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바통을 이어받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3의 피날레를 장식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하 파 프롬 홈)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멘토 아이언맨의 도움 없이 세상을 위협하는 빌런과 홀로 맞서게 된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그런 그를 위해 토니 스타크가 남긴 유산이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파 프롬 홈> 속 스파이더맨의 비밀병기 ‘이디스’, 그리고 그 속에 숨은 테크놀로지를 함께 알아봅니다.
<엔드게임> 이후의 세상을 맞이한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이자 피터 파커(톰 홀랜드)에게 타노스(조쉬 브롤린)는 무시무시한 존재였을 것입니다. 우주의 절반을 날려버렸으니, 이는 어벤져스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을 테죠. 타노스의 절대적인 파워 앞에서 그 누구보다 진중했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中 토니스타크와 피터파커의 모습 (출처: NAVER 영화)
피터 파커에게 토니 스타크는 어쩌면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수 있었던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둘을 잇는 관계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만큼 끈끈하고 탄탄했으니까요. 첨단 기술이 집약된 나노 슈트를 선물하고, 전 세계 히어로가 모인 어벤져스의 합류를 권하며 때로는 진심을 다해 조언을 하거나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했죠. 이런 모습을 보면 토니는 피터의 히어로서의 면모를 분명히 인정하고 있지만, 10대 소년의 서툴고 미숙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호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토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온전히 그의 잔향만 남았을 뿐이죠.
지구를 지키는 슈퍼히어로보다 이웃을 위한 평범한 친구로 남기 원하는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슈트를 벗어던진 채 짐을 챙겨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의 출발점은 이탈리아 베니스. 평범함을 꿈꿨던 여행이지만 전 세계를 위협하는 엘리멘탈 크리쳐스라는 빌런을 만나게 되면서 다시 한번 위험에 빠집니다.
▲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스틸컷 (출처: NAVER 영화)
위기에 처한 베니스 일대와 피터 파커의 친구들 앞에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이 등장해 이에 맞서 무찌릅니다. 한편 엘리멘탈 크리쳐스가 다시 한번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쉴드의 퓨리 국장과 미스테리오는 스파이더맨에게 합류를 적극 권합니다. 지구의 핵으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다는 엘리멘탈 크리쳐스, 과연 스파이더맨과 미스테리오는 이를 무찌를 수 있을까요?
토니 스타크의 마지막 선물, 이디스(EDITH)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들이 늘 그래왔듯, <파 프롬 홈>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첨단 테크놀로지가 많습니다. 홀로그램 입체영상을 비롯해 드론,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3D 프린팅 기술에 이르기까지 현존하는 기술보다 한층 더 진화된 모습을 보입니다. 이 중 가장 주목해볼 만한 기술은 바로 증강현실. 토니 스타크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으며, 피터 파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의 토니 스타크, 그리고 선글라스 (출처: buzzfeed.com)
토니 스타크의 천재성은 마블 시리즈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이언맨이라는 존재 자체도 토니의 손에서 탄생했죠.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나 프라이데이, 스파이더맨의 슈트에 이르기까지 그의 어벤져스에 끼친 영향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파 프롬 홈>을 봤다면 토니 스타크가 착용했던 액세서리 하나가 떠오르게 되는데요, 그 액세서리는 다름 아닌 평범한 선글라스입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이는 평범함을 뛰어넘는 첨단 장비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한 선글라스의 렌즈는 증강현실이 작용하는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했고, 인공지능과 소통이 가능한 첨단 장비로 서버와 연결되어 착용한 사람의 임무를 돕게 됩니다. 렌즈는 착용자의 홍채를 인식해 사람을 식별하여 작동합니다.
▲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공식 예고편 영상 캡처 (출처: Sony Pictures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토니 스타크가 구축한 인공지능 자비스, 프라이데이에 이어 <파 프롬 홈>에는 이디스가 등장합니다. 이디스(EDITH)는 ‘Even Dead, I'm the hero(죽어도 나는 히어로)'의 머리말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토니 스타크의 재치가 돋보입니다. 극 중에서는 이디스가 다른 사람이 손에 쥐고 있는 디바이스를 해킹까지 할 수 있도록 구현되었습니다. 더구나 위성과 연결되어 GPS 송수신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방어 체계를 수립하는 등 고안되었습니다.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면 이디스라는 인공지능이 이를 판단해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아무래도 소통에 장애가 없는 고성능의 GPS 반도체 칩과 5G 수준의 통신 네트워크가 탑재되었을 거라 예상됩니다. 겉으론 눈부신 햇살을 막아주는 액세서리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첨단 기술이 집약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저 평범한 선글라스였어도 피터 파커에게는 큰 의미가 담긴 물건이었겠죠.
이디스의 핵심 기술, 증강현실(AR)
이 선글라스의 주요 기능 중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증강현실의 궁극적인 의미는 실존하는 현실에 기반해 이에 대한 정보를 추가 제공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눈 앞에서 목격하고 있는 피사체 혹은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추가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또는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죠.
▲AR 게임 <포켓몬GO> (출처: 포켓몬고 유튜브 ’Pokémon GO - Get Up and Go!‘)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정보를 원할 때, 디스플레이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떠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즉, 아이언맨은 이미 증강현실 기술도 슈트에 탑재했던 것이죠. 증강현실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는 2016년 7월 출시된 나이언틱(Niantic)의 포켓몬고(Pokémon GO)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구글에서도 구글 글래스(Google Glasses)라는 이름의 AR 전용 안경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길을 걸으면 지도가 보이면서 내비게이션의 역할하고, 하늘을 바라보면 날씨 정보를 띄운다는 것인데, 일반인들에게 상용화 되기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모바일에 익숙한 사람들이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구글 글래스가 과연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누군가를 찍고 있다는(촬영 또는 녹화) 관점에서 보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이슈도 거스를 수 없었죠.
▲공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AR 글래스 (출처: festo.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 분야에서는 활용도가 높은 편입니다. 제품을 스캔하고 바코드를 읽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물품이 생산된 후 이를 분류하기 위해 스캐너를 찍거나 단말기에 기록하는 행위들을 AR 글래스는 한번에 처리할 수 있죠.
AR 글래스를 착용한 후 내 눈앞에 보이는 증강현실이 얼마나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지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TV에서도 LED를 활용해 눈의 피로를 줄어들 수 있도록 하는데, 이러한 렌즈에도 LED를 활용합니다. 마이크로LED(Micro LED) 반도체라 하면 스스로 빛을 내는 초소형 발광물질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에서도 마이크로LED 반도체 칩을 활용한 ‘더 월(The Wall)'이라는 미래형 디스플레이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마이크로LED가 매우 촘촘하게 구성되어 최고의 화질을 보여줍니다.
다만 마이크로LED로 대형 화면비를 구현하려면 공정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아 상용화로 이어지기엔 아직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수준의 기판이 모여 거대함을 이루는 것이니, 그만큼 대량 생산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마이크로LED라는 구성요소와 반도체 기판 설계 기술을 확보해야 ‘마이크로 LED 반도체 칩’이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핵심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파 프롬 홈>의 이디스에도 역시 마이크로LED 수준의 기판이 탑재되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참고>
- <Google Glass Isn’t Dead; It’s the Future of Industry>(2019.2.14), howtogeek.com
- <삼성전자 ‘더 월’, SID에서 ‘올해 최고의 디스플레이’로 선정>(2019.5.9), news.samsung.com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토니가 피터에게 ‘유산’으로 남긴 선글라스에는 첨단 테크놀로지가 집약되었을 뿐 아니라 토니의 진심과 영혼이 담겨있습니다. 마블의 영화는 플롯과 볼거리, 화려한 액션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더구나 기상천외한 첨단 테크놀로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팬들을 찾아오게 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이야기, 그리고 스크린을 가득 채울 첨단기술은 과연 무엇일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