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를 이루는 기능적이고 구조적인 기본 단위를 세포라고 합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비슷한 의미로 셀(Cel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요. 이는 디지털 정보 하나가 들어갈 수 있는 기본 단위를 말합니다. 각 셀에는 정보의 저장 저장 여부를 결정하는 트랜지스터(Transistor, TR)가 존재하는데요. 메모리 반도체에서 트랜지스터는 제품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금부터 영하이라이터와 함께 DRAM개발 Device팀의 유민수 수석을 만나 트랜지스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고객의 입맛에 맞는 트랜지스터 개발 메인셰프, DRAM개발 Device팀
Q. 먼저 SK하이닉스 블로그 독자를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DRAM개발 Device팀 유민수 수석입니다. 2003년 하이닉스에 입사 후, 디바이스 엔지니어로서 주로 새로운 구조의 셀 트랜지스터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소속된 DRAM개발 Device팀은 제가 개발조직으로 처음 이동할 때 생긴 부서인데요. 운 좋게 제가 첫 번째 팀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 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DRAM개발 Device팀은 어떠한 업무를 하는 곳인지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소자 부서는 PI와 Device, FA 라는 3개의 조직이 있습니다. 그 중에 저는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Device팀에 속해있습니다. DRAM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억 개에 이르는 셀이 하나하나 제대로 동작하게 만드는 것과, 주어진 수명 내에서 불량이 없도록 하는 일인데요. 이를 신뢰성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셀을 동작하게 하는 스위치(switch)인 셀 트랜지스터의 리프레시(Refresh) 특성 입니다. 저희 팀에서는 이러한 셀 트랜지스터와 관련해서 신뢰성과 밀접하게 관련된 리프레시 개선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메모리에 정보가 저장되기까지 여러 단계의 기능을 수행하는 주변부(peripheral, Peri) 트랜지스터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런 Peri 트랜지스터의 경우, 제품설계 단계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특성에 맞게 트랜지스터들을 결정하고 제공해야 하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여러 가지 종류의 트랜지스터의 경우의 수를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Q. DRAM개발 Device팀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프로세스 중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소자 입장에서 봤을 때 처음 미래기술연구소에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면, 양산 FAB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때 FAB에서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전, 일정 수준의 수율과 품질을 확보해 가는 과정이 개발부분에서 하는 일입니다. 즉,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그 기술이 양산되는 사이에 위치해 두 단계의 갭(gap)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여기에서 투입되는 인력과 투자가 가장 많은 시기 입니다.
트랜지스터 기술, 본격적으로 그 정체를 밝힌다!
Q. DRAM개발 Device팀의 주요 업무가 DRAM Transistor의 특성 및 신뢰성 개선 연구라고 하셨는데요. 특성을 개선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가요?
우선 트랜지스터의 특성이라고 하면, 트랜지스터의 성능을 결정하는 조건을 의미합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랜지스터의 특성은 ‘빠른 속도’와 ‘저전력’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신뢰성’입니다. 트랜지스터는 일종의 스위치 입니다. 스위치를 켜고 끄고 함으로써 전류를 흘려 주기도 하고, 멈추게 하기도 합니다. 이 때 스위치를 한번 켤 때 드는 힘은 더 작게, 하지만 흘러가는 전류는 더 많게 할수록 좋은 성능의 트랜지스터가 되는 것이죠. 하지만 속도가 빨라질 수록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두 성능 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특성인 신뢰성에서는 주어진 수명 동안 DRAM의 오동작 방지가 중요합니다. 트랜지스터도 자동차 엔진이나 부품과 마찬가지로 쓰면 쓸수록 특성이 변화하는 양이 커집니다. 이런 변화하는 양을 최소화해 DRAM이 오랜 시간 동안 오동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신뢰성의 개선을 의미합니다
Q. DRAM 셀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와 Peri 트랜지스터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요? 만약 차이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점인지 궁금합니다.
셀 트랜지스터와 Peri 트랜지스터는 약간의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보를 저장하는 저장소 역할을 하는 셀 트랜지스터의 경우 고용량 메모리로 갈수록 그 수가 수천, 수백억 개에 이릅니다. 이런 셀 중 하나라도 고장이 난다면, 그 메모리반도체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고장뿐만이 아니라 각각의 셀들이 중심 값을 기준으로 비슷비슷한 성능을 가지고 있어야 오작동의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어느 한 부분만 뛰어나거나 모자란다면 전체 메모리가 오작동이 일어나게 됩니다. 때문에 많은 트랜지스터를 균일한 성능을 내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Peri 트랜지스터의 경우 그 숫자가 셀 트랜지스터 보다는 절대적으로 작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기능이 천차만별이라 그 기능에 맞는 특성을 하나하나 맞춰주어야 한다는 점이 셀 트랜지스터와의 차이입니다. 즉, 저장 만을 목적으로 하는 셀 트랜지스터보다 훨씬 다양하게 필요한 것이죠. 제가 앞서 이야기한 손님의 입맛을 맞춘다는 것이 이런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Q. 트랜지스터 기술은 전자산업 중에서 가장 먼저 연구된 학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트랜지스터의 개발로 지금의 전자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보는 시각도 많은데요. 이렇게 연구와 발전의 역사가 긴 만큼, 어느 정도 기술력의 한계가 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랜지스터의 태생적 한계와 기술 연구의 한계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반도체 산업이 트랜지스터 미세화(Scaling)과의 전쟁을 하는 이유는 바로 트랜지스터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트랜지스터는 스위치 입니다. 스위치를 한번 켜고 끄는데 드는 소비전력과 속도는 트랜지스터의 크기의 함수이며, 이는 트랜지스터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특성입니다. 작아지는 것만으로도 소비전력은 감소하고, 속도는 증가합니다. 그리고, 요구되는 메모리의 용량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동일 chip size에서 메모리 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크기가 작아져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큰 용량의 메모리를 작동시킬 때 드는 전력에 대한 뚜렷한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트랜지스터 기술이 소비전력에서 자유로워지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Scaling과의 전쟁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전까지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Scale를 줄이는 속도가 늘어나는 전력소비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무어의 법칙에 한계가 오게 되었고, 더 이상 Scaling 만으로는 늘어나는 소비전력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때문에 반도체 회사들도 Scaling 차원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프로세스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그렇다면 전자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만한 트랜지스터 기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까지 실리콘(silicon) 기반의 트랜지스터를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실리콘을 대체할 꿈의 물질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확답을 드리기는 힘들지만, 현재로서는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의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AI)나 컴퓨팅과 같은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메모리 분야보다 조금 빠르게 새로운 시도를 진행 중입니다.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등과 같은 기술이 미래의 전자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방지축 트랜지스터와 유민수 수석과의 끈끈한 인연
Q. 많은 분야 중 트랜지스터를 연구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저는 반도체 전공이라기 보다는, 재료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입사한 경우인데요. 처음 입사 하자마자 과장급 자리에서 시작을 하다 보니, 후배 사원들보다 반도체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았습니다. 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시작하겠다는 다짐으로 회사 교육시스템을 통해 디바이스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입사 4년차가 된 해 연말행사에서 100% 동료와 선후배들의 투표로만 진행되는 골든 키 어워드(Golden Key Award)에서 우수 엔지니어로 뽑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부서 내부적으로 수여하는 상이기는 했지만, 동료와 선후배들에게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트랜지스터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지만, 이 상을 통해서 더욱 더 디바이스 연구에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Q. 트랜지스터 연구를 10년 넘게 이어오고 계신데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트랜지스터 연구의 매력이라고 하면 언제나 저에게 새로움을 가져다 준다는 점이에요. 저도 10년 넘게 연구해 왔지만, 매 순간 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기분이 든답니다. 트랜지스터는 여러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특성 중 하나만 변화를 주어도 나머지 특성들이 전부 바뀌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한 가지 특성을 개선하고, 다른 특성을 평가해 보면 엉망인 경우도 많죠. 분명 하나의 트랜지스터인데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특성으로 바뀌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한 다양한 변화를 관찰하고 연구하는 재미가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SK하이닉스 20nm DRAM의 셀 트랜지스터의 구조를 Dual BG라고 하는데요. 6년 전에 처음 제안했던 것이 2년 전 실제 양산으로 적용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 자신도 이런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던 게 사실인데요. 실제 적용까지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경쟁력을 키우게 된 것을 보면서 엔지니어로서 뿌듯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 당시 6개월 이상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도 Dual BG에 적합한 게이트 재료를 찾지 못해 고민을 거듭했거든요. 하지만 답은 너무나도 흔해서 미처 생각지도 못한 폴리실리콘(polysilicon)이었던 것입니다. 발상의 전환이었던 것이죠. 지금 10nm급 DRAM 까지도 적용되고 있어서 더욱 뿌듯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여러 현상들이 발생할 때, 해결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힘든데요. 그것을 해석하고 해결해 갈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기쁨은 노력에 비례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Q. 이렇게 연구의 기간이 길어지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질 것 같은데요.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진행한 연구가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실수가 있지 않는 이상, 적용이 되지 않는다 해도 그 결과가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차후 큰 성공의 밑바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실패를 한 횟수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번의 성공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예상하지 못한 결과는 그 연구에 더욱 집중을 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엔지니어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SK하이닉스 Device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하이라이트 독자 분들을 위해 조언의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Device 분야는 주로 트랜지스터를 다루는 곳이지만, 트랜지스터만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현재 지식의 트렌드는 ‘융합’입니다. 기술개발의 난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체 최적화를 위해서는 자신의 분야만 알면 한계가 있죠. Device팀 역시 다른 부서와 협업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도체 회사라고 해서 반도체 전공 지식만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는 다른 전공들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사실 반도체 지식은 회사의 교육시스템으로 모든 구성원이 어느 정도 숙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강점이 되기는 힘듭니다. 자신이 선택한 전공이 무엇이든 장기적인 관점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을 할 때 문제해결에 있어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 Device팀에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DRAM개발 Device팀 유민수 수석과의 인터뷰를 통해 DRAM 소자에 이용되는 트랜지스터의 여러 기능과 특성들을 살펴보았는데요. 단순한 기본 구조로 구성되었지만 미세한 변화에도 그 성격이 무한하게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즐거움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맡은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