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 5일 서울 워커힐 호텔 아카디아 메이플 홀에서 ‘산업보건 선진화위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2014년 사내 직업병 이슈가 일각에서 불거지며, SK하이닉스는 산업보건 체계 고도화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먼저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산업보건 검증위원회를 꾸려 1년에 걸쳐 사내 산업보건 체계를 면밀히 점검했으며, 포괄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지원보상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이후 지금까지 직업병 발병 구성원의 생활 수준을 보장하는 한편, 치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체적으로 127개 개선 과제를 선정해 사내 산업보건 체계 전반의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산업보건 선진화 지속위원회(이하 선진화위)’는 이 같은 활동의 연장선에서 개선 과제 이행 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련 제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손보기 위해 2017년 발족했다. ▲구성원 건강 증진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 ▲정의로운 사회 구현 등 세 가지 세부 목표 아래 중장기 이행 로드맵을 수립하고 충실히 실행해 왔다.

이날 행사는 대외 자문위원을 비롯한 학계 관계자, 관련 분야 전문가, SK그룹 보건협의체 관계자,
사내 SHE(안전 · 보건 · 환경) 관리 실무자, 노동조합 구성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0년간의 선진화위 운영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 10년, 보이지 않던 위험 드러내고 대응 체계 만들어 온 시간”

▲ 개회사를 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이병기 양산총괄(CPO)
행사는 SK하이닉스 이병기 양산총괄(CPO)의 개회사로 막을 올렸다. 이병기 양산총괄은 먼저 “구성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라며 “안전은 어떤 성과와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은 보이지 않던 위험을 데이터로 드러내고, 그 위험에 미리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어 온 시간”이라며 “오늘 공유하는 지난 10년간의 경험이 우리 회사를 넘어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하는 데 소중한 자산으로 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기조연설 중인 장재연 산업보건 선진화위원장
이어 장재연 산업보건 선진화지속위원장이 ‘기업 SHE에서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의 중요성’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섰다. 장 위원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다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다했다’고 평가받는 결과로 증명된다”며 “실제로 현장에서 검증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외부 전문가에 투명하게 공개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러려면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경영진의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주제발표 중인 고용노동부 류현철 본부장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고용노동부 류현철 본부장이 ‘산업보건 정책환경의 변화와 중장기 방향’을 주제로, 산업보건을 둘러싼 사회적 변화와 기업의 역할을 짚었다. 류 본부장은 기업이 바라보는 위험과 노동자가 체감하는 위험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의식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전·보건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 역시 변화에 맞춰 선제적인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팹 위험도 평가부터 협력사 역량 강화까지… 과학적 근거로 증명한 작업장 안전
이어진 발표 세션에서는 강성규 교수(가천대 길병원)가 좌장을 맡고, 그간의 위원회 활동에 참여해 온 주요 위원들과 산학 연구를 총괄한 교수진이 직접 발표에 나섰다.

▲ 발표 중인 최상준 교수(가톨릭대학교)
먼저 최상준 교수(가톨릭대학교)가 ‘역량-취약성 지표를 활용한 팹 잠재 위험도 평가’를 주제로, 생산 현장의 위험을 사전에 가늠하는 방법론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기존의 유해성과 노출 수준뿐 아니라 구성원의 취약성과 사업장의 대응 역량까지 함께 고려해야 보다 정확하게 잠재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지표를 종합해 생산 현장의 위험 수준을 비교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발표 중인 윤진하 교수(연세대학교)
이어 윤진하 교수(연세대학교)가 ‘공공 데이터 연계 SHE 코호트* 역학연구 주요 결과’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구성원의 건강 데이터를 공공 데이터와 연계해 장기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윤 교수는 “SK하이닉스의 구성원을 유해인자 노출군과 비노출군으로 나눠 장기간 추적 관찰하고 이를 공공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전체 직원의 발병률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지속적인 관심과 면밀한 관찰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의 일관성과 재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장기 추적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구축된 코호트의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권고했다.

▲ 발표 중인 김형렬 교수(가톨릭대학교)
김형렬 교수(가톨릭대학교)는 ‘협력업체 기술 자문을 통한 협력업체 보건역량 개선’을 주제로 연단을 이어받았다. 김 교수는 사내 협력사가 물류와 설비 정비, 시설 관리, 화학물질 공급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협력사의 보건 관리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아 환경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건강 상담과 교육 등을 진행한 사례를 소개하며, 지속적인 기술 자문을 통해 협력사의 자체적인 보건 관리 역량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발표 중인 조재현 부사장(보건 담당)
마지막으로 조재현 부사장(보건 담당)이 ‘선진화 Look-back 및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연단에 올라 지난 10년의 성과를 정리하고, 향후 위원회 운영 계획을 공유했다.
선진화위는 출범 이후 활동 시기를 도입기(2018년), 성장기(2019~2021년), 안정기(2022~2027년) 등 세 시기로 나눠 세부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이행 로드맵을 체계화했다. 시기별로 보면 도입기에는 코호트 기반 질환 지표를 세워 구성원의 건강 수준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고, 일환경건강센터를 설립해 안전보건 지원 대상에 협력사와 지역 중소기업을 포함시켰다.
성장기에는 협력사의 안전보건 역량 향상을 지원하며 상생 협력 체계를 다졌고,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산업보건 분야가 다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안정기에는 코호트 연구를 기반으로 구성원 건강 증진 활동의 뼈대를 세웠고, 선제 관리 대상 유해인자의 범위도 화학적 인자에서 물리적 인자까지 확대했다. 또 일환경건강센터 이천분소를 개소하는 등 협력사 지원 범위도 계속 넓혀 나가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금까지 축적한 결과를 토대로 학술적 근거를 분명히 해 작업환경 유해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한편, 선진화위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알려 나갈 계획”이라며 “축적된 연구 성과를 학술 자산으로 쌓아 보다 안전한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사후 보상에서 사전 대응으로… “선진화위, 안전 원칙 바꾼 전환점”
발표 이후에는 ‘과학적 근거 기반 반도체 산업보건 전환의 미래’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발표자들과 함께 SK하이닉스 나원웅 TL(산업보건)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 패널 토론을 진행 중인 SK하이닉스 나원웅 TL(산업보건), 김형렬 교수(가톨릭대학교), 강성규 교수(가천대 길병원), 윤진하 교수(연세대학교), 최상준 교수(가톨릭대학교)
참가자들의 열의 덕분에 토론은 예정된 시간을 넘기고도 한동안 계속됐다. 발표에서 다룬 연구 결과를 실제 산업보건 현장에 어떻게 적용하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협력사의 안전보건 역량을 높이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등을 두고 다양한 의견과 질문이 오갔다.
최상준 교수는 활용 가능한 데이터와 새롭게 확인되는 위험 요인을 반영해 잠재 위험도 평가 지표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이를 생산 현장의 위험 요인을 살피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수는 협력사 지원 과정에서 각 사업장의 여건과 현실적인 제약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그간 지속해 온 산업보건 선진화 활동의 성과를 정리하고 이를 체계화해 학술 자산으로 쌓아 가기 위해 이번 성과공유회를 기획했다”며 “이번 행사가 산업보건 분야 대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SK하이닉스의 산업보건 체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