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에 걸쳐 제 24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한국반도체학술대회는 우리나라의 수출 1위 항목인 반도체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개발 및 동향을 주고 받는 자리로, 7개의 관으로 나누어 학술 발표를 진행할 만큼 큰 규모의 행사였는데요. 지금부터 영하이라이터와 함께 그 현장 속을 한 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한국반도체 학술대회란?
오늘날 반도체는 거의 모든 전자기기 및 데이터 저장장치에 사용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스마트 자동차 등 ICT기술과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부품으로서, 미래에도 그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세계 반도체 산업 시장은 Scaling 한계에 따른 기술개발 난이도의 증가로 인하여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 환경에 대비하여 반도체 산업의 산학연이 함께 모여 반도체 산업의 통찰력을 제공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행사인 한국반도체학술대회는 1994년을 시작으로 연 인원 23,000여 명이 참여하는 행사입니다. 올해 SK하이닉스의 주관으로 강원도 홍천 대명 비발디파크에서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Semiconductor for Intelligence &Human”이라는 주제를 세운 이번 행사에서는 현재와 미래 반도체 산업 기술 동향에 대해 발표하는 ‘Plenary Session’를 비롯하여 전문적인 기술에 대해 발표하는 ‘Short course’, 미래 반도체 기술과 최근 이슈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토론하는 ‘Rump Session’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으며 이 외에도 Chip Design Contest와 Post Session 등의 순서도 진행되었는데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업계 종사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던 현장 속으로 출발해볼까요?
한국반도체학술대회 현장 스케치
하나. Post Session & Chip Design Contest
▲ Post Session 현장 모습
전시장을 들어서자 눈길을 사로 잡은 Post Session에는 대학생 및 교수진들과 반도체 관련 기업 연구진들의 연구 결과를 포스트로 정리해놓은 자료가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방문자들은 누구나 각 분야의 연구와 동향을 살펴보고, 티켓 배부 시에 건네 받은 스티커로 당일 Best post를 선정할 수 있었는데요. 이 공간을 채우기 위한 노력과 땀을 알기에 결과물을 살펴보는 눈도 매우 진지했습니다.
▲ Chip Design Contest 현장 모습
또한 강연장 입구에서는 대학생들이 직접 설계하고 국내외 반도체 기반을 통해 생산된 칩을 데모로 시연하는 대학생 반도체 설계 경진대회(Chip Design Contest)가 진행되었는데요. 이번 반도체 설계 경진대회는 금년도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19번 째 정식 분과로 선정되어 더욱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감도가변형 광범위 CMOS 이미지 센서, CMOS 공정을 이용한 수동 NFC 태그의 고효율 Analog Front-End, 무인자동차 장애물 검출용 센서 등 다양한 칩들이 전시되었으며, 치열한 경쟁 끝에 고려대학교의 송기룡씨와 경희대학교의 조우진씨가 수상의 명예를 얻었습니다.
둘. 한국반도체학술대회의 다양한 강연들
제 24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장에서는 대회에 제출한 논문에 대해 저술자가 직접 자세히 설명하는 자리가 여러 회의장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총 19개의 분과 중 9개의 분과에 관련한 논문들을 발표하는 세션이 마련된 것인데요. 학술대회 참가자들은 각자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논문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부터 현재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까지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띠었습니다.
한편 Rump Session에서는 인공지능과 설계, 스케일링 분야와 관련된 심도 깊은 대화가 오고 갔는데요. 각각 ‘저전력 인공지능을 위한 뉴로모픽 기술의 전망’, ‘Smart Cars: The Next Growth Engine for the Semiconductor Industry’, ‘반도체 스케일링의 향후 전망과 기술 과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사회자와 패널리스트들, 청중들이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 Plenary Session에서 강연 후 Q&A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
Plenary Session에서는 총 두 가지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의 정은승 부사장이 ‘반도체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제목으로 강연을 시작하였는데요. 강연은 IoT나 자동차, 헬스케어 등과 같은 미래의 다양한 산업들에서 반도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도체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 IBM의 뉴로모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Dr. Geoffrey W. Burr
이어서 진행된 Plenary Session에서는 IBM Almaden Research Center의 Dr. Geoffrey W. Burr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IBM은 최근 두뇌 형태의 칩을 개발해 오고 있던 만큼, 강연은 다음 세대의 인지 컴퓨팅을 위한 뉴로모픽 기술에 대해 다뤘습니다. Burr박사는 Hierarchical Temporal Memory(계층형 시간적 메모리)나 IBM의 Context-Aware Learning(문맥 인지 학습)과 같은 인간의 두뇌와 비슷한 학습 알고리즘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지속적인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으로 통하는 잠재적인 길을 제공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사고 과정처럼 일을 처리하는 뉴로모픽 기술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셋. 반도체의 거장을 기리는 제 1회 강대원상 시상식
역대 최고인 814편의 논문이 접수된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기존 논문상 외에 소자/공정분야와 회로/시스템 분야 각각 강대원상을 시상했는데요. 올해 처음 열린 제 1회 강대원상 시상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故 강대원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기반이 되는 기술들을 개발해 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반도체 산업에서도 거장으로 불리는 인물로,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실리콘 반도체 메모리의 주 재료이자 반도체 개발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 ‘모스펫’과 데이터를 쉽게 저장하고 삭제할 수 있게 해주는 낸드플래시칩의 기초가 되는 ‘플로팅게이트’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등의 휴대용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에는 강박사의 공이 적지 않은데요. 이렇게 반도체 분야에 큰 획을 그은 故 강대원 박사를 기리는 제1회 강대원 상 시상식이 이번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 열리면서 행사의 의미를 한층 더했습니다.
제 1회 강대원상 수상의 영예는 각각 소자/공정 분야의 서울대학교 박병국 교수와 회로/시스템 분야의 노형동 삼성전자 책임 연구원에게 돌아갔습니다. 박병국 교수는 양자•나노소자 개발 등 반도체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 받았으며, 노형동 연구원은 한양대 학생 시절 제출한 논문의 제 1저자로 초저전력 회로 설계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낮은 전압으로 동작하는 고해상도 통신회로 설계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수상자인 서울대학교 박병국 교수는 수상소감에서 故 강대원 박사께 감사를 표하며 뉴로모픽칩 개발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정을 보였습니다. 또한 노형동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함을 다짐하며 수상 소감을 전했습니다. 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100만원 상당 금메달과 500만원의 상금이 전달되었습니다.
시상식에는 강대원 박사의 매제인 김건중 박사와 여동생 강성화씨가 유족대표로 참석해 강대원상 유치에 대해서 감사함을 전하고, 자리에 모인 학술대회 참가자들의 노력이 한국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나가는 원천임을 당부하는 것으로 이번 행사의 성과와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하였습니다. 현장에 모인 참가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이번 학술대회의 성공적인 결실을 축하하고 더 발전된 모습으로 만날 다음을 기약하였습니다.
SK하이닉스가 주최한 제 24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는 대학생부터 교수, 현업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역대 최대의 논문이 제출되는 역사를 만들어 냈는데요. 한국반도체학술대회를 통해 앞으로도 미래 세계 반도체 기술의 선도주자가 되기 위해 지속적이고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