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2025년 3분기 11조 3,83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HBM 및 서버용 메모리 전반의 수요를 견인하며, 메모리 업계는 구조적 성장과 함께 새로운 패러다임의 Up-Cycle(업사이클)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는 어느새 400조 원을 돌파하며 ‘Full Stack AI Memory Creator’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성장 속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SK하이닉스가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위원을 통해 현재 메모리 시장을 진단하고, SK하이닉스의 다음 도약을 위한 핵심 조건을 들어보았습니다.

과거와 분명히 달라진 Up-Cycle, 수익성 경영이 안정적 성장의 핵심
“과거보다 수요 안정성이 높아진 반면, 공급은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통상 메모리 Up-Cycle은 1년 반에서 2년 수준이었으나, 지금의 경우에는 Up-Cycle이 최대 4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위원
채민숙 연구위원은 이번 메모리 Cycle(사이클)이 수요와 공급 모두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수요의 안정성’과 ‘공급자의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있습니다. 그는 “과거 PC나 스마트폰 등 소비자향 IT 기기에 의존했던 수요와 달리, 현재의 메모리 수요는 AI를 중심으로 하는 선제적인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비롯되어 수요의 가시성과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공급 측면에서는 점유율 경쟁에 치중하던 과거와 달리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업계 표준이 된 점을 달라진 부분으로 꼽았습니다. 이에 따라, 2023년 이후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증가는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며, 현재 급증하는 일반 메모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에서도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해 온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SK하이닉스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지속하면서 영업이익률을 전 분기 대비 개선했습니다. 채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두고 “Capex(자본지출) 계획과 HBM 계약 상황 등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여 높아진 기저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빠른 판단력과 실행력으로 구축한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한 관건은?
SK하이닉스가 이번 Up-Cycle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HBM 분야에서의 강력한 기술 리더십 덕분입니다. 채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의 가장 큰 강점으로 ‘빠른 판단력과 실행력’을 꼽았습니다. 고객사와의 깊은 파트너십을 통해 AI 등장 초기부터 시장 변화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었고, 이는 곧 SK하이닉스가 D램 공급사 중 가장 빠르게 HBM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나아가, AI 칩 개발 초기부터 고객의 AI 가속기에 최적화된 HBM을 개발 및 제공함으로써 기술 통합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채민숙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가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메모리 시장은 다양한 고객의 AI 칩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서로 다른 요구사항이 늘어나고 있어, 기존 범용제품(Commodity) 방식만으로는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채 연구위원은 “맞춤형(Customized)으로 변모하는 메모리 시장에 발맞추어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리더십 유지를 위한 R&D 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습니다.
AI투자는 ‘버블’ 아닌 ‘인프라 투자’…2026년에도 호황 전망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연이은 AI 투자 행진을 두고 버블 논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채 연구위원은 이번 AI Boom(붐)을 “버블보다는 인터넷 초기의 인프라 투자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의 AI 투자는 당장 LLM(대형언어모델)으로 발생하는 수요에 대응하려는 목적보다는, LLM을 통해 사용자 저변을 확대하고 3~5년 후 다가올 AGI* 시대에 생성되는 엄청난 양의 토큰*을 처리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채 연구위원은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투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동시에 AGI 도출까지의 간극이 길어져 투자 규모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 일시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26년 메모리 시장은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채 연구위원은 지금의 AI 수요는 범용 D램을 넘어, SSD와 일반 낸드플래시까지 수요가 확장되는 국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과거에는 컴퓨팅의 변화를 CPU가 이끌었으나, 현재는 AI의 성능을 메모리 활용 효율성이 결정짓는 상황이기에 공급사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을 우선하여 생산해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공급이 타이트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그는 “2026년에는 HBM과 일반 D램, 낸드 모두 공급 부족으로 인한 ASP(평균판매단가) 상승이 연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 토큰(Token): AI가 정보를 처리(학습, 생성, 추론)하기 위해 이를 분해해 만든 데이터의 최소 단위
더 높은 기업가치를 위한 Catalyst(기폭제)는 ‘예측 가능성’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400조 원을 돌파한 지금,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조건은 무엇일까요? 채 연구위원은 “현재 주가는 AI 메모리 시장 선점에 따른 프리미엄이 반영된 상태”라고 설명하며, 더 높은 기업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메모리가 더 이상 단순 사이클 산업이 아니라 파운드리처럼 고객과의 장기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수주형 사업으로 인식되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D램은 3개 사, 낸드는 6개 사가 경쟁 중이며, 중국 업체들도 이미 시장에 진입하여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채 연구위원은 “경쟁 심화 상황 속에서도 SK하이닉스가 기술 혁신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고부가가치 영역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보여줄 때 다음 단계의 주가 레벨로 나아갈 것”이라고 조언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 본 기사는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며, 회사의 의사결정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개인의 인터뷰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