서의 발전이 뒷받침된 덕분입니다.

CCD, 노벨상으로 가치를 인정받다

2 (35).png▲ CCD는 노이즈가 적어 천체망원경에도 쓴다. 당연히 CIS보다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다.

먼저 이미지센서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해야 하는 것이 ‘전하결합소자(Charge-Coupled Device, CCD)’ 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CCD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정보저장소자(Information Storage Device, ISD)’라는 이름으로 조지 스미스와 윌러드 보일이 벨연구소에서 개발해 지난 1971년 발표한 것이 시작입니다. 훗날인 2009년 두 사람은 노벨상을 받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미지센서와는 거리가 있었고 이 기능을 접목한 마이클 톰세트가 1972년 특허로 등록합니다.

이미지센서의 개념을 제시한 사람이 아닌 조지 스미스, 윌러드 보일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초 개념을 제시한 덕분입니다. CCD는 가장 겉면에 우물구조(전자를 담는 그릇)의 반도체가 마련되어 있고 실리콘산화막 위에 금속배선층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밖에서 빛이 들어오면 전자가 발생하고, 이 전자를 우물구조로 끌어들인 다음 반복해서 금속배선층에 전압을 걸어주면 전하량을 측정할 수 있는 원리죠. 여기서 빛을 전자로 바꿔주는 영역을 ‘포토다이오드(PD)’라고 합니다.

CCD는 그 원리상 차례차례 우물을 비우고 채워가며 데이터를 전달합니다. 그러다보니 스미어(Smear)와 블루밍(Blooming)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스미어 현상은 빛이 강하고 많이 들어올 때 발생하는데요. 앞서 설명한 우물에 전자가 넘치는 경우를 말합니다. 태생적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데이터가 이동하다보니 길쭉한 선이 사진에 찍히게 되죠. 보통 세로줄이 나오는데 이는 주로 수평보다는 수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블루밍 현상은 밝은 빛을 중심으로 원형으로 퍼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스미어 현상과 마찬가지로 우물구조의 한계로 인해 나타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물에서 또 다른 우물로 빨리 전자를 옮기거나, 우물 자체의 깊이를 더 파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습니다. 구조가 복잡해지고 가격도 비싸지니 그렇습니다.

몇 가지 단점이 있긴 했지만 CCD는 첫 등장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이야 디지털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 게 당연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필름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후로도 필름은 2000년대 중반까지 명맥을 이어가다가 지금은 쓰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도중에 CCD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 전송 방식을 바꾸고 빛의 삼원색인 레드(R), 그린(G), 블루(B)를 각각 담아내는 3CCD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물론 가격은 무척 비쌌습니다.

새로운 반도체 기술의 접목

CCD가 득세하던 시절 조심스럽게 새로운 이미지센서가 쓰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상보형 금속산화 반도체(Complementary Metal–Oxide Semiconductor, CMOS)입니다. CCD가 우물구조를 이용했다면, CMOS는 빛을 전자로 바꿔주는 PD마다 트랜지스터가 마련되어 있어 곧바로 디지털 신호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빛이 PD로 들어와서 디지털로 바뀌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합니다. 처음부터 디지털 신호를 전송하기 위해 설계됐으니 세세한 신호를 분별할 필요가 없었죠.

원래 신호, 바꿔 말하면 빛에서 만들어진 전자를 디지털로 바꾸려면 따로 변환기가 있어야 합니다. 이 역할을 아날로그 디지털 컨버터(ADC)가 담당합니다. 반대의 경우는 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DAC)가 되겠죠. CMOS의 ADC는 CCD와 달리 PD에 하나씩 달라붙어 있는데 모두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쉽게 말해 약간씩 오차가 있어서 결과적으로 정확하게 전자를 전달하지 못합니다. 이때 노이즈가 발생하죠.

그럼에도 CMOS는 CCD보다 확실히 전기도 덜먹고 크기가 작으며, 결정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카메라와 같은 기기에 사용하지는 못했고 상대적으로 적용이 손쉬운 스캐너부터 쓰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CCD를 내장한 스캐너보다 유리한 점이 많았으니까요.

초기 CMOS는 ‘전면조사형(Frontside illumination, FSI)’이 일방적이었습니다. FSI 방식은 마이크로렌즈와 RGB의 컬러필터를 거친 빛이 금속배선층에 가려 PD에 원하는 만큼 도달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후면조사형(Backside illumination, BSI)’ 설계를 도입하게 됩니다.

BSI는 수광부(빛을 받아들이는 부분)를 센서의 가장 윗부분으로 옮겨 수광율을 높인 것이 핵심입니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많이 받아들일수록 더 성능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BSI도 화소를 높이는 과정에서 픽셀과 픽셀 사이의 간격이 좁아짐에 따라 서로 간섭현상이 늘어나고 있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지게 됐습니다

FSI에서 BSI로! 적층으로 발전하다

3 (32).png▲ PDAF 기술을 내장한 CIS는 색의 대비(콘트라스트)로 초점을 잡는 기존 제품과 비교해 속도가 훨씬 빠르다.

BSI의 가장 큰 해결과제는 암전류(dark current) 개선에 있습니다. 말 그대로 빛이 닿지도 않았는데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뜻합니다. 같은 크기(판형)에서 트랜지스터 집적도를 높여 해상도를 높이고 성능을 개선해왔던 CMOS 이미지센서(CIS)의 한계이기도 합니다. 물론 판형을 더 키우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상업용 카메라라면 모를까 크기가 작은 스마트폰에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4 (27).png▲ 최신 CIS는 적층형으로 만들어 성능을 높이는 추세다.

몇 년 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의 화소수가 1600만 화소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은 ‘위상 검출 자동초점(Phase Detection Auto Focus, PDAF)’이나 실리콘관통전극(Through Silicon Via, TSV)을 이용해 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ISP)와 CIS를 하나로 통합하는 적층 기술이 적극적으로 접목되는 추세입니다. PDAF 기술을 내장한 CIS는 색의 대비(콘트라스트)로 초점을 잡는 기존 제품과 비교해 속도가 월등히 빠릅니다. PDAF는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한 쌍으로 나누어 위상 차이를 비교함으로써 초점이 맞았는지를 판단해서죠.

새로운 유전체(誘電體, dielectric material)를 통해서 재료를 바꾸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화알루미늄(Al2O3), 산화지르코늄(ZrO2), 산화하프늄(HfO2) 등이 대체 물질 후보로 물망에 오른 상태입니다. 특히 하프늄(Hf)과 산소(O)을 결합한 HfO2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HfO2는 강유전체 메모리(Ferroelectric Random Access Memory, F램)의 핵심 재료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CIS 사업에 열의 보이는 SK하이닉스

이미지센서, 특히 CIS는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만 하더라도 처음에는 뒷면에 1개, 다음은 앞면에 1개를 더해 2개가 일반적이었으나, 최신 모델은 뒷면에 듀얼 카메라를 장착하는 추세입니다. 모두 3개의 CIS가 쓰이는 셈이네요. 자율주행차에서도 CIS는 핵심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로프먼트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자동차에 탑재되는 센서는 29개 이상에 달하고 관련한 전체 시장규모는 360억달러(약 40조68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는데요. 이 가운데 서라운드 카메라의 시장규모가 87억달러(약 9조8300억원)으로 가장 덩치가 컸습니다. 그만큼 널리 쓰인다는 이야기입니다.

몇 년 전부터 SK하이닉스는 CIS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는 200mm 웨이퍼로만 생산 중에 있지만 고화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300mm 웨이퍼로도 양산한다는 계획입니다. 아직 큰 도약까지는 아니지만 차근차근 기초부터 다시 쌓아올리고 있을 정도로 진지합니다. D램, 낸드플래시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매김해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한층 높이기 바라며 지금도 묵묵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연구원 여러분께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오늘 알아본 이미지 센서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도화 된 카메라의 화질 노이즈를 결정하는 눈이자 심장입니다. 1990년대 중반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된 이후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드론, 보안카메라, 자동차, 로봇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주요부품으로 들어가고 있지요. 최근 이미지 센서의 기술이 향상되고 활용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관련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이미지센서를 응용한 제품개발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미지 센서, 과연 미래에는 어떤 형태로 발전을 거듭할 지 궁금해집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이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