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슬러리*, 패드 등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모재는 제조 공정을 거치면서 사용되고 버려진다. 특히, 소모재는 폐기 과정에서 탄소와 유해가스 배출로 인해 환경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이를 처리하기 위한 비용도 발생된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웨이퍼 연마 과정에 사용되는 소모재인 CMP* 패드(이하 패드)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뉴스룸은 기술 개발 주역들(C&C기술 조재원 팀장, 김경원 TL, 강주원 TL, 이준철 TL, FE구매 김희준 TL)을 만나 개발 과정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슬러리(Slurry): 웨이퍼 표면의 스크래치를 방지하고 공정 제어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접촉면에 도포하는 연마액
* 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반도체 주요 공정 중 하나로, 웨이퍼 표면에 입혀진 박막에 발생된 요철이나 굴곡을 화학/기계적 요소를 통해 연마(Polishing)해 평탄화(Planarization)하는 공정
고성능 반도체 칩을 만드는 기초 공사, ‘CMP 공정’
반도체는 웨이퍼 위에 회로와 소자를 여러 층으로 쌓아 만들어지는데, 이때 각 층을 고르게 쌓기 위해 웨이퍼 표면을 갈아내고 물질을 제거해 평탄화하는 CMP 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공정을 거치지 않으면 회로와 소자 층이 울퉁불퉁해져 배선의 폭이나 막의 두께가 균일해지지 않아 전기 신호가 원활하게 흐르지 못한다.
제조 공정을 거치면서 웨이퍼 표면에 입혀진 박막에는 요철이나 굴곡이 발생된다. 이때 굴곡을 매끈하게 가다듬는 CMP 공정을 거친다. 즉, 이 공정은 화학/기계적 요소를 통해 연마해 표면을 평탄화시키는 과정이다. 연마에 사용되는 패드는 사포처럼 거칠거칠한 표면의 성질을 갖고 있어 물리적으로 웨이퍼를 갈고, 척(Chuck)은 웨이퍼를 고정시키기 위해 진공 상태로 웨이퍼를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또, 슬러리(Slurry)는 화학적으로 웨이퍼를 연마하기 위해 용액을 도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패드 컨디셔너(Pad Conditioner)는 웨이퍼를 연마하는 과정에서 마찰로 굴곡진 패드가 마모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패드 위에 남은 웨이퍼 잔여물이나 슬러리 등을 제거해 패드 돌기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 CMP 공정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는 C&C기술 강주원 TL
CMP 공정은 반도체 고성능화, 미세화에 따라 그 역할과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C&C기술 강주원 TL은 설명했다.
“고성능 반도체 칩일수록 웨이퍼 위에 더 많은 층을 증착하고 더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과정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연마의 회수는 증가하고, 더 정밀하게 공정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패드 재활용으로 환경 보호와 비용 절감, 일석이조의 해법을 찾다
CMP 공정의 역할이 커지면서 소모재 사용량은 가파르게 늘었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폐기량도 많아졌다. 실제로 2019년 224톤이었던 소모재 폐기물은 2022년 282톤으로 26% 증가했다.
생산성과 ESG 관점에서 유관 조직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한 C&C기술 조재원 팀장은 CMP 공정의 많은 폐기량을 줄일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소모재 중 패드를 재활용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 ‘22년 SK하이닉스의 CMP 소모재 사용 비중. 패드는 실제 CMP 소모재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패드는 CMP 소모재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교체 주기가 짧아 폐기량이 많습니다. 게다가 패드의 주 재료인 폴리우레탄은 석유에서 추출되는 고분자화합물로 자연 분해가 어렵고 소각 과정에서 상당한 유해가스가 배출됩니다. 결과적으로 패드를 재활용하면 소모재 사용량을 줄여 비용 절감과 동시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패드를 재활용했을 때의 경제성에 대해 언급하는 FE구매 김희준 TL
FE구매 김희준 TL은 “회사에서 사용하는 패드는 매월 1만 개 이상”이라며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함께 패드의 사용량도 증가하는 추이라 선제적으로 재활용을 추진했다”고 기술 개발의 배경에 대해 덧붙였다.
마침내, 완벽한 CMP 패드 재활용 기술 개발에 성공하다
▲ 재활용 패드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설명하는 조재원 팀장(가운데)
‘성능 보장, 장비와의 호환성, 환경 보호, 경제성’ 등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재활용 패드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 여기에 조건이 하나 더해졌는데 바로 ‘SK하이닉스 고유의 기술’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 팀장은 “이미 시장에 패드를 재활용하고 있는 경쟁사의 특허가 있었다”며 “타사 특허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갖춘 우리만의 독창적인 솔루션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개발 초기 상황을 설명했다.
▲ 재활용 패드 샘플의 표면을 확인하는 C&C기술 김경원 TL
C&C기술 김경원 TL은 “패드의 핵심은 표면 패턴에 있습니다. 패드의 패턴이 닳아 없어져 사용 가치를 상실하는 것인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 패드에 패턴을 다시 구성하여 새로운 패드와 동등한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사양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함께 논의했습니다.” 패턴 재구성을 성공하면 경쟁사 대비 높은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 재활용 패드의 사양과 가능한 패턴의 범위를 정하기 위해 논의하는 개발 주역들
이처럼 방향을 정한 후 기술 개발을 본격화했다. 조재원 팀장과 김경원 TL은 협력사와 함께 패드를 재활용할 수 있는 사양과 패턴의 범위를 고려해 제작 방법을 연구했고, 이준철 TL과 강주원 TL은 재활용 패드 샘플을 실제 공정에 적용해 검증했다. 마지막으로 FE구매 김희준 TL은 경제성을 검토했다.
▲ 성공적인 재활용 패드의 사양에 대해 설명하는 C&C기술 이준철 TL
마침내 지난 10월 이들은 프로젝트 착수 10개월 만에 신품 패드와 동일한 성능의 재활용 패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준철 TL은 “웨이퍼에 테스트한 결과 실제 양산 공정에 적용했을 때도 신품과 재활용 패드의 성능 차이가 없다는 것이 데이터로 증명돼, 내년부터 다른 CMP 공정에 비해 난이도가 낮고 오류 발생에 의한 리스크가 작은 Touch CMP* 공정에 재활용 패드를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 Touch CMP: 웨이퍼 표면의 작은 입자와 잔여물을 닦아내는 공정
김경원 TL은 Touch CMP 공정에 재활용 패드를 적용하면 기존 1회용 패드를 사용했을 때 대비 약 12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또, “이 공정에서만 연간 몇 톤의 패드 폐기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소각 시 발생되는 질소산화물 등의 유해가스도 함께 감소한다는 의미”라고 환경적인 이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 개발에 성공한 CMP 패드 재활용 샘플을 들고 웃는 구성원들 (왼쪽부터 강주원 TL, 이준철 TL, 조재원 팀장, 김경원 TL, 김희준 TL)
“내년에는 사용을 다한 패드에서 원재료와 원료로 추출해 환경 오염을 줄임과 동시에 자원 선순환도 도모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기술로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