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을 본격화하고, 지난해 9조 5,071억원 규모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 올해도 전 구성원들이 합심해 DBL 추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구성원 주도로 조직된 DBL 실천단을 중심으로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SV 창출에 힘쓰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 DBL 실천단은 올해 9월까지 누적 1,247건의 SV 창출사례를 발굴하는 등의 DBL 가치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DBL 실천단의 노력을 치하하기 위해 지난 10월 1일 ‘SV창출 현장 우수사례 공유 페스티벌’을 열고, 우수성과를 수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페스티벌에서는 현업에서 발굴된 1,247건의 SV 창출사례 중 제조/기술, P&T, PKG, DRAM개발 등 각 담당별로 우수사례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SK하이닉스 뉴스룸은 이중 인상적인 사례로 평가 받은 ‘PKG Mold 장비 개선을 통한 환경 유해 물질 제거 및 동반성장 달성 사례’의 주인공 조영선 TL을 만나, 어떻게 SV창출사례를 발굴했는지, 이를 통해 어떤 혁신을 가져왔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현장 근무자 작업환경 개선 위해 PKG Mold 장비에 ‘무공해 금형 클리닝 기술’ 도입
SK하이닉스 P&M 제조기술팀에서 D-PKG MBS구축 파트장을 맡고 있는 조영선 TL<위 사진>은 현장에 투입되는 일반 장비를 SK하이닉스 공정에 맞게 개조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고, 필요 시 신규 장비를 개발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DBL 실천단의 일원으로서 SV를 창출할 수 있는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그의 업무에 포함됐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이 사례 역시 이 과정에서 발굴된 것.
조영선 TL이 현장의 많은 장비 중 PKG Mold 장비를 개선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일반적으로 장비 개선 사례는 공정 효율 향상이 주 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장비 개선 사례는 협력업체에서 파견 온 현장 근무자의 고충을 해결해주고 싶다는 조영선 TL의 배려에서 시작됐다. 협력업체 근무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할 수 있었던 것.
“기존 금형 클리닝에 사용된 시트지에서는 미량이지만 유해 물질이 발생해요. 작업할 때 에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데, 매우 불편하거든요. 숨쉬기도 불편하고 거추장스럽죠. 현장 근무자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거에요. 그래서 이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찾게 됐죠”
조영선 TL은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끝에, 금형에 시트지를 삽입해 오염물질을 닦아내는 기존 방식 대신 Mold 이형 필름을 씌워 금형 오염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새로운 클리닝 방식을 고안했다. 장비에 내부에 조 TL이 새롭게 고안한 장치를 장착해, 압착작업이 진행될 때마다 자동으로 새 필름이 투입되고 압착 작업을 마치면 사용된 필름이 자동으로 바깥으로 배출되도록 한 것.
▲시트지 교체 방식이 적용된 기존 장비(좌)와 필름 교체 방식이 적용된 개선 장비(우)
클리닝 과정에서 환경 유해 물질이 나오는 시트지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삽입하고 빼는 과정이 사라진 만큼, 현장 근무자들은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 수작업을 자동공정으로 개선해, 금형 클리닝을 위해 장비를 멈추지 않고 계속 가동할 수도 있게 됐다. 또한 클리닝에 사용되는 필름은 시트지와 달리 환경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산업폐기물로도 분류되지 않아, 클리닝 이후 발생했던 산업폐기물(사용한 시트지)을 처리하는 데 사용했던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소프트웨어 국산화로 공정효율 33% 향상…국내 협력업체와 공동개발로 동반성장 기여
조영선 TL은 클리닝 방식 개선을 위해 장비 구동방식을 자세히 살펴보는 과정에서 장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점도 찾아냈다. 한 번에 3개의 금형을 가동할 수 있는 장비임에도 실제로는 1개 또는 2개의 금형만 사용되고 나머지 금형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빈번했던 것.
“하나의 금형으로 대량의 작업을 해야 했던 예전에는 금형을 교체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최근 반도체 생산 트렌드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면서 작업마다 금형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런데 매번 금형을 교체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아예 하나의 장비에서 구획을 나누어 각각 다른 금형을 고정해두게 된 거죠.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 한 번에 한 종류의 금형만 활용할 수 있던 기존 소프트웨어를 다중 소프트웨어로 대체해 한 번에 두 종류의 금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목표는 분명했지만,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이미 경쟁업체에서 같은 시도를 했다가 실패해 막대한 투자 비용을 허비한 사례도 있었기 때문. ‘실패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장비 개선 제안이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력업체들도 난색을 표했다.
“보통 현업에서 사용 중인 장비는 현장에서 장비를 가져와 개발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데, 이 장비의 경우 그건 오히려 쉬웠어요. 현장 근무자들이 힘들어했던 사례였고, 그만큼 필요성을 모두가 절감하고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죠. 그것보다는 어떻게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어요. 제조업체는 물론, 협력업체에서도 모두 무모한 시도라고 말릴 정도였거든요”
▲신규 다중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PKG Mold 장비
하지만 조영선 TL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집념을 갖고 장비 개선에 계속 도전했다. 장비제조업체에서 기술연수를 받은 경험을 토대로 장비를 분석해본 결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 분석한 내용을 보고서로 정리해 수 차례 설득 작업을 거쳤고, 협력업체와도 분석 자료를 공유했다. 그 결과 내부 승인을 얻고, 국내 협력업체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런 노력 끝에 다중작업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정효율을 33% 향상할 수 있었고 수입에 의존하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국산화하는 성과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소프트웨어를 국내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협력사의 기술역량을 끌어올리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동반성장 가치를 창출하는 성과도 냈다.
이번 장비 개선으로 창출한 SV만 약 120억원…현장에서의 DBL 추구가 중요한 이유
개선된 장비는 지난해 말 테스트 과정을 거쳐,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양산 적용이 진행 중이다. 내년까지 전체 라인을 개선된 장비로 교체하는 것이 최종 목표. 현장의 적극적인 협조로, 순조롭게 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장비가 모든 라인에 적용될 경우, 이로 인한 기대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조영선 TL은 이번 장비개선으로 인한 EV 창출 성과를 약 43억원, SV 창출 성과를 약 12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현장에서 단순히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DBL 추구를 위해 노력한 결과, 기존 대비 약 163억원의 총 DBL 가치 창출에 성공한 것. 현장에서의 DBL 추구로 막대한 DBL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한 좋은 사례다.
또한, 이번 사례는 DBL 철학이 SK하이닉스 구성원의 일상에 완전히 어우러져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SK하이닉스가 본격적으로 DBL을 추구한지 채 2년도 안 된 시점이지만, 경영진이 제시한 방향성(DBL 철학)이 각 생산현장에까지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
실제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업무를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업무방식을 끊임없이 찾고, 나아가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조영선 TL은 “예전엔 일을 할 때 그저 경제적인 성과(이익)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아이디어를 하나라도 더 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진행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구성원들 사이에서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구성원들이 더욱 더 관심을 갖고 DBL 추구를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DBL 아이디어 공모 제도를 운영하고, 활성화를 위해 DBL 야간 로드쇼 등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사내 DBL 교육도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DBL 성과 측정체계를 고도화하고, SV상상타운을 통해 구성원의 SV 창출 성과를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SV Point로 환산, 지급하는 등 구성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속경영추진담당 소속 박창용 TL은 “향후 이 같은 제도들을 전사적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라며 “DBL 추진 단계별 운영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각 조직(MPRS)의 직무 특성에 맞는 표준화 모듈도 개발해 쉽게 DBL 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