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을 상상력으로!'라는 슬로건은 ‘68혁명’ 당시 프랑스 국민들이 사용했던 말입니다. 이후 혁신과 변화를 이야기할 때 '상상력'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낱말이 되었는데요. SK하이닉스에는 내부 구성원의 상상력을 담는 마을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14년 4월에 문을 연 상상타운인데요. SK하이닉스의 상상타운은 임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여 제출하면, 집단 지성을 통해 실행 방안을 숙고하여 업무 개선에 활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이 마을, 상상타운이 몰고 온 변화는 놀라왔습니다. 놀이하듯 일하며 혁신을 일군 상상타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상타운 담당자인 이은호 선임에게 들었습니다. 함께 만나볼까요?
상상 이상의 변화, 상상타운을 설계하다!
상상타운 이전에도 개선 제안 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2000년대 들어서 나름의 성과도 얻어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도 후반부터 제도의 효용성은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뀌었는데 시스템은 그대로였던 겁니다. 상상타운의 시작을 묻자, 이은호 선임은 개선 제안 제도의 역사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80년대와 90년대에는 문서로 제안서를 만드는 방식이었어요. 2000년대 이르러 그걸 제도화하고 시스템으로 만든 게 ‘개선 제안 제도’였습니다. 당시에는 효과가 있었어요. 강제성이 있었거든요. 팀마다 실적을 집계했어요. 한 달에 몇 건씩 할당이 있었던 거죠. 평가에 반영을 하고 불이익을 주는 식이었죠. 내부 구성원은 따를 수밖에 없던 상황이고요. 2000년도 중후반까지는 유효한 방식이었으나 그 이후 세대가 바뀌고 트렌드도 바뀌다보니 변화에 대한 필요성이 생겨나기 시작한 거죠.”
‘개선’과 ‘제안’이라는 다소 딱딱한 타이틀과 반강제적인 진행에 따른 한계로 혁신이 절실하던 때 상상타운의 청사진이 그려진 것입니다. 상상타운의 가장 큰 특징은 제안 공간 전체를 모바일 게임처럼 꾸며놓았다는 점인데요. 제안을 많이 할수록 마일리지가 쌓이는 점도 이채롭습니다. 저마다 캐릭터가 부여되고요. 이은호 선임은 상상타운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수많은 임직원 분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문제와 해결의 씨앗은 모두 현장에, 그리고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각 분야의 직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했어요. 대화를 하는 거죠. 연구소, 환경 안전, 품질 등등 현업 직원 분들을 만났습니다. 무엇이 큰 이슈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그리고 왜 개선 제안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지 등을 여쭈어 보았어요. ‘이래서 안 써’, ‘이걸 누가 써’, ‘이건 우리 조직에 안 맞는데 어떻게 사용하겠어?’ 등등 솔직한 답변을 이끌어냈죠. 점차 대화가 쌓이면서부터는 문제를 해결해주면 쓸 거냐고 묻고 다녔어요. 대부분 그렇다고 얘기하더라고요. 거기서 희망을 얻었어요. 각 부서마다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에 부서별 특성을 이해하고 맞춤형으로 접근하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또 하나, 누구나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한다는 점도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깨달았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설계하고 완성된 상상타운! 상상타운의 특이점은 직원들에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업무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안의 방식은 네 가지로 나뉘는데요. 각 방식별로 사용하는 조직이 다르고 쓰는 구성원이 다양합니다. 임직원의 요구를 반영해 조직별로 맞춤형으로 설계한 것이죠. 직원들의 업무와 연령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조직 상황에 맞게끔 프로세스를 갖추도록 설계한 겁니다. 과제처럼 강압적으로 접속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업무를 하는 데 꼭 필요한 시스템으로 변모한 것이지요.
이은호 선임은 상상타운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당연한 문제’를 ‘해결할 문제’로 보는 시각을 갖는 게 유효했다고 말합니다. 그 지점이 바로 상상타운이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문제를 발견, 발굴한다 → 해결 아이디어를 찾는다 → 업무에 반영, 실제 현장을 개선하고 기술을 개발한다 → 이익을 창출한다’는 선순환을 바로 상상타운이 하고 있으니까요.
이는 현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상상타운이 가지고 놀라운 변화는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예전에는 특정 부서에서 고민하는 문제를 이제는 시스템에 공유를 하고 전 임직원이 함께 고민한다는 점입니다. 해당 부서의 앞에 있는 부서, 뒤에 있는 부서에서 같이 고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본부가 다르고 지역도 다르지만 가능한 일이 되었죠.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이면 진짜 좋은 게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기술 난제를 풀 수도 있겠죠. 집단 지성으로 해결해가는 시스템이 바로 상상타운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은 일찍이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습니다. 2014년 웹어워드 코리아에서 기술 이노베이션 부문 대상을 수상한 것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24일 '2016 SUPEX 추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SUPEX 추구상은 SK그룹 중에서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도전해 성과를 창출한 사례를 발굴하여 시상하는 상인데요. SK하이닉스 상상타운은 연구개발과 비즈니스 혁신 모델로 그룹의 성장을 제고한 점을 인정받아 이노베이션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함께할수록 놀라운 혁신이 가능해지다
▲ SK하이닉스 상상타운 메인 화면
앞서 언급한대로 상상타운은 내부 구성원을 위한 시스템입니다. 따라서 이 블로그에 접속하는 대다수의 분들은 상상타운에 접근할 수 없는 게 사실인데요. 그래서 이은호 선임에게 마을이 운영되는 방식에 관해 설명을 부탁했습니다. “임직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상타운 주민이 됩니다. 평민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노력에 따라 귀족도 되고 왕족도 되고 마을 최고 권위자도 될 수 있습니다. 밭에서 일을 하면 땅콩, 피자, 랍스터가 나오고요. 이걸 가지고 있다가 은행에 팔아요. 은행은 주민들에게 현금으로 환급해줍니다. 실제 급여로 환산되는 거죠. 마을 재정이 풍부해지면 사람들도 함께 성장하고요.”
“오픈했을 때 반응이 좋았어요. 익명인데도 긍정적인 의견이 많이 달렸어요. 모든 아이디어에 앞 단에는 ‘상상’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상상타운이라고 명명한 것이고요. 시스템을 만들면서 개선이나 제안이란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상상하기’, ‘상상실적’, ‘함께 상상하기’, ‘상상토론투표’ 등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네이밍을 시도했죠. 앞선 언급한대로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와 언어적인 측면까지 고려했어요.” 좋은 반응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호응이 아니라 참여도 면에서 확실한 성과를 이루어낸 것입니다.
변화는 참여율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 2년 간의 실적을 한번 살펴볼까요? 시스템 방문 100만 번, 18만 건의 개선제안 등록, 14만 건 이상의 실행, 임직원 참여율 70%, 개선기대효과 환산 금액 2조 6천억 원 달성 등의 기록을 수립했으니까요. 여기에 2014년 13,443명, 2015년 14,913명, 2016년 7월 현재 10,050명 등 매년 꾸준히 참여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집계된 수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상상타운은 여러 분야에서 생산 효율을 증대하고 신제품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을까요? 이은호 선임은 최근 사례를 들었습니다. 개발 쪽에서 특수한 문제에 걸려있었고 이 문제를 상상타운에 제안해왔습니다. 그는 운영자로서 아이디어를 등록할 수 있는 코너를 개설하고 배너를 제작해 팝업으로 띄웠습니다. 상상타운 마을 게시판에 벽보를 써붙인 셈이죠. 그러자 유관부서에 임직원들의 코멘트가 이어졌습니다. 얼마 지나지않아 해당 부서에서는 이 난제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을 받은 것이죠.
▲ 임직원들이 상상타운을 사용하는 모습
SK하이닉스에서는 상상타운을 통해 함께 고민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내부 구성원의 자세가 바뀌자 유관부서에 좋은 상상들이 공유되고 확산되고 강해진 것입니다. 비록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과제가 있더라도 상상타운에서는 이러한 과정과 결과가 실패로 남지 않습니다. 이때의 기록과 결과물이 공유되면서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상상타운에서 담아내는 상상의 범주는 어디까지일까요? 이은호 선임은 운영자로서 좋은 상상과 나쁜 상상의 가치 판단이 아닌 실현 가능성에 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고 말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접수되다 보니 다소 허무맹랑하고 뜻밖의 상상이 담긴 내용도 있어요. 80퍼센트 이상이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실현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현실과의 괴리가 있다면 결국 조직이나 개인이나 지치기 마련이니까요. 게다가 투자 비용이 크다는 리스크도 있고요.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워보인다고 해서 눈길을 주지 않는 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 많은 투자가 되어야 한다고 해도, 시도해볼 가치가 없는 상상은 세상에 없으니까요.”
상상타운의 미래를 상상하다
상상타운은 중국 충칭과 우시에서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국 직원들에게도 상상타운은 흥미롭고 동기부여가 되는 시스템으로 통합니다. 이은호 선임은 중국 시스템 외에도 협력사 총괄 운영도 맡고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또 다른 상상타운이 존재한다는 말이 되는데요. 협력사와 함께하는 이 타운의 이름은 ‘상생협력타운’입니다. 상생협력타운은 이미 개발이 완료되어 본격적인 운영을 계획중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과거 개선 제안 제도를 시행할 때는 소위 ‘갑질’로 생각될 수 있던 부분도 상상타운을 통해서 바꿀 생각입니다. 협력사 직원의 제안이 실행되었을 때 보상을 받고 성과는 함께 나눌 수도 있을 텐데요. 이는 그룹 관계사와의 협업, 중소 회사와의 협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구매 제도 개선에서 안전시설 확충까지 직접적인 개선 사항을 개진할 수도 있고요. 또 개선한 내용은 여러 사업장에서 적용합니다. 현재도 제안 경로는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거든요.”
이은호 선임은 이외에도 상상타운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확장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운영을 하면서도 개발 이슈를 끊임없이 체크하고 있습니다. 그는 상상타운의 성공 포인트는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라고 말할 정도인데요. 본사와 충칭, 우시 협력사를 합해 시스템 개선 리스트가 2650 건 정도 됩니다. 그 리스트는 매일 새로 고침되는 건 물론입니다. “불편한 요소를 개선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불편해서 쓰지 않게 되니까요. 작은 기능이라고 해도 고쳐 나가야해요. 그리고 새로운 기능도 계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기 때문에 트렌드에 맞게끔 바꿔 나가야하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요.”
지속적이고 작은 변화와 함께 큰 변화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상생협력타운을 비롯하여 영토를 넓히는 계획인데요. 이은호 선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상상타운의 이웃마을인 '지식타운'을 준비하고 있어요. 한창 개발 중이고 올해 안으로 완료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는 내부 공사 중인 셈이죠. 쉽게 말하자면 지식 공유 시스템이에요. 흔히 기업의 지식 경영시스템이라고 하면 문서들을 체계적으로 쌓는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식타운에서는 검색을 용이하게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창조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모두 담으려고 합니다. 사실 지식 공유가 안 되는 건 시스템 문제라기 보단 문화적인 접근이 더 필요하거든요. 제가 고민한 대목은 우리 시스템이 그 문화를 바꿀 수 있는가의 문제였죠.”
지식타운에는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된 기능이 몇 가지 포함됩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질문을 하면 현업 사용자 14,000명 각각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답변자와 자료전달자를 알아서 찾아주는 기능이 구현된다고 합니다. 이렇듯 SK하이닉스는 재미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임직원들이 더욱 활발하게 소통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상상타운의 변화는 곧 SK하이닉스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상상타운이 더 단단해지고 외연을 넓혀가듯이 SK하이닉스도 눈부신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식타운과 상생협력타운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은호 선임은 상상타운이 불러올 변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신사업을 통해 NEW Biz 발굴이 다시 한 번 상상타운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요. 그의 상상이 곧 눈앞에 펼쳐질 것을 확신합니다. 이미 상상타운이 그랬듯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