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서비스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그 서비스의 이름은 ‘클럽하우스(Clubhouse)’. IOS 운영체제에서만 서비스하고 있는데도 현재 가장 뜨거운 오디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자, 소셜 미디어로 등극했다. 클럽하우스가 이토록 큰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별다를 것 없던 오디오 앱, 발상의 전환 통해 대세 소셜 미디어가 되다
클럽하우스는 2020년 3월 폴 데이비슨(Paul Davison)과 로언 세스(Rohan Seth)에 의해 만들어졌다. 폴 데이비슨은 여러 앱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기업을 판매하는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 새로운 기업을 계속해서 창립하는 기업가)이고, 로언 세스는 구글을 비롯해 여러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엔지니어다. 이들은 원래 세스의 자녀인 리디아의 희귀 유전 질병 치료를 위한 펀딩 사이트1)를 만들고 다른 아이들의 치료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이 펀딩 사이트는 성공적으로 운영됐고, 이들은 이후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다 함께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다.
1) https://www.lydianaccelerator.org/
이들이 처음 만든 앱은 2019년 12월 1일 공개된 ‘토크쇼(Talk show)’로, 팟캐스트를 라디오처럼 생방송으로 듣는 앱이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시청자가 진행자의 음성만 들을 수 있어, 유튜브 라이브나 일반적인 라디오와 큰 차별성이 없었다. 토크쇼의 이런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청취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다시 출시한 서비스가 ‘클럽하우스’다.
클럽하우스는 기본적으로 초대장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가입한 사람들에게는 두 장의 초대장이 주어지며, 방을 개설해 운영하면 초대장을 계속 더 보낼 수 있다. 기존 참가자들에게는 보상(초대장)을 줘서 참여를 활성화하고, 그 초대장에는 ‘관계성’과 ‘희소성’을 부여해 미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파티에 갈 수 있는 ‘초대장’을 그 파티의 주최자나 파티 참가자에게서만 받을 수 있다면? 누구나 그 초대장을 받고 싶어할 것이다. 클럽하우스는 그렇게 입소문을 탔고, 무서운 기세로 가입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2월 16일 기준 클럽하우스의 글로벌 다운로드 건수는 810만 건이다. 2월 1일 350만 건에서 2주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북미에서 초대장을 받은 이들이 빠르게 초대장을 나눠주며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클럽하우스, 어떻게 대세 앱이 됐나? 초기 급성장 비결은 ‘다양성’ 확보!
클럽하우스가 실리콘밸리에서 빠르게 주목받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초창기에는 폴 데이비슨이 앞서 여러 서비스를 성공시킨 전도유망한 사업가라는 것이 도움이 됐다. 폴 데이비슨은 과거 ‘젠리’보다 먼저 위치 공유 앱인 ‘하이라이트’을 내놓고, 암호화폐 거래소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등 여러 인기 서비스를 출시해 성공시킨 바 있다. 세스 로언도 엔지니어로서 구글 지도, 안드로이드 일부 기능, 위치 추적 등의 서비스를 개발한 경험이 있다. 이들의 이 같은 ‘이력’은 빠르게 투자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운영자금을 모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유명 투자자들이 유입되면 서비스의 홍보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클럽하우스의 경우 유명 벤처 캐피털인 호로위츠 재단의 앤드리슨 호로위츠(Andereessen Horowitz)가 투자한 것이 이후 서비스 방향성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호로위츠 재단의 설립자 펠리시아 호로위츠(Felicia Horowitz)는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흑인 여성이다. 단순히 흑인 여성이 투자했다고 해서 방향성 정립에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이 흐름은 실리콘밸리에서 지속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논란과 관련이 있다. 이전부터 실리콘밸리에서는 ‘백인 남성’만이 창업하고 창업에 실제로 유리한 투자를 받는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
호로위츠 재단의 투자를 받은 클럽하우스 앱은 그 영향력 덕분에 초창기 흑인 커뮤니티 성향을 띠게 됐고, 시작부터 실리콘밸리에서 그렇게 확보하고 싶어하는 ‘다양성’ 키워드를 확보할 수 있었다. 만약 클럽하우스가 ‘테크브로(Tech bro)’2)만의 서비스라는 인식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면 기술 위주의 이야기가 오가는 비인기 앱이 될 가능성이 높았겠지만, 실제로는 래퍼 50센트가 직접 음악을 틀고 NBA에 대해 토론하거나 흑인 인권을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며 미국 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2)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주로 미국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백인 남성인 것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용어.
실제로 흑인들이 주로 가입한 것은 2020년 5월에서 7월 사이인데, 이 시점은 앤드리신 호로위츠가 투자한 이후였다.3) 이런 영향으로 클럽하우스에는 초창기부터 다양한 흑인 음악가나 인권 운동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이를 통해 흑인 커뮤니티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3) https://www.cnbc.com/2021/01/10/black-users-turned-social-app-clubhouse-from-drab-to-fun.html
그 결과 클럽하우스는 현재 기업가치 14억 달러 이상(약 1조 5,523억 원)으로 평가받는 대세 앱으로 성장했다. 출시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는 사용할 수도 없는 서비스가 이토록 빠르게 성장한 것은 모바일 시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유명인들에게 사랑받는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쉽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도 강점
이 앱의 요체는 실시간 음성 대화지만, 페이스북 등장 이후 10년간 이어온 소셜 미디어 시스템의 강점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지인과의 대화도 가능하지만, 사실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끈 데에는 팔로우(Follow)한 유명인들이 개설한 대화방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 의미에서 클럽하우스는 음성 채팅 서비스라기보다는 소셜 미디어에 가깝다. 단지 그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방법이 이미지나 영상, 텍스트가 아닌 음성이었을 뿐이다.
실제로 클럽하우스가 다양성을 확보해 ‘힙(HIP)한’ 이미지를 얻은 직후, 오프라 윈프리, 일론 머스크, 드레이크, 자레드 레토 등 다양한 유명인들이 유입되며 유명세를 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클럽하우스를 적극적으로 알린 유명인은 오랫동안 클럽하우스 앱 아이콘의 얼굴로 활약한 보마니 엑스(Bomani X)다.
대화방에서 주로 기타를 연주하며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클럽하우스의 가능성을 엿본 보마니 엑스는 노엘 체스넛 윗모어(Noelle Chesnut Whitmore)와 함께 흑인들의 정체성에 가까운 뮤지컬인 ‘라이온 킹(The Lion King)’의 클럽하우스 버전을 만들었다. 성우를 섭외해 앱 내에서 뮤지컬을 음성으로 완벽 재현한 것. 당시 그들의 클럽하우스 대화방은 당시 최대 수용 인원인 5,000명에 육박했다.
국내에서도 기업인, 최고 경영자, 연예인 등 많은 유명인들이 빠르게 클럽하우스에 가입해 화제가 됐고, 일반인들도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면 이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도입 초기 가입자가 폭증했다. 이는 지금도 클럽하우스가 다른 앱과 구별되는 큰 강점이다.
유명인들은 실시간으로 중요한 정보들을 쏟아내고, 이를 접하는 일반인들은 그들이 주도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 트렌드에 뒤처져 고립될 수 있다는 고립공포감(FOMO, fear of missing out)에 시달리기도 한다. 고립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지만, 그중 클럽하우스처럼 간편한 수단은 흔치 않다.
클럽하우스의 인터페이스는 쉽고 재미있다. 이전까지는 가장 쉽고 접근성이 좋은 실시간 음성채팅 앱으로 디스코드(Discord)가 첫손에 꼽혔지만, 클럽하우스는 디스코드보다도 더 쉽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다.
기존에 실시간 대화 기능을 제공해온 서비스들은 주제별로 카테고리를 구분해 대화방을 개설해야 하고, 참여할 때도 관심사에 맞춰 분류된 카테고리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했다. 반면, 클럽하우스는 ‘관심 있는 사람과의 실시간 음성 대화’라는 서비스의 본질에만 집중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관심사를 입력하면 관련된 유명인들을 쉽게 팔로우할 수 있고, 그들이 어떤 대화방에 참여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원한다면 그 대화방에 바로 참여할 수도 있다. 대화방에서는 화면을 보면서 누가 말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오디오 채팅 기능은 전 세계 모든 메신저 앱에 기본으로 탑재돼 있지만, 이처럼 소셜 미디어에 핏(Fit)한 기능은 클럽하우스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클럽하우스는 사용자와 함께 계속 진화 중…창업자들 “안드로이드 앱도 개발 중”
2월 초 클럽하우스가 국내에 등장했을 때는 주로 기술에 민감한 기업가들이 참여해 기술이나 생산성에 대한 대화방들을 운영했다. 당시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실리콘밸리에서 구인 중이라며 한국인들의 지원을 독려하기도 했고, 유명 기업가들은 대화방에서 소비자나 구직자에게 직접 질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생기는 방들은 생산성 방향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개인들의 소소한 공감이나 소통을 위한 대화방이 꾸준히 개설되고 있으며, 강연을 목적으로 하거나 환경, 인권 등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을 위한 대화방도 등장하고 있다.
지금 화제의 중심에 있는 대화방을 꼽자면 연예인 성대모사 방을 꼽을 수 있다. 성대모사를 선보일 기회가 없었던 일반인들이 대화방을 만들고 프로필 사진을 바꾼 뒤, 마치 그 연예인인 것처럼 성대모사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스타가 돼가고 있다.
이외에도 스타벅스 음악방, 각종 일반인 라이브, 먹방, 고양이나 강아지 소리를 들려주는 방 등 그동안 주류 인터넷 문화에서 흔히 등장했던 모든 ‘소리’가 클럽하우스로 모이고 있다. 그야말로 ‘인터넷 문화의 용광로’라고 부를 만하다.
한때는 클럽하우스가 의도적으로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루머도 돌았다. 하지만 두 창업자는 전 세계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운영체계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주장했고, 클럽하우스를 통해 “현재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 분야에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고 밝혀 이런 ‘오해’를 불식시켰다.
두 창업자는 앞으로 클럽하우스가 어떠한 형태의 서비스가 될지에 대해서도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들은 모든 층의 사용자를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일부 유료화 모델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똑똑한 운영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클럽하우스’, 미래 전망은?
클럽하우스는 초창기 앱 흥행에 지대한 영향을 준 보마니 엑스의 사진을 앱 아이콘으로 지정하고 감사를 표하는 등 흑인 커뮤니티를 끌어안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펼쳐왔다. 이를 통해 구축한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이미지는 초대장과 더불어 클럽하우스를 상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고, 이를 통해 ‘힙하다’는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인터페이스가 쉽고 소셜 미디어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만큼, 다양한 사용자층을 확보하는 데에도 유리했다. 누군가는 보여주고 다른 누군가는 보기만 하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만 가능했던 다른 소셜 미디어와 달리, 실시간으로 참여자가 서로 양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며 가장 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뽑도록 구조를 설계한 것 역시 주효했다.
클럽하우스는 틱톡처럼 앞으로 많은 테크 공룡들의 도전을 받을 것이다. 틱톡에게는 충분한 사용자를 모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클럽하우스는 그렇지 못했다. 클럽하우스의 성공에서 영감을 얻은 기업들이 앞다퉈 실시간 오디오 앱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 틱톡이 흥행하자 틱톡과 유사한 앱이 쏟아진 것처럼, 올해 하반기에는 클럽하우스와 비슷한 앱이 쏟아질 수도 있다. 그들의 도전에 클럽하우스가 어떻게 맞설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