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인류가 처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하고, 동시에 기술 간의 융합이 빠르게 이루어지며 창의적인 가치들이 창출되고 있다.

이에 초거대 AI에서부터 로봇, 스마트모빌리티, 웹 3.0, 메타버스라는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책임질 최신 테크 트렌드를 5편의 시리즈로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이 칼럼을 통해 얻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각 기술이 어떻게 연계되고, 어떤 방향으로 발전되고 있는지 ‘흐름’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 주)

스마트폰이 일상의 도구가 된 지금, 이제 인류는 웹(Web)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웹이란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용자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웹은 1990년 보급돼 웹 1.0과 2.0을 거쳐 3.0으로 발전했다.

아직 웹 3.0이 낯설 수 있지만,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도 작년 12월에 웹 3.0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스타벅스 오디세이’를 베타 출시했고, 올해 3월에 이 서비스에서 발행한 최초 한정판 NFT* 2,000장이 18분 만에 완판돼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화제가 된 웹 3.0이란 무엇인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아보자.

*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일종의 권리 증명서. 원본과 복사본을 구별할 수 없어 저작권을 보호받을 수 없는 디지털 자산(이미지, 노래, 영상, 캐릭터, 문서 등)의 원작자,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생겨났다. 코인과의 차이점은 코인은 코인끼리 서로 동일한 가치를 지니지만, NFT는 땅 문서, 집 문서처럼 개별로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서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방향 소통 웹 1.0에서 양방향 소통 웹 2.0까지

웹은 1989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가 개발했다. 웹의 최초 목적은 연구자들의 정보 교환이었으나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웹브라우저와 야후 같은 검색 서비스가 탄생하며 빠르게 대중에게 퍼져나갔다.

대략 1991년부터 2003년까지를 웹 1.0으로 구분한다. 웹 1.0 시대에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정보를 읽고 소비하는 것만 가능했기 때문에 ‘읽기 전용(Read Only)’이라는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 시기 사용자들의 웹 활동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고,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등 정보를 구하는 행태가 주류였다.

웹 1.0은 일방향 소통만 가능하고 주도하는 조직이 기업이었다면, 웹 2.0부터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지고 이끌어나가는 조직이 플랫폼으로 바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용자들은 정보의 소비자에서 위키피디아, 블로그 같은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페이스북 같은 SNS의 출현으로 ‘좋아요’, 댓글 같은 상호작용도 더욱 활발해졌다. 공급자 위주의 웹 1.0과 비교하면 웹 2.0은 사용자 중심으로 진보해 정보의 양방향 교류가 가능해진 것이다. 웹 2.0은 ‘참여, 공유, 개방’을 표방하며 인터넷을 통해 풍부한 정보가 생성되고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웹 2.0은 시간이 흐르면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빅테크 기업들의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기록되는 수많은 데이터들이 기업의 중앙 서버에 모이게 되고, 이들이 데이터의 통제권을 지니게 되면서 개인정보 침해, 시장 독점, 정보 손실 가능성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웹의 범위가 넓어지고 유통되는 데이터의 양이 방대해지면서 웹 2.0을 둘러싼 문제의식은 점점 커졌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드러난 중앙집중형 웹 2.0 플랫폼의 한계

먼저 웹 3.0을 이해하기 전 웹 2.0의 문제가 가시화된 사건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2022년 10월 중순, 판교의 한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진화를 위해 센터 전체 전원이 차단되면서 3만 2,000 대의 서버 기능이 중단됐고, 이로 인해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많은 앱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했다. 이날의 셧다운 사태는 웹이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중앙집중화된 플랫폼이 멈추면 일상이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러한 데이터센터 사고는 국내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2011년 4월, 아마존의 미국 동부 데이터센터에 정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IT 서비스에 대대적인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미국 대형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과 언론사 뉴욕타임스 등 유명 기업들이 아마존의 데이터센터를 사용했는데, 이 정전으로 이들 기업의 사이트는 최소 하루 이상 마비됐고 일부 사이트는 복구하는 데 4일 가까이 걸렸다.

이외에도 비슷한 사고가 여럿이다. 2022년 6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력 시스템 문제로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운영을 중단하는 사건이 있었고, 같은 해 8월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나 런던 지역을 커버하는 구글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생긴 바 있다.

때문에 애플, 구글,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재난재해 대비와 데이터센터 관리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사고나 해킹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서버가 공격당하거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와 정보를 요구하면서 늘어나는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점점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각 곳에서 사고가 끊이질 않는데 이를 완전히 예방할 방법이 없고 증가하는 데이터 양에 리스크는 커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웹 3.0’의 등장

중앙집중화된 플랫폼 기업들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웹 3.0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웹 3.0은 중앙집중화된 플랫폼 기업들의 문제를 제도나 정책이 아닌 ‘기술적’ 방법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나타난 새로운 인터넷 철학이다.

4▲ 중앙집중화된 웹 구조와 탈중앙화된 웹 구조

웹 3.0의 핵심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탈중앙화 · 분산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특정 기업의 서버에 집중되어 있던 방대한 데이터를 웹 사용자들에게 분산시켜 ‘소유’하도록 해, 본래 웹의 취지였던 ‘웹의 권리는 이용 주체인 사용자에게 있다’는 철학을 실현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원장(장부)을 분산해 데이터는 완벽히 암호화하고, 소유자가 누구인지도 명확히 증명할 수 있어 ‘데이터 소유’가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사용자가 거대 플랫폼 기업을 벗어나 직접 만든 콘텐츠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될 수 있다.

웹 2.0은 양방향 소통으로 웹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으나, 사용자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는 계속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이 플랫폼 기업에만 있었다. 이를 극복하고 데이터의 권리는 원래 주인인 사용자가 가져야 한다는 오랜 철학이 마침내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 웹 3.0의 시대를 연 것이다.

1_표▲ 웹의 단계별 구분(출처: 글로벌 가상자산 투자사 그레이스케일). 위 구분은 기관이나 학계에 의해 명확하게 규정된 것은 아니나, 웹의 역사적 흐름에 따라 큰 변화가 있던 시기와 업계의 기준을 바탕으로 나누었다.

웹 3.0의 개념을 살펴보면 공통되는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탈중앙화(분산)’, ‘소유’, ‘지능형 웹’이다. ‘소유’는 콘텐츠, 데이터(개인정보 및 기록), 인프라 등을 포함한 웹 전반에 대한 권리를 플랫폼 기업이 아닌 사용자가 갖는다는 의미이며, ‘지능형 웹’이란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해 웹의 정보를 이해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웹을 일컫는다. 세 키워드로 웹 3.0의 개념을 정리해 보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탈중앙화된 차세대 지능형 웹’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용자 관점에서의 웹 3.0의 핵심: 보상(Rewards)

개발자 입장에서 바라본 웹 3.0은 블록체인을 통해 데이터베이스가 분산화되고 탈중앙화가 잘 이루어졌는지가 핵심 사항이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내가 지금 이용하고 있는 웹 서비스가 웹 2.0인지 웹 3.0인지 큰 관심이 없다. 사용자가 웹 서비스를 선택하는 기준은 ‘기술(Technology)’이 아닌 ‘가치(Value)’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웹 3.0과 웹 2.0을 구분 짓는 포인트는 블록체인이나 탈중앙화 같은 기술적 개념보다는 ‘웹 2.0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가치가 무엇인가’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본 웹 3.0은 ‘네트워크 혹은 생태계 참여, 소유에 따른 보상(Rewards)이 주어지는 웹’으로 정의될 수 있다. 즉, 사용자가 웹 3.0에서 바라는 가치는 ‘웹 이용에 따른 공정한 보상’이다. ‘유튜브 광고는 내가 보는데 왜 돈은 구글이 다 벌어갈까?’, ‘메타에 글을 올리고 활동은 내가 하는데 돈은 왜 메타가 벌지?’라고 많은 사용자들은 의문을 품는다.

웹 2.0에서는 개인의 데이터를 이용해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웹 3.0에서는 개인이 웹 생태계에 참여함으로써 데이터의 저장, 사용 및 소유권을 가져오게 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여기서 제공되는 보상은 웹 3.0의 블록체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의 진정한 가치는 타인과의 거래와 데이터에 신뢰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신뢰를 보증하는 중앙 기관과 플랫폼 없이도 모든 구성원이 함께 데이터를 검증하고 저장하므로 누군가가 임의로 조작하기가 어렵다. 또한 블록체인 시스템이 유지되려면 참여자들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 참여자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해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대가로 시스템 내에서 생성되는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받는다. 이 보상을 통해 웹 3.0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가 가능해지며, 블록체인 구조를 유지하는 대가로 사용자는 토큰을 받게 된다.

웹 3.0은 웹 이용에 따른 보상과 협력을 동시에 이끌어낸 새로운 경제 모델이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해 사용자가 얻는 보상은 블록체인 구조를 유지하는 힘이 되면서, 사용자들의 자발적 협력을 이끌어내는 장치가 되었다.

개인 중심의 웹 환경으로 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커피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별’이나 ‘프리퀀시’와 같은 일종의 적립 포인트를 제공하는 리워드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스타벅스는 리워드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운영에 힘입어, 웹 3.0의 요소를 도입해 ‘스타벅스 오디세이’라는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고객이 스타벅스 오디세이에서 제시된 미션을 수행하면 ‘여행 스탬프(Journey Stamp)’라는 NFT(대체불가토큰)를 보상으로 지급받는다. 고객은 이 스탬프로 신메뉴 시음, 리저브 매장 특별 이벤트, 농장 견학 등 스타벅스가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고, 스탬프를 타인에게 양도 ·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타벅스가 기존의 리워드 프로그램 외에 스타벅스 오디세이를 추가로 출시한 이유는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을 디지털 세계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제3의 공간은 미국의 도시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의 저서 <정말 좋은 공간(The Great Good Place)>에 소개된 개념으로, 제1의 공간인 집과 제2의 공간인 직장과 구분되는 비공식적 공공장소로서 다른 사람들과 모여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스타벅스는 이제 온라인 세계로 제3의 공간을 확장해 디지털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기존 리워드 프로그램이 회원과 스타벅스 간의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두었다면, 스타벅스 오디세이는 회원 간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중심이 아니라 개인이 주체가 되는 것이 오늘 설명하고자 하는 웹 3.0의 핵심 예시이다.

지금껏 NFT를 언급했지만, 사실 스타벅스는 고객들이 웹 3.0에 대해 알지 못해도 스타벅스 오디세이에서의 경험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당 서비스에서 NFT, 블록체인, 암호화폐 같은 어려운 용어를 배제하고 있다. 고객들을 새로운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온보딩(On Boarding)시키면서 신기술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디지털 자산에 대한 권리를 되돌려주는 스타벅스의 행보가 기대된다.

개인이 주인이 되는 웹 3.0

웹 3.0은 사용자에게 자율성과 개인 정보의 권리를 되돌려준다. 나아가 사용자가 직접 데이터를 수익화할 수 있는 수단도 제공한다. 암호화폐 지갑의 DID*를 사용하면 개인정보를 기업 측 서버에 보관할 필요도 없고 해킹당할 위험도 적다. 웹 3.0에서는 결제나 거래 시스템을 개인이 직접 플랫폼에 구축하고 운영할 수도 있다.

* DID(Decentralized Identity, 탈중앙화 신원증명): 기업이나 중앙시스템에서 개인 정보를 보관하는 기존 방식 대신, 개인이 자신의 정보를 보관하고(개인 소유의 단말기 등에) 인증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 신원증명 기술

웹 2.0의 중심이 기업이었다면 웹 3.0은 개인과 커뮤니티 중심으로 진행된다. 개인은 지금보다 익명화되고 보호되면서 존재감이 커지는 만큼 스스로 책임져야 할 영역 또한 더 커질 것이다. 웹 2.0 플랫폼에 종속되어 편리함을 추구할지, 다소 불편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지만 스스로 내 데이터들을 관리하고 내가 주인이 되는 길을 택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다가올 웹 3.0 시대에서 먼저 기회를 잡고 새로운 부를 창출하기 위해 스타벅스와 같은 기업들은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웹의 대전환기를 맞아 등장한 웹3.0을 외면하기엔 그 범위와 영향력이 너무도 넓고 크다.

FTX와 테라-루나 사태가 일깨워준 ‘신뢰’와 ‘책임’의 중요성

2022년 11월,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Future Exchange)*가 파산했다. 2019년 설립 후 3년 만에 시장 점유율 24%를 차지한 대형 거래소가 한순간에 몰락한 것이다. FTX를 만든 1992년생 CEO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는 ‘코인 계의 워렌 버핏’으로 불리며 성공한 기업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허술한 재무관리와 돌려막기식 암호화폐 가격 높이기로 FTX의 가치는 순식간에 하락했다.

* FTX(Future Exchange): 미국의 유명 공대 MIT출신 샘 뱅크먼-프리드가 2019년 설립한 암호화폐 거래소로 앤티가 바부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Cryptocurrency exchange)란 암호화폐와 화폐를 환전해 주는 거래소인데, 쉽게 설명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달러 같은 화폐로 교환 가능한 곳이다.

더 놀라운 것은 CEO를 비롯한 임원진의 도덕적 해이였다. 임원진은 자금 사용과 관련해 단 한 번의 이사회도 열지 않았고, 회사 자금으로 바하마의 부동산을 구매하고, 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에서 돈을 빌린 후 갚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FTX 파산 사태는 암호화폐 사장에 큰 영향을 미친 테라-루나 사태*가 터진 지 불과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생하여 더 큰 충격을 주었다.

* 테라-루나 사태: 2022년 5월, 암호화폐 테라와 자매 코인인 루나의 가치가 99% 폭락한 사건. 루나는 대형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시가총액 4위에 해당하는 메이저 코인이라 업계에 더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미국의 금융서비스사 셀시우스(Celsius), 헤지펀드사 쓰리애로우즈캐피탈(Three Arrows Capital)이 파산하는 등 전 세계의 코인 시장이 주춤했다.

탈중앙화된 웹 3.0에서는 책임질 조직도 개인도 정부도 없다. 웹 3.0은 커뮤니티의 믿음에 기반하고 있다. 만약 모두의 신뢰가 깨지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그 신뢰를 깨려는 세력이 등장할 때 웹 3.0은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FTX와 테라-루나 사태는 견제 장치도, 보호 장치도 없이 그야말로 말뿐인 탈중앙화를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다. 그들이 만든 코인과 토큰은 회사와 투자자의 탐욕이 만든 거대한 허상이었고, 결국 신뢰가 무너지자 한순간도 방어하지 못하고 허약하게 붕괴됐다.

웹 3.0이 생태계를 구축하고 확장하기 위해서는 신뢰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탈중앙화도 결국은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제대로 작동된다. 탈중앙화에만 연연해 신뢰를 저버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책임 소재가 분명한 웹 2.0에 머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신뢰와 보상을 가치로 한 창작자 중심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웹 3.0의 중요한 특징은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 창작자 경제)란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수익을 만드는 산업을 의미한다. 크리에이터는 유튜버, 인플루언서, 가수, 작가, 디자이너, 예술가 등 콘텐츠를 만들고 창작하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그동안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은 크리에이터들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인해 주도권이 크리에이터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넘어가는 현상을 야기시켰다.

3▲ 크리에이터와 팬은 강한 유대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간다.

웹 3.0 기반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창작자의 정당한 수익을 보장하고, 창작자와 소비자를 보다 밀접하게 연결해 준다. 크리에이터 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유대관계가 강하다. 또한 소셜 토큰(Social Token, 커뮤니티 토큰(Community Token)이라고도 함) 발행을 통해 팬, 회원, 구독자 등이 크리에이터를 지지하면서 생태계가 확장될 수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의 웹 3.0 도입은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웹 3.0으로 기존 사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모델을 갖춘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난다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도 웹 3.0 성장과 함께 더욱 굳건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웹 3.0이 불러오는 세 가지 미래 변화

요약하면 웹 3.0으로 인해 미래에는 ▲웹 구조 변화 ▲일하는 방식의 변화 ▲수익 활동의 변화가 예상된다.

2▲ 웹 3.0으로 인한 미래의 3가지 변화(출처: 도서 <웹 3.0 혁명이 온다>, 지은이 김재필)

웹3.0은 데이터가 소수의 조직에 집중되는 형태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기술로 분산될 것이며, 이에 따라 사용자에게 웹과 데이터의 소유권 부여와 보상이 가능해지면서 토큰과 코인으로 X2E* 서비스가 창출될 것이다.

* X2E(X to Earn, Something to Earn): 웹 3.0에서 X(Something)라는 활동을 통해 보상과 수익을 얻는 모든 방식을 의미한다.

또한 중앙집권형 조직 없이 구성원들이 함께 데이터를 검증하고 저장하는 블록체인의 형태에서 비롯한 ‘탈중앙 자율조직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이하 DAO)’가 확산되면서 일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DAO같은 의사결정 조직을 기업 경영에 적용해 보면, 주주들이 원격 · 익명으로 참여해 경영자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기술의 혁신(블록체인), 서비스의 혁신(X2E), 조직의 혁신(DAO), 이 세 가지의 혁신이 한데 어우러져 웹 3.0이 완성된다. 어느 하나만의 혁신으로는 웹 3.0의 지향하는 바를 이루어 내기 어렵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데이터의 분산과 보상이라는 가치 제공, 그리고 탈중앙 자율 조직 DAO를 통해 웹 3.0의 핵심 이념인 ‘공생’과 ‘탈중앙화’가 구현된다.

웹에서 소유권을 인정받고, 경제활동을 하며,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세상.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불과 몇 년 사이 유튜버라는 직업이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숨 쉬듯 익숙한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웹 3.0이 열어나갈 새로운 세상, 이상이 이루어지는 희망찬 미래이길 기대해 본다.

IT 컨설턴트 김재필 수석연구원

김재필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