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미래를 만든다, 아드리앙 오제 선임을 만나다

올해 SK하이닉스 학술대회에서는 프랑스 출신 아드리앙 오제 선임이 영광의 대상을 수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수상할 줄 몰랐습니다. 옆에서 도와준 팀원들 덕분입니다. 굉장히 기쁩니다.”라고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수상 소감을 말했는데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아드리앙 오제 선임의 수상은 당연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속된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연구에 매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 좋은 동료들과 협업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 냄새, 그리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 것에 기뻐하는 자부심까지! 아드리앙 오제 선임이 내뿜는 긍정적 에너지를 전해드립니다.

끝없는 연구, 그 끝의 달콤함

2013년부터 시작한 SK하이닉스 학술대회는 최신 기술개발 성과 및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리인데요. 세계의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SK하이닉스 학술대회는 개최 이래 첫 외국인 대상 수상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화제의 주인공, 아드리앙 오제 선임이 수상한 논문은 ‘High Speed DDR4 디램 설계 개선방안’입니다. 이 논문은 DDR4 D램과 CPU 간 통신 속도를 높이기 위해 interference(고속신호 전달 시 발생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설계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통신을 가능케 하는 등 기존 방식보다 더 좋은 설계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입니다. 사실 이 논문은 아드리앙 오제 선임의 업무와도 관련이 있는데요. 그는 CPU나 D램 설계에 있어 SI, 시그널, 통신적인 부분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제 업무 목표는 D램과 CPU 간 통신 시 왜 interference가 발생하는지, 설계 관점에서 무엇을 수정해야 문제를 줄일 수 있는지를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이 업무를 위해 아드리앙 선임은 가장 먼저 interference 메커니즘을 연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문제 있는 신호를 해결해서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 많은 논문을 살펴보았죠. 그런 후, 기존 설계 방식의 불합리한 것들을 해결하는 다른 설계 방식의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요.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쉽게 생각해내지 못하는 독창적인 설계 방식이었지만, 아쉽게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죠.

두 차례의 실패! 아드리앙 오제 선임은 포기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또 논문을 뒤적였습니다. “이번에는 관련 있는 인접 분야의 논문까지 좀 더 다양한 연구 논문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은 거죠.” 직접 설계를 해 본 경험이 없는 아드리앙 오제 선임은 설계 담당자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도움에 힘입어 설계 담당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최적화 된 설계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설계 담당자의 도움을 제대로 갚은 거죠. 쉽게 설명하면 기존 설계 방식에 불합리한 부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을 아드리앙 선임이 개선해서, 좀 더 쉽고 빠르게 설계할 방안을 개발했습니다. 이 방안이 도입될 경우 설계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6개월 간 진행된 아드리앙 오제 선임의 끊임없던 연구, 그 결과에 팀장님과 팀원들이 흡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때마침 SK학술대회도 앞두고 있어서 팀장님이 학술대회 응모를 추천했는데요. 결국 그의 논문은 큰 호응을 얻어, 당당히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문제 상황에서 포기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연구하고 또 연구했던 노력의 땀방울이 값진 결과물로 응답한 것입니다.

기회가 인연으로, 사람냄새 나는 반도체

아드리앙 오제 선임이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지 벌써 5년이 흘렀는데요. 한국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2009년 교환학생으로 카이스트에서 6개월 간 공부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이 좋아서 다음 해 석사 과정으로 다시 오게 되었죠.” 아드리앙 오제 선임과 한국의 첫 인연이 되었던 교환학생. 사실 그는 특별히 한국을 좋아했던 것도 아니고, 콕 집어서 한국에서 유학생 생활을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프랑스 대학에서 정보통신을 전공하던 중 아시아 쪽 대학에서 하이테크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알아보던 중, 그 해 처음으로 한국의 카이스트 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연결된 걸 알았습니다. 우연처럼, 아니면 운명처럼 일본이나 홍콩의 대학이 아닌 한국의 카이스트 대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은 그리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카이스트 대학에서의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죠. 하지만 역시 프랑스와 다른 것이 있었습니다. “연구 분위기가 달랐어요. 프랑스에서는 주로 혼자 연구를 진행했는데, 여기 한국에서는 팀으로 같이 연구를 하는 거예요.” 이 낯선 문화에 아드리앙 오제 선임은 푹 빠졌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하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 거죠.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끝나고 프랑스로 돌아갔으나 결국 다음 해에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카이스트 석사 과정을 밟으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반려자도 만났습니다.

사람 좋아하는 아드리앙 오제 선임이 반도체 관련 직업을 갖게 된 것도, SK하이닉스로 입사하게 된 것도 사실 다 사람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반도체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카이스트에서 알게 된 선배의 영향으로 끝없이 연구하는 반도체의 달콤한 맛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반도체는 어렵습니다. 연구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려요. 메모리, D램, CPU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되어 있어서 배워야 할 것들이 끝이 없어요. 그런데 재미있어요.”

반도체 연구의 힘든 점을 나열하면서도 아드리앙 오제 선임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문제를 해결했을 때 맛보는 짜릿한 성취감. 다양한 분야와 관련되어 있기에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이 이뤄지면서 오는 시너지 효과. 자신이 연구 개발한 것이 실제 제품이 되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기쁨. 그리고 세계의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 SK하이닉스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까지. 아드리앙 오제 선임의 반도체에 대한 사랑과 에너지는 언제나 뜨겁습니다.

반도체가 미래를 만든다

반도체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진 아드리앙 오제 선임의 SK하이닉스 회사 생활은 어떨까요?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대부분 들이 경험하는 어려움과 더불어 언어적 의사소통까지 여러모로 힘들었습니다. 대학원 생활과 다르게 직장에서는 주로 한국어로 의사소통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외국인이기에 유리한 장점도 있었습니다. 글로벌 기업답게 SK하이닉스에서는 업무상 해외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 일도 많은데요. 그 때는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하기에 빛을 발했죠. 입사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아드리앙 오제 선임은 동료 직원들과 한국어로 회의하는데 문제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어 실력도 늘었다고 합니다.

의사소통 말고도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냐는 말에 웃음으로 화답하는 아드리앙 오제 선임! 그는 고국인 프랑스까지 거리가 있기에 자주 부모님을 뵈러 가기 힘든 점 빼고는 다른 외국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을 만큼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이 무척 만족스럽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드리앙 오제 선임은 반도체에 대한 자부심만큼 SK하이닉스에 대한 자부심도 높았는데요. 그의 애사심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반도체 연구개발을 하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아드리앙 오제 선임은 SK하이닉스만의 뛰어난 반도체 기술을 첫 번째로 손꼽았습니다. 알다시피 SK하이닉스는 한국을 넘어 세계의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축적된 반도체 기술력이 높으므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는 미래의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가 뽑은 두 번째 SK하이닉스의 매력은 바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입니다. SK하이닉스는 뛰어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협업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채용 시에도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이뤄지는 협업! 그 시너지 효과가 몇 배가 되는 건 당연합니다.

마지막 매력은 SK하이닉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SK하이닉스는 한국의 양대 반도체 기업 중의 하나이지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 SK하이닉스에서 일한다는 아드리앙 오제 선임의 자부심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아드리앙 오제 선임에게 마지막으로 반도체 전문가가 되길 꿈꾸는 이공계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를 부탁했는데요. 한참을 고민하던 아드리앙 오제 선임이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반도체가 미래를 만든다.” 현재도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이 없습니다. 앞으로 미래는 더욱더 그렇게 될 겁니다. 반도체가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요. 조금은 어렵고 힘든 연구개발 과정이지만, 아드리앙 오제 선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꼭 필요하고 보람찬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