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이 빠르게 성장하며 초고속, 고용량 메모리에 대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HBM 메모리를 지속 개발해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노력에 감사한다.”
- AMD 메모리 제품 부문 총괄 책임자 로먼 키리친스키(Roman Kyrychynskyi) 부사장
빅데이터, 챗GPT 등 인공지능(AI) 서비스 열풍이 거세지며, 이를 지원하는 고성능 반도체 기술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잇따라 기술 한계를 넘어서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바로 HBM*이다.
* HBM(High Bandwidth Memory) : 여러 개의 D램 칩을 TSV(Through Silicon Via)로 수직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를 거쳐 현재 4세대(HBM3)까지 개발됨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하고(2021년), 양산에 성공한(2022년) SK하이닉스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크기로 더 많은 용량을 제공하는, 세계 최초 12단 적층 HBM3 24GB(기가바이트) 패키지(이하 12단 HBM3)를 개발하고, AMD 등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며 다시 한번 이 분야 기술 리더십을 굳건히 했다[관련기사].
뉴스룸은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최고의 가치를 구현한 12단 HBM3 개발진(DRAM 상품기획 김왕수 PL, HBM PKG제품 박진우 PL, HBM PE 성형수 PL, WLP FE개발 양주헌 PL, WLP BE개발 권종오 PL)을 만났다. 이번 제품의 특장점과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차세대 제품에 대한 포부까지 기술 혁신 주역들에게 들어봤다.
어드밴스드 MR-MUF 등 또 한번 기술 혁신… 최고 용량 HBM3 구현해 고객사 신뢰 확보
SK하이닉스의 12단 HBM3는 제품 안에 적층되는 D램 칩의 개수를 8개(기존 16GB 제품)에서 12개로 늘려 용량을 50% 높인 제품이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현존 최대 용량 24GB를 구현하면서도, 전체 높이(제품 두께)는 16GB 제품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기존과 동일한 공간 안에서 더 많은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두께를 유지하면서 용량(적층수)을 높이기 위해 D램 칩을 40% 얇게 만들어 위로 한 개씩 쌓아야 되는데, 이 경우 칩이 쉽게 휘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개발진은 개선된 에폭시 밀봉재(EMC)*와 새로운 적층 방식을 활용한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기술을 적용해 기술 한계를 극복했다.
* 에폭시 밀봉재(EMC, Epoxy Molding Compound) : 열경화성 고분자의 일종인 에폭시 수지를 기반으로 만든 방열 소재로, 반도체 칩을 밀봉해 열이나 습기, 충격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함
** MR-MUF(Mass Reflow-Molded Under Fill) :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인 공정으로 평가받음
SK하이닉스는 현재 다수 글로벌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해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AMD의 메모리 제품 부문 총괄 책임자 로먼 키리친스키(Roman Kyrychynskyi) 부사장은 “AI 모델이 빠르게 성장하며 초고속, 고용량 메모리에 대한 수요를 이끌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HBM 메모리를 지속 개발해내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 DRAM상품기획 김왕수 PL은 “이 제품을 통해 SoC(System on Chip)* 업체들은 시스템 안에 추가 공간을 확보할 필요 없이 동일 크기의 제품으로 1.5배의 용량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많은 고객사가 우리 기술력에 높은 신뢰를 보이고 있고, 회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신제품 공급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 SoC(System on Chip) :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부품과 CPU, D램 등 반도체가 하나로 통합된 제품으로, 컴퓨터가 명령어를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하드웨어 컴포넌트가 하나의 칩 안에 집적됨
열 방출 · 생산성 · 안정성 모두 탁월… “12단 HBM3가 SK하이닉스 시장 경쟁력 높여줄 것”
“SK하이닉스는 고객과 시장의 요구를 미리 예상하고 지난해부터 이미 24GB 제품을 개발 로드맵에 올려놨습니다. 덕분에 빠르게 기술 개발에 나서 12단 HBM3 24GB 패키지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김왕수 PL은 기존의 8단 HBM3 양산 이후 약 10개월 만에 12단 HBM3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단기간 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특히 40% 얇아진 D램 칩 12장을 기존보다 13% 좁은 간격으로 쌓다 보니, 칩을 제어하기 힘들고 공정을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WLP BE개발 권종오 PL은 ‘어드밴스드 MR-MUF’ 공정 도입을 해법으로 꼽았다.
▲ WLP BE개발 권종오 PL(가운데)이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어드밴스드 MR-MUF는 기존 MR-MUF 대비 세 가지 개선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얇아진 웨이퍼가 휘지 않도록 제어하는 신규 기술이 들어갔습니다. 다음으로 12단으로 쌓는 과정에서 칩과 칩 사이를 잇는 범프들이 고르게 연결되도록 강한 열을 순간적으로 가해 가접합했죠. 마지막으로 진공 상태에서 방열성 높은 신규 EMC 소재를 밀어 넣고 70톤의 압력을 가해 칩 사이사이 좁은 공간에 채워 넣었습니다.”
권 PL은 어드밴스드 MR-MUF를 통해 기존 MR-MUF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생산성은 약 3배, 열 방출은 약 2.5배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조직 간 긴밀한 협업, 그리고 끊임없는 테스트로 완성된 12단 HBM3
김왕수 PL은 이번 제품 성공의 주된 요인으로 조직 간 협업을 꼽았다. 12단 적층 과정에서 불량을 방지하는 소자 기술, 더 높은 층의 셀에서도 같은 속도가 나오도록 하는 설계 기술, 효과적인 열 방출을 유지하는 패키지 기술 등이 조화를 이룬 원팀(One-team) 마인드가 빛났다고 말했다.
▲ HBM PKG제품 박진우 PL(왼쪽)과 WLP FE개발 양주헌 PL(오른쪽)이 12단 HBM3 개발 과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품질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테스트에 공을 들인 것도 성공 요인이었다. WLP FE개발 양주헌 PL은 “칩과 칩 사이를 잇는 범프만 수십만 개나 된다”며 “하나하나 테스트를 거듭해 최적의 접합 조건을 찾아냈고, 불량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D램 웨이퍼 및 HBM3 테스트를 담당한 HBM PE 성형수 PL은 “기존 대비 1.5배 많은 칩이 적층돼 수율과 품질을 조기에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수없이 많은 시도를 거듭한 끝에 12단에 맞는 최적의 테스트 베이스라인을 구축해냈다”고 설명했다.
12단 HBM3는 고객사 제품과 오류 없이 패키징되었을 때 비로소 완제품이 된다. 이 과정을 완수하기 위해 김왕수 PL과 HBM PKG제품 박진우 PL이 힘쓰고 있다. 아직 고객사 성능 검증이 진행 중이기에 이들이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이에 대해 박 PL은 “현재 고객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우리 회사와 고객사가 서로 이해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윈-윈(Win-Win)하는 ‘HBM 에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빛나는 1등 DNA… “HBM3E, HBM4도 SK하이닉스가 가장 강할 것”
아직 가야 할 길은 남았지만, 개발 주역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성형수 PL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것은 언제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만,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기쁨은 더욱 배가 된다”며 “세계 최초로 12단 HBM3을 개발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끝으로, 모두가 입을 모아 HBM 1등 리더십을 지켜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SK하이닉스가 명실상부 HBM 강자로 자리매김한 만큼 다음 세대인 HBM3E 그리고 HBM4에서도 글로벌 1위 자리를 굳건히 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