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시티 신드롬(Tenacity syndrome), 일명 집념 증후군은 사소한 일이라도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현상이다. SK하이닉스 뉴스룸은 테너시티를 지닌 하이지니어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Value 중 ‘집념’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있다. 오늘 만나볼 주인공은 SK하이닉스 사내 개인방송 채널 쿠키티비(Cookie-TV)에 가장 많은 콘텐츠를 올린 PCM Controller Design 팀 정승규 TL.
집념의 하이지니어 그리고 집념의 크리에이터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 이젠 평범한 일반인도 자신만의 채널에서 직접 만든 콘텐츠를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한 번쯤 꿈꿔볼 법한 매력적인 직업이지만, 그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자신만의 뚜렷한 콘셉트와 이를 받쳐줄 전문성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기획부터 제작, 편집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는 엄청난 집념이 요구된다.
오늘 만난 PCM Controller Design 팀 정승규 TL의 또 다른 직업은 바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차세대 메모리 PCM(Phase-change Memory)1)에 탑재되는 컨트롤러(Controller)2)의 설계를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의 전문분야 ‘반도체 설계’를 주제로 특색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1) PCM(Phase-change Memory): 물질의 상태 변화에 따른 저항의 차이를 이용하는 메모리. 흔히 피램(PRAM, Phase-change Random Access Memory)라 불린다. 플래시 메모리의 비휘발성과 RAM의 빠른 속도, 낮은 동작전압으로 동작이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이다. (출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2) 컨트롤러(Controller):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제어해 데이터를 읽고 쓰고 저장하게 해주는 시스템반도체. 에러·불량섹터를 막아줘 제품 수명을 연장해주고 셀 간 간섭현상을 줄이는 신호처리 등도 맡는다.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저는 현재 ASIC 및 디지털 기반의 컨트롤러 설계를 맡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디지털 설계 관련 교육은 꽤 제공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칩을 만들 때 필요한 툴(Tool)을 다룬 강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디지털 기반 설계의 Design Flow와 이 과정에서 필요한 툴에 대해 일부는 넓게, 일부는 자세히 다루고 있어요”
SK하이닉스는 올 초부터 구성원의 자발적인 학습을 유도하기 위한 사내 개인방송 채널 쿠키티비(Cookie-TV)를 오픈했다. 개개인이 학습한 내용 중 타 구성원과 공유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는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해 업로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정승규 TL이 채널 개설 이후 8개월간 올린 콘텐츠 수는 40여 편. 그는 현재 쿠키티비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경험과 노하우로 만드는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선물
반도체 설계에서는 칩을 제작하기 전 로직의 동작 및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사전 테스트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는 모든 로직이 들어 있는 직접회로(IC)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3)’에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이때 수많은 로직 중 필요한 기능만을 콤팩트하게 걸러내기 위해선 코드를 변환하는 합성 툴 'Vivado’의 활용이 필수다. 정승규 TL의 강의는 주로 이 Vivado의 활용법을 다루고 있다.
3)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이미 설계된 하드웨어를 반도체로 생산하기 직전 최종적으로 하드웨어의 동작 및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제작하는 중간 개발물 형태의 집적 회로(IC). (출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Vivado는 디지털 기반 설계에 있어 꼭 필요하지만, 실제로 접해보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특히 이 툴을 처음 써보는 들은 막막해할 때가 많죠. 저도 신입 때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여 강의 영상을 통해 이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강의’가 정승규 TL의 유일한 제작 원칙이다. 그래서 그는 툴을 다루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연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직접 제작한 PPT 자료 화면을 띄워놓고 설명을 더하기도 한다.
“강의에서 다뤘던 툴 외에도 Design Flow를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툴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보안 등의 문제로 시연과정을 녹화할 수 없는 툴들이 있어요. 그래서 시연 불가능한 툴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어떠한 교육을 찾아서 들으면 좋은지에 대해 가이드하는 영상을 열 편 정도 제작했습니다”
업무 외 시간을 할애하여 일주일에 한 개꼴로 영상을 업로드해온 정승규 TL. 이러한 꾸준함의 바탕에는 언제나 희생이 뒤따른다. 최근에는 이천캠퍼스에서 분당캠퍼스로 근무지를 옮기고 난 뒤엔 수행해야 할 프로젝트가 달마다 있어 매우 바빴었다. 전업(專業) 유튜버도 아닌 그가 하이지니어로서, 또 크리에이터로서 집념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후배들에게 제 강의가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뿌듯합니다. 사내에서 사용하는 하이땡스(Hy-Thanks)를 통해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평소에도 옆에서 누군가 헤매고 있을 때, 제 도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면 보람을 느끼는 편이에요. 일이 주어졌을 때 신속하게 끝낼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일을 좋아하고요. 제가 강의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작은 집념이 일으킨 파급효과… 지식 공유 넘어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인터뷰가 진행된 당일은 정승규 TL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날이기도 했다. SK하이닉스 협력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된 것. SK하이닉스는 현재 사회적 가치 창출 활동의 일환으로 협력사에 반도체 기초 교육 영상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미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뜨거운 성원을 받던 정승규 TL이 이번 프로젝트에 강사진으로 참여하게 됐다.
“사실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습니다. 기존에는 시연 과정을 녹화하거나 자료를 띄워놓고 설명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제 모습을 드러낼 일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엔 메이크업까지 해주시더라고요. 무엇보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이 곧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늘 해오던 활동을 통해 회사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할 수 있게 돼 뿌듯합니다”
정승규 TL이 크리에이터로서 관심을 갖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다. 이는 주로 개발도상국 지역의 경제적 빈곤 퇴치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용되는 기술을 말한다. 실제 그는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한 적정기술 아이템으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 이력도 있다.
“저에게 공유할 가치가 있는 자원과 노하우가 충분하다면,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적정기술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 때 관련 강의를 듣기도 하고, 공모전에 참가하기도 했죠. 이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시도해봤는데, 전공 분야가 아니다 보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적정기술 관련 콘텐츠를 제대로 제작해보고 싶어요”
입사 5년 차 하이지니어로, 반도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정승규 TL. 그의 Tenacity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반도체 설계에는 디지털뿐 아니라 아날로그, 솔루션, 어플리케이션 등 수많은 분야가 있습니다.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다양한 분야의 설계 기술을 섭렵해 칩 하나를 찍어내는 Flow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뤄보고 싶어요. 또, 들이 제 강의를 듣고 하나하나 실무에 적용하며 개인의 기술역량을 높이고, 나아가 함께 SK하이닉스에서 기술혁신을 이루는 게 꿈입니다”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후배들을 위해 시작된 강의. 동료들의 감사 메시지에 뿌듯함을 느끼며 정승규 TL은 자연스레 공유의 가치를 체득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그는 협력사 구성원으로 그 범위를 넓혀 SK하이닉스가 추구하는 상생협력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강한 집념과 선한 영향력을 지닌 그가 만들어갈 ‘기술로써 꿈꾸는 더 나은 세상’이 조금 더 가까워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