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AI 인프라 확산을 중심으로 시장 구조와 가치사슬이 재편되는 과도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시장은 1조 달러에 근접하는 성장세가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수요와 수익성 측면 모두에서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HBM3E와 차세대 제품인 HBM4를 모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SK하이닉스의 역할이 시장 재편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인프라 확대로 커지는 메모리 비중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2026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전년비 25% 이상 성장해 약 9,75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이 중 메모리 부문이 전체 성장률을 상회하는 30%대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조사업체와 투자은행들은 서버 · 데이터센터용 메모리가 특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분석에서는 2026년 메모리 시장 규모를 4,4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서버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 한 대당 탑재되는 D램과 HBM 용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시에 eSSD(기업용 SSD) 등 스토리지 수요도 함께 늘어나, AI 인프라 전체에서 메모리 · 스토리지 비중이 구조적으로 커지는 양상이다.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HBM 시장의 역할

시장에서는 2024년 이후 메모리 부문에 나타난 강세를 두고 ‘슈퍼사이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BofA(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6년을 “1990년대 호황기와 유사한 슈퍼사이클”로 정의하며, 글로벌 D램 매출이 전년 대비 51%, 낸드는 45% 급증하고, ASP(평균판매단가)는 D램은 33%, 낸드는 2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SK하이닉스를 글로벌 메모리 업계의 ‘톱픽(Top pick)’으로 꼽으며 이번 슈퍼사이클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글로벌 업체들은 HBM을 중심으로 한 AI 전용 메모리 수요가 2025~2028년 사이 빠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며, 일부 전망에서는 2028년 HBM 시장 규모가 2024년 전체 D램 시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ofA는 2026년 HBM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58% 증가한 546억 달러로 추산했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ASIC(주문형 반도체) 기반 AI 칩향 HBM 수요가 82% 급증하며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AI 인프라 투자가 범용 GPU를 넘어 세분화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SK하이닉스 HBM3E 리더십, HBM4로 이어질 것

2026년 HBM 시장에서 주력 제품은 HBM3E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엔비디아의 신형 AI 가속기 ‘Blackwell Ultra(블랙웰 울트라)’ 시리즈를 비롯해 구글, AW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SIC 기반 AI 칩 개발을 확대하며 HBM3E를 최적의 설루션으로 선택하고 있다. 주요 리서치와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2026년 기준 HBM 전체 출하량에서 HBM3E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3 수준으로 예상되며, HBM4는 점진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2분기 기준 HBM 출하량 점유율 62%로 1위, 3분기 매출 기준으로도 57%로 과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소 2026년까지 SK하이닉스가 HBM3 · HBM3E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며 전체 HBM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UBS는 “SK하이닉스가 구글의 최신 TPU(Tensor Processing Unit)인 v7p 및 v7e의 HBM3E 첫 번째 공급사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빅테크 고객사 내 입지를 강조했다.

이러한 HBM3E 리더십은 차세대 제품인 HBM4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체제를 확보하는 등 시장 개화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TSMC와의 패키징 기술 협업 강화, 청주 M15X Fab(팹) 구축 외에도 ‘HBM 전담’ 기술 조직을 만들고 ‘글로벌 AI 리서치 센터’,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신설하는 등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채비를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는 HBM3E의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는 동시에 HBM4 개발 · 공급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함으로써, 2026년 기준으로 두 세대의 제품 라인업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독보적인 입지를 확립할 것으로 보인다.
UBS는 2026년 엔비디아의 차세대 ‘Rubin(루빈)’ 플랫폼에 탑재될 HBM4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약 70%의 점유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의 리더십이 미래 기술 세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가격 · 공급 · 지정학 리스크가 남긴 과제

한편,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과 공급,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신중한 시각도 병존한다. 일부 시장조사기관과 외신은 2026년 이후 HBM 가격이 경쟁 심화와 생산능력 확대로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한, 후발 업체들의 D램 생산 확대와 글로벌 반도체 관련 규제 이슈는 중장기적으로 메모리 시장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고성능 HBM 분야에서 기술적 격차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평가가 많아, 단기간에 시장 구도가 급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6년 메모리 시장 전망

결국 2026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AI 인프라 확대, HBM3E 중심의 수요, 그리고 HBM4로의 점진적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도기로 볼 수 있다. HBM3E는 여전히 AI 서버 · 데이터센터의 주력 메모리로 활용될 전망이며,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주요 업체들은 HBM3E에서 확보한 양산 경험과 고객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HBM4 세대로의 연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HBM 집중 투자는 범용 메모리 시장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HBM에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범용 D램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 기관들은 2026년 서버용 DDR5 모듈 수요가 HBM과 함께 D램 시장의 양대 축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낸드플래시도 AI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eSSD를 중심으로 내년도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2026년은 HBM3E가 ‘황금 표준’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HBM4와 범용 메모리가 중장기 성장 궤적을 설계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와 투자기관들은 공통적으로 “HBM3E가 2026년 여전히 시장의 중심에 있고, 이어지는 HBM4 시장을 포함한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정중앙에 SK하이닉스가 위치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