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 증후군, 일명 ‘번아웃증후군’을 직업 관련 증상 중 하나로 분류했다. 실제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직장 내 스트레스’의 위험성을 인정한 것. 실제 2021년 3월 한 채용사이트가 국내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3명 중 2명이 최근 1년간 번아웃증후군을 경험한 바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따라 심리상담 창구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등 직원들의 마음 건강을 챙기는 기업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구성원들이 행복한 업무환경 구축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히 제거하고 수평적이고 열린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수시로 진행되는 다양한 소통 창구를 통해 직무 스트레스에 노출된 구성원들의 고충들을 듣고 해결해주는 데 집중해온 것. 2011년부터는 ‘마음산책 상담소’를 개설, 구성원들의 직무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체계도 갖췄다.
뉴스룸은 SHE 이천보건 소속 임선영 상담사와 김희중 상담사를 만나, 마음산책 상담소가 구성원 마음 건강 증진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마음의 평화와 행복한 일상을 함께 찾아가는 곳 ‘마음산책 상담소’
마음산책 상담소는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심리적인 어려움과 고민을 같이 해결하는 공간. SK하이닉스는 1on1 등 조직체계 안에서 구성원의 고충을 해결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려 노력 중이지만, 개인적인 성향이나 환경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이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구성원들도 있다. 마음산책 상담소는 그런 구성원들이 언제든 찾아와 마음 건강을 회복해갈 수 있는 ‘쉼터’다.
또한 △전사 직무 스트레스 평가 및 사후관리 △중간관리자 마음 건강 교육 △사업장 내 위기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많은 잠재적인 위험요소들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통해 마음 건강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음 건강 증진을 위한 명상 이완 교육인 ‘휴(休) 프로그램’ △구성원들이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쓰담쓰담 내 마음’ △MBTI 성격검사를 기반으로 구성원이 자신과 주위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MBTI 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마음산책 상담소에는 현재 총 10명의 상담사가 근무 중으로, 7명은 이천캠퍼스에, 나머지 3명은 청주캠퍼스에 상주하고 있다. 분당캠퍼스의 경우 상담사가 상주하고 있지 않으나, 이천에서 주 1회 상담사가 파견돼 출장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다양한 심리검사를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개인 상담이나 팀 단위 집단 상담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성원들이 마음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힘이 돼주고 있다.
이처럼 사내 상담소를 운영함으로써 SK하이닉스가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일까? 가장 큰 기대효과는 ‘구성원 행복 증진’과 ‘업무 효율성 향상’이다.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은 개인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에도 중요하지만, 업무에서 본인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
직무 스트레스, 우울증 등으로 인해 상담이 필요한 SK하이닉스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사내 SHE 포털을 통해 접수 후 상담소를 찾아 고민거리를 털어놓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담 과정은 접수 상담과 본 상담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접수 상담에서는 현재의 심리상태에 대한 평가와 간단한 면담을 진행한다. 개인 상담을 원하는 다른 구성원들이 많아 본 상담은 주 1~2회 간격으로 총 12회 동안만 진행된다. 상담 신청 횟수에 제한은 없으며, SK하이닉스에 재직 중이라면 상담 순서를 기다려 몇 번이든 다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상담은 함께 어려움 이겨낼 방법 찾아가는 과정…힘들 땐 어떤 고민이든 들고 찾아오세요”
마음산책 상담소는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상담소인 만큼, 회사 생활과 관련된 고민들을 해결해 업무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모든 마음의 문제들은 연결돼 있어 회사에서 발생한 문제와 개인적인 문제를 명확하게 구분 짓기 어렵고, 구성원들의 고민거리 역시 생각보다 다양한 편이다.
▲SHE 이천보건 임선영 상담사
임선영 상담사는 “집에서 부부관계나 자녀에 대한 고민이 심하면 회사에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없고, 반대로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집에서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며 “상담 주제를 정해놓지 않고 사적인 영역의 고민은 물론, 회사생활 중 받게 되는 여러 형태의 업무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사내 상담소의 특성상 불편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상담 결과가 인사에 반영되지는 않을지 걱정하거나 민감한 주제에 대해 상담했다가 혹시 유출될 경우 피해를 입을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지만 마음산책 상담소에 소속된 상담사들은 모두 SK하이닉스 구성원인 동시에 상담 관련 전문 자격을 보유한 상담사다. 이들은 전문가 윤리규정에 의거,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다룰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하며 내담자(상담대상자) 개인정보 보호의 의무가 있다. 마음산책 상담소의 모든 상담사는 당연히 전문가 윤리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SHE 이천보건 김희중 상담사
김희중 상담사는 “전문적인 관점에서 심리적인 이론이나 기법을 활용해 적용해볼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기도 하지만, 누군가 고민을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사와 함께 문제 해결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심리 상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어떤 고민이든 들고 상담소에 찾아와 같이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행히 예전에 비해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개선되면서 구성원들의 상담 요청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개인 상담이나 마음 건강 증진 프로그램은 늘 대기자가 있을 정도. 다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상담이 제한돼, 상담을 필요로 하는 구성원 대비 충분한 상담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올해는 전화 또는 메신저로 진행되는 비대면 상담의 비중을 확대하고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모바일 기반 비대면 상담 프로그램도 준비하는 등 상담 루트 다변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복감 클수록 스트레스 조절도 쉬워져…일상 속 소소한 행복부터 찾아보자”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상담 기회가 부족해 많은 구성원들이 대면 상담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이에 인터뷰 자리를 빌어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부탁했다.
▲마음산책 상담소에서 준비한 ‘감정 다이어리’(왼쪽)와 ‘감정 카드’(오른쪽)
임 상담사는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이를 올바르게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는 우리의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조절할수록 스트레스에서 빨리 회복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를 위한 도구로 마음산책 상담소에서 준비한 ‘감정 다이어리’도 소개했다. 감정 다이어리는 매일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기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일기장이다.
그는 “어떤 감정을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그런 감정을 속에 묻어놓고 없는 듯이 살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곪아 결국에는 그 감정이 폭발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현재 처해 있는 환경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정확하게 바라보는 노력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김 상담사는 ‘일상 속 소소한 행복들을 찾아 실천함으로써 스트레스 내성을 기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책 ‘행복의 기원’ 내용 중 “행복은 강도(强度)가 아니라 빈도(頻度)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를 소개하며, “행복해지려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자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복감이 커질수록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힘도 강해진다”며 “행복을 너무 멀리서 찾지 말고 지금 내게 필요한 게 뭔지, 도움이 되는 게 뭔지 찾아보고 하나씩 실천하면서 충분히 느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도 부탁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얼마나 사람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지를 새삼 깨달았어요. 그래서 지금 여러 이유로 힘들어하고 있을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그런 위로를 얻지 못해 얼마나 좌절할지 더 걱정이 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라도 많이 격려하고 응원하는 것 같아요. 힘든 시기지만 모두 자신을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