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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가 비교적 다른 발명품보다 늦게 등장한 이유는 절연체, 반도체, 도체 특성을 갖는 물체들을 서로 연이어 붙일 때 두 개의 물성 간에 화학적 접합을 시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접합은 2가지 이상을 서로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되지요. 하지만 반도체에서의 화학적 접합은 조건이 있습니다. 두 가지 이상 부품을 서로 갖다 붙이되 접합되어 있는 경계면이 전자 혹은 전자와 상응한 입자들이 접합경계를 타고 넘어 다른 물질로 왕래될 수 있어서 물성적 교류가 발생해야 합니다. 앞에서 MOSFET의 수직축과 수평축을 해석하는 관점을 살펴보았습니다만, 이제 약간 더 깊이 있게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따라서 이번 반도체 여행기는 반도체의 접합면과 그 곳에서 일어나는 기능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반도체 접합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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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의 외적조건(고온, 진공, 플라즈마, 고압)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공정 출처: 유투브

 

물질의 이종(異種)간 결합 중 기체나 액체 상태에서는 물성적 결합이 용이하지만, 고체끼리는 대부분 화학적결합 자체도 불가능해 접촉 그 자체로는 물리적 접합 수준입니다. 그러나 특수한 외적 조건, 즉 준진공 상태라던가 혹은 섭씨 1,000도 가까이 되는 매우 높은 온도일 경우는 고체와 고체의 접합에서도 물성적 교류를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공정에는 준진공, 플라즈마, 고온, 고압 등을 활용한 방식이 자주 이용됩니다. 이는 반도체 장비 가격들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 되면 될수록 극한의 공정 조건들이 더욱 필요해지는 것이지요.

2극 진공관 발명으로 전자공학이 탄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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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부로스 플레밍의 진공관 다이오드, AC교류사용을 거부했던 에디슨의 백열전구 아이디어에 교류를 연결하여 정류한 장치이다. 출처 : Linda Hall Library

 

고체간의 물리적 접합 중 금속과 금속 사이는 유일하게 전자의 이동이 쉽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금속과 반도체, 특히 반도체와 반도체간 단순 물리적 접합면에서는 전자의 이동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전자의 이동은 손쉬운 금속과 기체간의 접합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에디슨의 회사에서 일하던 영국인 엠브로스 플레밍은 백열전구 속에 극판을 하나 더 추가한 에디슨 효과에 전류를 연결해 2극 진공관을 이용한 진공관 다이오드를 만들었습니다(진공관은 전자공학 Electronics란 분야를 탄생시킨 계기를 마련할 정도로 중요한 발명품이지요). 이는 기체 상태로는 낮은 기압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였는데요. 준진공 상태에서 서로 이질적 물질인 금속과 기체의 경계면에서 열전자들을 발생시킨 경우가 되겠습니다(▶ 이전 글 전자의 세계 속으로 바로가기).

진공을 적용한 이유는 챔버 내의 공기 입자들을 가능한 밖으로 많이 뽑아내 주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전자가 진공관 속에서 직진할 때 다른 전자(원자내) 혹은 다른 입자(원자핵 등)들과 부딪치는 경우가 적습니다. 운동장에서 100M 달리기를 할 때 장애물이 없어야 직진으로 잘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고체 반도체 개발, 점을 거쳐 면으로 진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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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딘과 브레튼에 의해 개발된 점 접촉식 최초의 트랜지스터 볼품없는 모습에 언론에서는 발표 당시 냉담한 분위기였습니다. (출처: the Silicon Engine)

 

반면 2극 진공관은 다극 진공관으로 발전을 거듭하였는데, 진공관은 부피가 너무 크다는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진공관으로 연결된 회로를 탑재한 우주 로켓은 로켓 추진체가 부피와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쏠 수 없었습니다.

1948년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미국 벨연구소의 존 바딘과 월터 브레튼에 의해 고체끼리도 전자의 상호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점 접촉식 반도체가 발명되었습니다. 초창기의 진공관 크기를 1/100배 이상 줄인 고체소자가 등장하게 된 것이지요. 실험실에서 연구원 브레튼이 낸 작은 목소리가 점 접촉 트랜지스터를 거치면서 50배 이상의 큰 목소리로 변하여 모여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는 전자를 금속에서 기체로 뽑아내던 기술을 발전시켜, 전자를 반도체에서 반도체로 이동시킨 대혁신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진공관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벨연구소와 유사한 고체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독일이 미국보다 10년쯤 먼저 이를 개발했다면 세계 전쟁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발명이었겠지요.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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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적인 현대 트랜지스터의 모태인 쇼클리의 면접촉식 반도체, 입체적 직육면체를 2차원 단면으로 표시한 JFET 특허 그림 출처: 구글 특허

 

고체 반도체의 점 접합 방식을 발전시켜 3년 뒤인 1951년, 윌리엄 쇼클리가 면 접촉식 바이폴러 트랜지스터(Bipolar Transistor)를 개발하였습니다. 좁은 점 접촉 영역보다는 면이라는 넓은 영역을 통과하는 전자의 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많기 때문에 면 접촉식이 Switching 동작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트랜지스터 발명이라고 하겠습니다.

전자와 정공의 확산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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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형-P형 반도체의 Junction(화학적 접합면)에서 다수 이동자인 전자와 정공의 확산이동

 

JFET(Junction FET)반도체에는 전기적 상호반응이 없는 Junction영역이 두 군데가 있습니다. 이곳을 공핍영역(Depletion Area)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영역은 고체반도체 소자를 생성시킨 직후에는 오히려 전자와 같은 다수 이동자들의 확산반응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던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의 접합지역입니다. 서로 다른 반도체 물질 2개가 화학적 접합이 되면, 다수 이동자(Major Carrier)인 전자와 정공(Hole)이 외부의 에너지 공급이 없어도 서로 상대방 영역으로 침투해서 들어갑니다. (▶ 이전 글 자유전자의 탄생 바로가기)

이는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발생된 확산에너지로부터 동력을 받아서 입니다. 확산에너지의 원천은 농도의 차이입니다. 반도체 내의 농도기울기가 클수록 상대방 불순물 영역으로 들어가는 다수이동자의 확산된 길이가 깊어집니다. 그럼 반도체에서 농도의 본질 무엇일까요? 이것은 단위 체적당 생성된 다수 이동자들의 숫자입니다(혹은 소수이동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수/소수 이동자들은 반도체 공정 중에 만들어 집니다.

반도체 접합면을 만드는 도핑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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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well 속에서 Source단자와 Drain단자가 만들어 낸 두개의 접합면(Junction)을 갖는 트랜지스터

 

그럼 두 개의 접합면을 갖는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봅시다. 먼저 순도 99.99...9% (9-11 : 9라는 숫자가 11개)의 4족 원소와 5족 원소를 높은 온도 챔버 속에서 섞어서 잉곳(Ingot)이란 N형 반도체 덩어리를 만듭니다. 이를 감자칩 같은 Wafer로 자른 후에, 반도체 라인으로 들어오면 N형 반도체 위에 P형 Well을 만듭니다. P-Well은 3족 이온을 N형 반도체 위에 임플란팅하고 나서 고온 확산을 거쳐 형성합니다. 이때 3족 원소로는 붕소만 가능합니다. 같은 3족인 알루미늄이나 인듐 등은 고체 내에서 4족 원소와 섞이는 정도인 고체용해도가 너무 떨어져서 사용하지 못합니다. 화합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인간사회나 물질세상이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그런 뒤 P형 불순물반도체 속으로 농도가 더욱 높은 5족 불순물원소를 강제적으로 주입시키기 위하여 또 다시 고압 이온 임플란팅 방식으로 도핑 시킵니다. 마치 바다에서 떠있는 2개 섬처럼 말입니다. 농도가 높을수록 전자 개수가 많아지므로 전도율은 상승하게 됩니다. 이온 임플란팅 방식의 도핑 시에는 마스크로 5족 원소가 침투할 영역 이외는 차단시킵니다. 5족 불순물이 도핑 되면 고온을 가하여 도핑 된 5족 이온들이 3족 기판 속으로 깊숙이 확산하게 하여 N+형 반도체 영역이 더욱 넓게 도핑 되도록 만듭니다.

그렇게 되면 N+형 반도체와 P형 반도체 사이는 화학적 접합이 되고 그 접합면(Junction)을 통하여 조건만 맞으면 전자 혹은 정공이 자유롭게 이동하게 됩니다. 이동 방식은 외부에서 전위에너지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확산 이동과, 외부에서 각 단자에 전압을 가하였을 때 발생되는 드리프트 전류(Drift Current)가 있는데 이는 다음 시간에 공핍영역과 같이 다루게 되겠습니다.

 

반도체가 Switching 신호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는 적합한 접합면(Junction)의 개발이 제품성공을 좌지우지 합니다. 특히 MOSFET기반의 반도체 동작은 본질적으로는 ‘전자를 어떻게 통과 시키고 통과시킨 전자를 어떻게 이동시킬 것이냐’ 입니다. 본장에서는 전자를 통과시키는 경계면이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반도체 접합면을 통과하는 다수 이동자에 대한 개념과 반도체 공정에서 경계면을 어떻게 생성시키는 지를 간단히 다루었습니다. 다음 장 에서는 통과된 전자로 인한 주변 영역이 어떻게 공핍 상태로 되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반도체 전문 필진] 충북반도체고등학교

진종문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