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메모리 조직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2023년 신규 임원 인사에서 선임된 ‘젊은 피’, DRAM 설계 박명재 부사장發 훈풍이다. 그는 2014년 입사 후, 고성능 프리미엄 DRAM인 HBM 제품군 개발을 이끌어왔다. 특히,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HBM3 개발에 성공하며 회사의 HBM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입사 8년 만에 이루어낸 쾌거다.
1980년생, 떠오르는 젊은 기술 리더로 여러 이목을 집중시킨 박 부사장의 힘찬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뉴스룸은 박명재 부사장을 만나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길을 여는 그만의 도전 정신과 미래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선행 제품 연구 목표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HBM 개발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 이 분야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오지’로 불렸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 기반의 제품이기에 노력에 비해 성과가 바로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HBM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성장했다.”
특히 4세대 HBM 제품 ‘HBM3’는 SK하이닉스가 최초로 제안하고 개발에 성공, 양산까지 돌입한 기념비적 제품이다.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선점한 건 물론이다. 박 부사장은 HBM3의 의미는 무엇보다 SK하이닉스가 1등의 기술력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HBM3는 개발에 참여한 모든 구성원들의 큰 자부심이며, 동시에 다른 구성원에게는 힘들더라도 끝까지 노력한다면 결국엔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귀감이 되었다.”
이러한 ‘도전 정신’은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쌓아온 경험의 결과다. 석사 과정에서 그가 낸 아이디어는 타사의 디스플레이 표준으로 채택되었고, 디스플레이 타이밍 컨트롤러를 설계하며 스타트업의 상장까지 이끌어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달성한 성과를 바탕으로 박 부사장은 메모리 설계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거에 일했던 비메모리 분야에서 회로 설계자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회로 설계자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칩은 메모리다. 그리고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나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선도하는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메모리 설계 분야에 도전했다.”
안정적인 커리어를 뒤로 하고 메모리 설계 분야에 도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움에 대한 열망과 긍정적인 소명 의식은 박 부사장을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이 도전은 인생의 결정적인 변곡점이 되었다. HBM3와 같은 선행 제품의 개발 업무는 어려움의 연속이었지만, 그동안의 경험 위에 열정과 집념을 더해 결국 ‘개발 성공’이라는 마침표를 찍었다. 박 부사장은 “선배들이 닦아놓은 기술과 경험 위에서 동료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개인적인 도전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를 타개하고, 나아가 미래 성장 기반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업의 본질인 ‘기술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HBM3 같은 선행 제품들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HBM3 등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AI나 머신러닝 등 미래 핵심 산업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시장의 확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잠재력뿐만이 아니다. 기술력을 상징하는 선행 제품이 주는 파급효과도 크다. 자사의 잠재력을 시장에 증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과 고객과의 관계를 고루 강화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부사장은 “항상 1등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올해 내부적으로는 협력 체계, 외부적으로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HBM3 개발 성공의 비결로 꼽기도 했던 ‘원팀으로서의 협력’을 강조했다.
“단지 설계만 잘한다고 해서 하나의 반도체 제품을 완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양한 부서의 기술력이 잘 조합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고객과의 긴밀한 소통도 필요하다. 결국 상품기획 단계에서 고객의 니즈(Needs)를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유관 부서가 함께 움직일 때 시너지가 발휘되고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박 담당은 이를 위해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을 존중하고, 이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그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성과를 만드는 것이 내가 리더로서 자신 있는 부분이다. 이런 유연한 사고로 구성원들에게 가슴 뛰는 목표를 제시하고, 자연스럽게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 자기만족과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박 부사장은 2023년을 업턴을 위해 도약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는 체질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기회’라는 긍정적인 시각을 전했다. 단순히 어려운 상황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다운턴 시기에 도전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면 결국 업턴이 왔을 때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저력을 축적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렇게 도전 속에 더 강해지는 유전자(Gene)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부사장은 “선행 제품은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지만 결국에는 미래의 성과가 될 수 있듯이, 더 멀리 보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곧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2023년 계묘년, 우리에게는 다운턴 위기 극복이라는 큰 미션이 있다. 토끼가 뛰어오르기 전에 웅크리듯이, 도약을 위한 한 해를 보내자. SK하이닉스는 결국 위기를 돌파하여 2024년 갑진년에는 용처럼 날아오르는 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