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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SK하이닉스의 미래를 만든다'고 꾸준히 강조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내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사내 혁신 아이디어를 키워 반도체 기술력을 높이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하이개라지(HiGarage)’가 시작되었죠. 생각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사업화까지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회사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점에 의미가 큰데요. 지난 편에 이어 오늘 만나볼 하이개라지 1기의 또 다른 주인공, 바로 칠러 국산화를 넘어 세계 넘버원을 꿈꾸는 ‘차고 엔지니어링’팀의 김형규 기장입니다.

차고에서 키우는 '칠러 국산화'의 꿈

‘차고 엔지니어링’, 김형규 기장의 팀 명입니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차고에서 시작한 아이디어로 세계를 움직일 결과를 만들고자 하는 원대한 포부가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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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형규 기장입니다. 저는 12년간 N-WT 제조기술팀에서 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맡았습니다. 하이개라지 프로젝트로 선정되기 전까진 현장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퇴근 후 혼자 연구했는데, 지금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어져 벌써부터 결과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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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규 기장이 주목한 아이디어는 ‘칠러(Chiller)의 국산화’입니다. 칠러란 반도체 공정에서 온도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온도 조절 장치입니다.

칠러는 반도체 외에도 대부분의 산업에서 사용되고 일정 부분 국산화가 되어 있지만, 반도체 공정별로 살펴보면 아직 국내 기술력으로 국산화되지 못한 공정이 상당 부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인데요. 특히 Test 공정의 칠러는 공정 상황과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외국 제품이 사용되고 있고 그 결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당장 해결할 수 없어 1~2주일을 그냥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죠. 이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부딪친 김 기장은 ‘왜 국산화가 안 됐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반도체 P&T 칠러의 경우 영하 70도의 극저온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죠. 그런데 제가 수년간 직접 분석해 보니 충분히 개발 가능성이 있었어요. 회사에서 한 발짝 벗어나 좀 더 시야를 넓혀보니 그동안 몰랐던 것들이 보이면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기술 개발 넘어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성능과 효율이 개선되어 필요한 공정에 딱 맞는 온도로 냉각시키는 기술, 이것이 김형규 기장이 자체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인데요. 이는 장비 기술 하나, 냉각 기술 하나만으로는 할 수 없는 복잡하고 종합적인 분야입니다. 이론과 실무 그리고 경험이 충분해야 하나의 칠러를 개발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김형규 기장은 발로 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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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칠러라는 아이템은 10년도 넘게 연구해오던 것입니다. 입사 초부터 연구하면서 하나씩 뜯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죠. 팀장님과 팀원들이 같이 문제를 풀어주셨고, 필요하다면 학교로 현장으로 그 누구든 만났습니다.”

 

회사뿐만 아니라 집 베란다에 작은 연구실을 만들어 취미처럼 이론과 실무를 경험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지하 연구실을 따로 얻어 퇴근 후에도 칠러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그간 연구를 바탕으로 칠러를 직접 제작해보며 SK하이닉스를 넘어 칠러가 쓰이는 새로운 환경을 경험했습니다. 이때 고민한 것이 바로 ‘칠러 생태계’입니다.

김 기장이 생각한 칠러 생태계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펌프 전문가, 용접 전문가, 제어 전문가, 학식이 높은 전문가 등 칠러 관련 전문가를 한 데 묶어주는 인프라입니다. 또 하나는 리퍼비시 칠러(Refurbish Chiller) 사업입니다. 칠러의 사용 기준은 사업마다 다른데요. 한 사업에서 기준에 안 맞는 칠러가 있을 때, 해당 칠러를 보다 넓은 기준을 가진 분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또 칠러 부품을 재사용하여 장비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이를 통해 산업 폐기물을 줄여 온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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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아이디어는 오랜 연구를 거쳐온 만큼 세세한 오류를 없애고 용도에 맞게 안정화시키는 등 현실적인 문제만을 남겨두고 있어요. 물론 쉽지 않겠죠. 오는 9월 말 시제품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함께하는 팀원들이 있기에 든든합니다.”

 

기술, 그 끝엔 결국 사람

입사 후 줄곧 칠러에 집중해온 김형규 기장은 SK하이닉스 내에서도 알아주는 ‘칠러 명장’입니다. 기장 또는 입사 15년 차 이상 생산직 구성원 중 기술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은 기술자에게만 부여되는 기술명장을 입사 11년 차에 받을 정도니까요. 그러나 그에게 기술명장이라는 명예보다 더 소중한 것은 11년간 칠러를 만지며 얻은 현장 경험입니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 역시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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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안전점검은 사람이 직접 가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한 곳은 괜찮지만 어둡고 위험한 곳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데요. 칠러가 위치한 곳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환경에 대한 진단 리포트를 내는 기능을 칠러에 탑재한다면 냉각장치 외 안전관리자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직접 사용하다 보니 생기는 아이디어입니다.”

 

칠러의 국산화, 인프라 구축, 안전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IoT 칠러까지 김형규 기장의 아이디어엔 이처럼 사람에 대한 배려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 개발에 머무는 것이 아닌, 기술로 인해 선순환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만의 차고에서 칠러와 씨름 중입니다. 같은 꿈을 꾸는 팀원들과 토론 중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만나며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천하는 개발자 김형규 기장이 꿈을 꾼다는 자체가 더불어 가는 세상을 만드는 과정인 것 같아 절로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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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칠러, 이곳 저의 차고 안에 있습니다. 기술로써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하이개라지와 정부지원금으로 회사 밖 경기도 화성에 자리 잡은 김형규 기장은 밖으로 나오니 시야가 더 넓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차고 엔지니어링’이라는 팀 명처럼 벤처 정신을 실현할 수 있어 도전정신이 샘솟는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제공해준 이 ‘실천의 기회’가 젊은 기술명장에게 날개를 달아준 듯한데요. 이 날개가 세계를 향해 활짝 펼 수 있길, 김형규 기장의 꿈과 목표가 곧 다가올 현실이 되길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