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기 위해 ‘원팀 스피릿’을 바탕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 제조·생산, 사업·전략, 그리고 인사·법무·물류·건설·환경 등 지원·인프라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뉴스룸은 이러한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조명합니다.
[히든닉스] 시리즈에서는 글로벌 AI 메모리 1위 달성에 기여한 숨은 부서를 소개합니다. 2편에서는 지속가능한 SK하이닉스를 만들기 위해 탄소발자국을 추적하는 SHE정책연구 팀을 만났습니다.
Chapter 1. 불가능에 2년을 걸었다
“2년 안에 끝을 보겠습니다!”
그 한마디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을 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2023년, 다운턴으로 인해 인력과 예산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 선언은 누가 들어도 무모한 약속이었다.
당시 조직에선 고작 몇 명으로 LCA* 파일럿을 이어가고 있었다. 모든 제조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이 거대한 여정 앞에선 1년에 9개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게 한계였다. 제품 전체를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도 목표는 더 높게 세웠다. 여기에 더해 탄소 감축 인증을 해외로 확대하겠다는 선언은, 어쩌면 허세로 비쳤을지도 몰랐다.
그때부터 역경은 시작됐다.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제조와 기술 부서에서 5명을 차출했다. 단 한 달 교육 후 곧장 실전에 투입했다. 준비는 짧았고, 과제는 거대했다. 탄소량을 보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오류 없이 산정할 방법론을 찾고자 팀원들은 날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회의실을 맴돌던 긴장감은,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은 모니터 불빛 속으로 이어졌다. 커피잔은 탑처럼 쌓였고, 피로에 지쳐 책상에 고개를 묻은 채로 깜빡 잠든 이도 있었다. 시간에 쫓기는 압박은 매 순간 등을 짓눌렀다.
그럼에도 멈출 수는 없었다. ESG, GSM(Global Sales & Marketing) 등 연관 조직과 수없이 부딪히며 토론을 거듭했고, 탄소 배출량을 간단하고 정확하게 산정할 방법론을 찾는 데 몰두했다. 인력과 예산은 부족했고 상황도 녹록지 않았지만, 코드를 다룰 줄 아는 동료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마침내 약속의 2년. 탄소 배출 산정 시스템은 현실이 되었다. 숱한 고비를 넘어 완성한 ‘대시보드’를 마주했을 때, 동료들의 말 없는 얼굴에는 벅찬 기운이 번져 있었다.
지난하고 험난한 과정이었다. SHE*정책연구 팀이 지난 2년간 걸어온 길이다. 고생길을 자처한 권혁화 팀장은 당시 “2년 안에 전사적 LCA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호언장담한 장본인. 그러나 권 팀장은 “그때 하길 잘했다”며 몇 년 새 부쩍 중요해진 환경성 평가를 입에 올렸다.
“기후 변화 대응과 시장 요구에 따라, 고객사들은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 같은 국제 인증이나 제품별 탄소 배출량 정보를 직접 요구하고 있어요.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반도체 수출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LCA로 탄소발자국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이죠.”
그가 이끄는 SHE정책연구 팀 내 제품환경파트는 LCA 시스템을 기반으로 환경성 평가를 진행하는 업무를 맡는다. 권 팀장은 “반도체 수출의 마지막 과정”이라고 표현하며, 팀의 이야기를 담담히 이어갔다.
Chapter 2. 커피, 그리고 데이터
“반도체는 웨이퍼 제조에서 출발해 원재료 운송, 전·후공정, 패키지·테스트, 판매로 이어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거든요. 이 모든 지점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되는지, ISO14067 국제표준*에 따라 계산하는 일이 바로 우리의 몫이죠.”
권 팀장 설명대로 SHE정책연구 팀은 반도체 제조 전 과정을 따라가며 탄소 배출량을 계산하고 기록한다. 제조에 쓰인 전력, LNG, 스팀, 용수, 폐수, 원부자재, 포장재 등 모든 것이 평가 대상이다. 쉽게 말해, 제품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발생하는 모든 탄소발자국을 수치로 보여주는 일이다.
LCA 데이터에 기반해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고, 친환경 인증을 획득하는 일도 이들 몫이다. 예전에는 일부 제품만 글로벌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았지만, 현재는 글로벌 기준의 LCA 시스템을 전 제품 군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글로벌 검증 기관의 제3자 데이터 검증도 병행하고 있다.
탄소발자국 추적의 핵심 도구인 LCA 시스템도 이들 손으로 구축했다. 시스템 구축부터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는 현재까지, 제조 전 과정을 다룬다는 것은 팀에게 큰 도전 과제였다.
최규진 TL은 LCA 시스템 구축에 공들였던 지난 2년을 언급하며, 현장과 소통하는 일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각 공정의 진행 방식과 시스템 방식을 파악하고, 배출량 산정 로직을 완성하기 위해 만난 담당자만 수십 명에 달했다. 이천, 청주 캠퍼스는 물론 중국 우시 공장의 담당자까지 수소문해 미팅을 벌였다.
“각 팀이 관리하는 시스템을 익히고,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파악한 후 SK하이닉스만의 탄소 배출 산정 로직을 만들어야 회사에 최적화된 LCA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어요. 저희는 최소 10개 이상의 관련 부서와 협업하며 공정 데이터를 이해했고, 부족한 부분은 현업 엔지니어에게 직접 배우며 채워 나갔죠. 데이터를 정제하고 올바른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AI 기술을 접목하는 작업도 필요했어요.”
이 과정에서 팀원들은 ‘정확성과 효율성의 균형’을 원칙으로 삼고 데이터를 선별해 LCA 시스템을 완성했다. 탄소 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담되, 산정 로직이 과도하게 복잡해지지 않도록 효율을 맞춘 것이다. 그 결과, 복잡한 데이터를 단순화하면서도 본질은 놓치지 않는 분석력을 갖출 수 있었다.
최예지 TL 역시 지난 2년을 “데이터와의 치열한 싸움이었다”고 표현했다. 탄소 배출량 산정의 핵심은 데이터인데, 각 공정 시스템에서 사용된 데이터는 여기저기 산재해 있었다. 복잡하게 뒤섞이거나 누락된 일도 부지기수였다. 때문에 활용 기준을 세우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데이터 추적과 관리에 역량을 쏟아야 하는 가운데 LCA 시스템을 셋업하고, 동시에 검증도 해야 했어요. 처리할 데이터가 정말 어마어마했는데요. 농담이지만, 정신을 다잡기 위해 마신 커피가 몇 잔인지 셀 수 없을 정도였죠.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 SUPEX*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팀원이 각자 맡은 역할을 다하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는데요. 덕분에 지금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봐요.”
Chapter 3. 참 좋은 사람들
이 과정에서 얻어낸 특허는 SHE정책연구 팀의 기술적 노하우를 입증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남았다. 오윤재 TL은 탄소 배출량 산정 로직을 방법론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특허를 출원한 기억을 떠올렸다.
“모든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고 LCA로 만들어 3자 검증까지 마친 것은 값진 결과 중 하나예요. 이를 통해 국내 특허 2개와 미국 특허 2개를 출원한 것도 큰 성과였어요. 한국전과정평가학회에서 우수발표논문상도 2회 연속 수상했는데요. 우리만의 탄소 배출량 산정 로직이 전문적으로 인정받은 셈이죠.”
이들의 노력은 제품 수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했다. 오 TL은 최근 엄격해진 글로벌 기업들의 요구를 언급했다.
“실제로 G사, A사, M사 등이 반도체 제품의 영역별 탄소 배출량 정보를 요청하고 있어요. EU·미국·일본 등에서는 탄소발자국 라벨링을 제도화하고 있고요. 관련 정보가 없으면 수출에 제동이 걸리는 시대가 된 거예요. 탄소 배출량 산정은 고객 신뢰 확보뿐만 아니라 수출 경쟁력 강화, 관세 부담 완화, 탄소 배출권 비용 절감 등에도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당사 모든 제품에 대해 환경성 평가를 마친 공적은 무엇보다 크다고 할 수 있죠.”
한편, 권 팀장은 ‘People Value(인적 가치)’에서 이 모든 성과가 비롯됐다고 자신했다. 좋은 사람일수록 협업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여러 조직과의 소통이 중요한 SHE정책연구 팀에 그 힘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권 팀장은 “People Value가 팀을 이끄는 원동력”이라며 그 가치를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차원에서 매년 팀원들의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며 성장을 독려하고 있어요. 함께 성장하자는 취지에서 수요일마다 지식 모임을 열고, 팀 단위 워크숍도 종종 활용합니다. 저는 이 노력이 모여 원팀 스피릿(One Team Spirit)을 이루고, 회사가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나아가는 데 힘을 더할 거라고 믿고 있어요.”
더불어 권 팀장은 “SHE정책연구 팀이 회사의 모든 조직과 더불어 SK하이닉스라는 거대한 원팀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원임을 인식해 달라”는 바람을 전하며, ‘친환경 반도체 공급망’이라는 야심 찬 목표도 밝혔다.
“GSM 조직은 최전방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ESG 조직은 모든 이해관계자와 고객에게 투명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죠. SHE 조직은 고객 응대와 정보 전달의 밑바탕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고객 만족은 어느 한 조직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각 조직이 갖춘 제조 전문지식, 고객사 이해, LCA 분석 역량이 하나로 결합돼야 비로소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요. SHE정책연구 팀은 ‘우리가 다루는 데이터가 회사의 원팀 전략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더 치열하게, 열정적으로 데이터를 추적해 친환경 반도체 공급망을 완성해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