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자가 활용되는 범위는 전자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화학, 물리, 의학, 기상, 의류 등등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산업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 합니다. 오늘은 반도체를 포함하여 모든 전기적 기기들을 움직이는 원천이자, 모든 만물의 구성 요소 중의 하나인 전자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전자가 반도체 속에서는 어떤 작용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번 포스팅을 주목해보세요. 반도체 여행을 하기에 앞서, 전자라는 소립자가 어떻게 발견 됐는지부터 한번 들여다볼까요?
▲ 톰슨이 실험한 크룩스 진공 튜브. (C 음극, A 양극, B 접지, D,E는 자석판), 음극선은 C에서 출발하여 A,B 구멍을 통과한 후, D,E판 사이를 지나 유리관에 부딪쳐서 초록색 빛을 발산한다 (출처: Wikipedia)
원자는 plus 전하를 갖는 원자핵과 minus 전하를 갖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자 내에서 원자핵보다도 매우 작은 질량과 원자핵과 같은 전하량을 몸에 지닌 채 타원운동을 하는 전자모형은 오늘날 형성된 것입니다. 300년 전까지만 해도 물질은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분자가 물질의 최소단위로 알려졌었죠.
먼저 전자가 발견된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까요? 1895년 우리나라에서는 을미사변이 일어나고 2년 후 대한제국을 선포할 격동의 시기에, 영국에서는 1897년 톰슨(Joseph John Thomson)이 미립자를 발견했다고 학회에 발표했습니다. 그는 그 당시에 유럽에서 유행했던 실험인 음극선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실험을 하다가 수소 원자 보다 작은 단위의 미립자에 대한 전하량 대비 질량비(m/e)를 밝혀냈습니다. 톰슨은 미립자에 대한 전하량이나 질량 값이 각각 얼마인지에 대하여는 직접 알아내지는 못하였지만, 전하량 대비 질량비를 알아냈죠. 이는 두 개 항목(전하량 혹은 질량) 중의 하나 즉, 미립자의 전하량을 알아내면 미립자의 질량을 계산해 낼 수 있는 실험 결과였는데요. 이것으로 나중에 조셉 존 톰슨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 아일랜드의 생리학자로 전기 소량의 존재를 주장하고, 전자라고 명명한 스토니(Johnstone Stoney) (출처: Wikipedia)
톰슨의 소립자는 톰슨이 발표하기 23년 전에 이미 아일랜드 물리학자인 스토니(G.J.Stoney)에 의해 확인됐습니다. 그가 전기분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소립자(전자소량:電子素量)’를 발견하고, 스토니는 이를 ‘electron(전자)’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스어로 ‘엘렉트론(electron)’은 소나무의 송진이 오랜 기간 응고되어 형성된 ‘호박’을 의미합니다. 호박을 서로 문지르면 정전기가 발생되는 현상에서 착안한 것이죠. 그런데 스토니는 electron이 원자 내에서 어떤 구성 요소를 갖는지를 추정하거나 가설을 설정해내지는 못하였습니다. (전기분해 과정에서) 전기 현상을 발생시키는 것이 전자라는 것만을 증명해냈죠.
▲ 음극선관 관련 영상(출처: Wikipedia)
1752년 벤자민 플랭클린(미국)에 의해서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번개의 속성이 전기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후에 번개현상을 재현해내기 위한 여러 가지 실험이 진행되었는데요. 초창기에는 대기압에서 ‘음극판(-)’과 ‘양극봉(+)’ 사이에 높은 전압을 걸면 번개와 유사한 방전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도출했습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양극봉을 음극판에서 멀리하거나 양극봉의 방향을 음극판에서 다른 쪽으로 틀면 방전 현상이 없어지고, 서로 가까이 하면 방전 현상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번개가 벼락을 칠 때의 현상을 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런 현상을 대기압이 아니라 진공관 속에서 실시하면, 진공의 압력이 낮아짐에 따라 음극선(-)에서 출발한 선광이 양극(+)으로 들어가면서 더욱 뚜렷해지는 방전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 또한 얻을 수 있었습니다. 300년 전에 골트슈타인(독일)은 이를 음극선이라고 명명했고 그 후 음극선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하여 많은 실험들이 진행됐죠. 결국 음극선은 전자 알갱이의 집합체들이 이동하는 현상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당시 첨단기술이었던 음극관과 관련된 많은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과학자라면 음극관으로 음극선을 실험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니,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되겠죠?
▲ 금속내에서 전자로 인한 에너지의 이동
음극선의 실체가 증명되었고, 또 전기분해 과정을 통하여 전기도 전자들의 이동이라고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전기선 내에서 전자에너지의 이동은 옆 원자와의 연쇄반응으로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것까지 밝혀졌습니다. 다만, 금속 내에서 실질적인 전자들의 평균이동은 빛의 속도보다 훨씬 느리지만(1초에 1mm 이동), 에너지 이동방식이 거의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게 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호수에서 물결파동이 전달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금속 내에서도 자유전자들이 옆 원자들의 최외각전자들의 충돌과 2차 전자방출이 연속 되는 방식으로 에너지가 이동됩니다. 그에 따라 전류도 전자들의 흐름으로 정의하게 되는 것이죠.
▲ Cathode rays을 이용한 전자의 입자적 성질 실험(출처: Wikipedia)
전자가 파동적 성질을 갖고 있지만, 전자의 입자성은 음극선의 성질을 연구하다가 확인되었습니다. 전자가 음극(-)에서 출발한 후, 양극으로 헤엄쳐가는 항로 중간에 금속판을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전자들이 금속판에 부딪쳐서 금속판을 통과하지 못하고 양극봉(+)이 있는 뒷부분에서는 금속과 동일한 형태의 그림자가 생깁니다(독일. 1875년 요한 히토르프). 이를 통해 전자가 직진하는 성질을 갖는다는 것을 알아내었죠.
또한 중간에 금속판 대신 얇은 금속으로 된 팔랑개비를 놓고 음극선을 가동시키면 금속으로 된 팔랑개비가 회전을 하게 되는데요. 이때 팔랑개비를 회전 시킬 수 있는 것은 전자들이 질량을 보유한 입자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입증되었습니다(영국. 1879년 윌리엄 크룩스). 그 당시 빛이나 소립자 운동의 입자설은 주로 뉴튼을 배출한 섬나라인 영국에서 주장하였습니다. 반면 파동설은 네덜란드 하위헌스를 배출한 대륙에서 주장하면서 과학계에서는 입자설과 파동설이 충돌해 한참 시끄러웠습니다.
▲ 음극선을 이용한 전자의 극성 실험, 음극에서 출발한 파란 음극선은 판 2개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 후, +극의 영향을 받아서 휘어져 나아간다 (출처: Wikipedia)
음극선이 항해를 하는 항로 중간에 +/- 전기장과 자기장을 형성시키면 음극선이 양극(+)의 방향으로 휘는데요(영국. 1879년 윌리엄 크룩스). 이것으로 음극선을 이루는 성분인 전자의 극성이 마이너스 극성을 띈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프랑스. 1895년 페랭). 전자가 음전하 성질을 갖은 입자라는 것이 입증되었던 것이죠. 또한 이때 전자가 자기장 속에서 굽어지면서 다른 원자들과 충돌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이로 인해 공식 몇 개를 처리하면 전하량과 질량의 비인 비전하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영국. 1890년 아더 슈스터).
▲ 톰슨의 원자모형 Plum Pudding Model (출처 : 두산백과)
음극선이 소립자로 구성되었다고 발표하면서, 톰슨은 한 발짝 더 나아가 ‘미립자(소립자)’가 원자를 구성하는 작은 입자라는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미립자의 비전하가 수소 분자 비전하 대비 약1,000 ~ 1,500분의 1 정도로 작다는 것을 계산해냈습니다. 비전하가 작다는 것은 전하량(전자가 보유한 음전하)은 같으므로 결국 질량이 작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원자 내의 미립자는, 빵 속에 건포도가 박혀 있는 상태와 같은 형태로 존재한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이는 그때까지만 해도 단지 톰슨의 가설이었는데요. 향후 톰슨의 가설은 톰슨의 제자인 러더포드(뉴질랜드, Ernest Rutherford)에 의하여 판명되었습니다. 소립자가 원자 내에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존재하고 있는 형태는 규칙성을 갖고 타원운동을 하는 태양계의 행성과 유사한 운동 형태라고 말이죠.
여기서 톰슨의 중요한 역할은 원자의 구조에 대하여 접근했다는 것인데요. 원자가 양의 입자와 음의 입자로 구성되었다는 톰슨의 착상이 그 시대에서는 혁신적인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톰슨은 그가 언급한 미립자가 electron으로 불리는 것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분분합니다. 톰슨이 그의 주장 중에 기존에 발표된 다른 실증자료 즉 스토니 등의 이론으로 짜깁기 한 부분을 감쇄 혹은 상쇄시키려는 의도인지, 혹은 호박의 마찰로 발생된 electron과 음극선을 구성하는 electron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서로 다른 것이라고 받아들인 오류를 범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에 대해 추측만 할 뿐이죠.
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반도체는 전기를 흐르게 하는 층과 흐르지 않게 하는 층이 목적에 따라 좌우상하로 미로처럼 얽히고 설켜 있습니다. 반도체 내에서 전자들은 전기를 흐르게 하는 길을 따라 이동하되, 중간 중간에 여닫는 문이 설치되어 있어서 수문장의 신호에 맞추어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불순물 반도체인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가 적절히 절연되고, 채널로 이어지면서 마련된 통로로, 전자가 빠르게 혹은 느리게 이동합니다. 혹은 저장 공간 안에 짧게 혹은 장기간 머물기도 하죠. 이를 위해 저항이 매우 낮은 물질 속을 전자가 통과하기도 하고, 적절한 저항 값을 갖는 물질을 헤쳐 나가기도 합니다. 또 저항이 매우 높은 산악지대를 넘을 수 없게도 합니다.
고도화되는 반도체의 크기는 계속적으로 작아져야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자가 느끼는 스트레스 강도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반도체를 동작시키는 전압은 계속적으로 낮아지는 반면, 속도는 더욱 빨라져야 하죠. 이러한 조건 속에서 전류를 형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자 알갱이 개체수는 일정하게 유지시켜야 ON/OFF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자의 발견과 성질부터 역할까지 자세히 알아보았는데요. 과거에 가설로만 여겨졌던 현상들이 우연한 발견 끝에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반도체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은 대단한 것이 아닌 아주 사소한 발견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윤택하게 만드는 발견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는 과학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있기에 인류는 더 혁신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요?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