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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비즈니스

코로나19 이후의 삶, 그리고 반도체 산업 기술의 변화

2020.05.07|by 노근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최고 등급인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다. 이후 코로나19는 어떠한 형태로든 인류의 삶을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국가의 통제가 강화되고, 세계화의 흐름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유 경제가 일부 후퇴하는 반면, 재택근무, 원격진료, 원격교육, 무인배달 등의 서비스가 주목받으면서 언택트(Untact, 비대면) 기술의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인터넷상의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의 수요 역시 크게 늘고, 이는 곧 프리미엄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전염병이 창궐함에 따라 체온 감지, 기저질환 측정 등 다양한 생체인식 기술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업들은 특정 지역에 생산을 의존하는 방식을 크게 수정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생산과정에 IC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팩토리(Smart Factory)의 중요성이 재차 부각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는 구(舊)경제를 위축시키면서 신(新)경제 위주의 세상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반도체 수요도 양적, 질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불러온 언택트 바람… 반도체 산업에 긍정 시그널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재택근무, 원격교육, 원격진료, 무인배달 등 언택트 수요가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원격교육과 재택근무로 인해 단기적으로 위축됐던 노트북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반도체 산업에 긍정적이다.

유-헬스케어(U-Healthcare)로 지칭되는 원격진료는 사물인터넷(IoT)이 주목받던 몇 년 전부터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실제 결과는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관련 인프라 투자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진료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게이밍(Gaming)처럼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이에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업체들은 각 산업 분야에 최적화된 맞춤 클라우드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출처: (가운데) fitbit,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Apple, SONON, OMRON, 휴온스

일반적으로 원격진료는 환자들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함과 동시에, 클라우드상에서 자가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환자의 상태 점검을 위한 개인용 의료기기 시장 역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중 기저질환자들의 사망률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혈압, 심전도(ECG), 당뇨 등을 점검하는 진단기기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Wearable) 기기에도 해당 기저질환을 점검할 수 있는 기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관련 센서와 반도체를 공급하는 맥심인터그레이티드(Maxim Integrated) 등 의료용 반도체 회사들의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한편,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함에 따라 성장세가 주춤했던 모바일 D램(Mobile DRAM) 시장은, 의료용 센싱(Sensing)의 수요 증가로 또다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출처: (왼쪽부터) Starship Technologies, Aethon, KT

배달 분야에서도 언택트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다만 배달을 선호하는 고객이 점점 많아질수록 비용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앞으로는 무인배달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인배달 서비스는 특히 식당, 호텔, 병원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당에서의 무인배달 서비스는 이동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더욱 쉽게 확산될 수 있는 분야다. 무엇보다 현재 전염병 창궐로 병원 내 의료진 감염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병원은 배달 로봇의 주요 수요처가 될 전망이다. 실제 미국 애톤(Aethon)사가 개발한 자율운반 로봇 ‘터그(TUG)’는 미국의 실버 병원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무인배달을 하는 배달 로봇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Level 3(제한 자율 주행, 운전자가 제어하기 전 주행 상황의 변화를 인지, 모든 안전을 위한 기술이 가능)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또 배달 로봇에는 장애물 측정을 위한 카메라 센서 ‘라이다(LiDAR)’가 다수 장착되며, 컴퓨팅 반도체와 통신 모뎀, 구동 반도체 등이 대거 장착된다. 해당 반도체 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D램 탑재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용 로봇은 대부분 2차 전지를 통해 전원이 공급된다는 점에서 전장용 반도체 수준의 내구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배달 로봇에 장착되는 D램의 경우, 장기적으로 다른 제품 대비 가격 프리미엄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성행하자 생체인식 기술 급부상… 관련 반도체 신규 수요 증가 예상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감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면인식 및 체온 감지 등 다양한 IT 기반의 통제 기술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중국의 생체인식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었고, 해당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대거 탄생했다.

▲이미지 출처: Apple

과거 지문인식 중심의 생체인식 시장은 애플(Apple)이 스마트폰에 안면인식이 가능한 ToF(Time of Flight), SL(Structured Light) 기술을 탑재하면서 급부상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안면인식의 기술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문제로 인해,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업계는 다시 지문인식으로 복귀하고 있는 상황. 무엇보다 안면인식 기술의 정확도가 떨어질 경우, 보안이 중시되는 분야에서는 이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반면, 보안 및 범죄 예방 분야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그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소수민족에 대한 통제 등 중국의 내부적인 수요도 컸지만, 인공지능 기술 강화를 위한 중국의 투자 굴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센스타임의 안면인식 시스템. (이미지 출처: SensTime)

대표적으로 센스타임(SenseTime), 이투(YITU)와 같은 중국의 안면인식 AI 업체들이 사람의 육안보다 높은 정확성을 지닌 솔루션들을 선보였다. 2014년 설립된 센스타임의 경우 2018년 Series C+ Funding을 통해 피델리티인터내셔널(Fidelity International), 실버레이크(Silver Lake), 타이거글로벌(Tiger Global), 호푸캐피탈(Hopu Capital) 등으로부터 6억2,000만 달러(지분율 13.8%)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센스타임은 기업가치가 45억 달러에 달했을 정도로 생체인식 AI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센스타임의 안면인식용 AI 칩이 장착된 스마트 안경으로 수차례 범죄자를 적발하기도 했다. 알리바바(Alibaba)는 스마트폰 결제에 해당 기술을 도입했으며,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과 일본의 혼다(Honda)도 해당 솔루션을 탑재했거나 탑재할 예정이다. 해당 솔루션은 신분 확인을 위해 무인점포, 학교 등에 공급되고 있으며, 범죄예방을 위한 보안 분야와 자율주행 및 공유 경제 분야로도 적용 영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소프트뱅크(Softbank)가 인수한 세계 1위 모바일 지적재산권(IP) 회사인 ARM도 2016년 안면인식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영국의 애피컬(Apical)을 인수했다. ARM은 애피컬 인수를 통해 “자동차, 로봇, 스마트시티, 보안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하겠다”고 피력했다.

▲생체인식 기술을 활용한 체온 측정. (이미지 출처: SensTime)

이처럼 주로 범죄 예방과 신분 확인 분야에 주력했던 생체인식 기술이 전염병 창궐로 인해 최근에는 보행자 체온 점검 및 동선 추적 등에도 활용되고 있으며, 실제 전염병 억제에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물론 사생활 침해 등 다양한 우려가 있지만, 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동 솔루션 탑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양한 디바이스에 관련 AI 칩과 광학 · 온도 센서 등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 컴퓨팅도 ‘맞춤형’ 서비스로 진화… 서버용 반도체 요구 수준 높아질 듯

과거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은 서비스의 유형별로 분류됐다. 대표적으로 설치 없이 웹에서 소프트웨어 이용이 가능한 SaaS(Software as a Service), 소프트웨어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PaaS(Package as a Service), 인터넷을 통해 서버와 스토리지 등 데이터센터 자원을 빌려 쓰는 IaaS(Infra as a Service) 등이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는 해당 인프라 투자에 부담을 가진 기업체들에 표준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주로 고객 수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 달성에 초점을 맞췄다. 제조업에 비유해 보면 ‘소품종 대량 생산’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업체들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동시에 기업 보안이 중요한 캡티브(Captive)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집중하는 사설 클라우드(Private Cloud) 및 하이브리드 클라우드(Hybrid Cloud)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시장도 새롭게 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분야별로 더욱더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도 오토모티브 클라우드(Automotive Cloud), 게이밍 클라우드(Gaming Cloud) 등 맞춤 클라우드 시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원격교육, 원격진료, 재택근무 등 맞춤 수요가 확산될 경우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네트워크 과부하와 데이터 센터의 블랙아웃(Blackout)은 고객은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격진료 도중 잘못된 진료로 의료사고가 나거나, 원격교육 시험에서 에러가 나올 경우 그 비용은 예상보다 클 수 있다. 따라서 초창기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이 가성비에서 출발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퀄리티가 더 중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3세대 10나노급(1z) DDR4 D램. (이미지 출처: SK하이닉스)

이에 따라, 데이터 센터용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서버에 요구되는 하드웨어 사양도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CPU, GPU, SSD, DIMM(Dual In-line Memory Module)의 처리 속도 및 저전력 구현의 중요성과 함께 외부 네트워크와의 안정성도 과거보다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하이퍼스케일 서버에 탑재되는 CPU의 경우 10nm 이하 제품의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며, 서버용 D램 중에서도 DDR5 탑재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부 환경이 급변한다는 점에서 eSSD(Enterprise SSD, 기업용 SSD) 시장에서 컨트롤러 IC(Controller IC)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며, 선발업체들이 확보한 기술의 진입장벽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20년 서버 수요는 1분기에는 북미 클라우드 사업자, 2분기에는 중국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19년 대비 3.4% 증가한 1,29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 하이퍼스케일 서버 수요는 2019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500만대 수준이 예상된다.

 

언택트가 앞당긴 자율주행 시대,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 청신호

언택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자율주행 자동차의 상용화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때 각광받던 카 셰어링(Car Sharing), 공유 오피스와 같은 공유경제 수요는 약해지고, 주춤했던 소유경제의 수요가 재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기존의 라이드 셰어링(Ride-Sharing, 승차공유) 사업의 변화도 예상된다. 단순히 자동차를 공유하는 개념인 ‘카 셰어링’에서 자율주행 형태의 ‘카 헤일링(Car Hailing,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때 M&A 매물 중심에 있던 자동차 반도체 산업도 다시금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과거 자동차 반도체 산업은 구동 반도체와 센싱 반도체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NXP, 인피니온(Infineon), 르네사스(Renesas),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등이 주도했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이제는 인텔(Intel), 퀄컴(Qualcomm),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이 자동차용 컴퓨팅 반도체를 중심으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다만, 컴퓨팅 반도체도 구동 반도체, 센싱 반도체와 연동돼야 그 위력이 배가된다는 점에서 기존 반도체 회사들과의 제휴 및 M&A 시도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신 반도체 1위 업체인 퀄컴이 NXP 인수를 시도한 것도 구동 반도체 시장에서의 진입 장벽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암시한다.

특히 자동차에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될수록 더 많은 ECU(Electronic Control Unit)가 탑재되며, ECU 내의 MCU(Micro Controller Unit)와 차량 내부의 센싱 반도체, 컴퓨팅 반도체와의 신속한 연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차량당 탑재되는 D램의 용량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마이크론(Micron)은 Level 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당 D램 용량이 74GB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D램의 성능은 자율주행 기능의 신뢰성 확보, 나아가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된다. 급증하는 수요와 함께 D램의 대용량, 고품질화가 이뤄질수록 완전한 자율주행의 시대는 더욱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 본 기사는 기고자의 주관적 견해로, SK하이닉스의 공식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