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쏟아진 빗줄기에 시원했던 것도 잠시, 그 동안 장마 때문에 흐렸던 하늘을 보상이라도 하듯 연일 찌는 듯한 폭염이 계속되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여름휴가가 더욱 간절해지는 때가 지금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휴가 계획은 모두 짜셨나요? 사실 여름휴가를 가는 것보다 준비하는 순간이 더욱 설레고 즐거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요. 우리 가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마다 떠나는 여름휴가를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다양한 디지털기기를 챙기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올 여름 블록버스터보다 즐거운 이야기로 꾸려질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 가족이 여름휴가를 마주하는 자세
“여름 휴가 준비 끝!”
새로 산 카메라를 받아 들자마자 동생이 자랑스럽게 외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구매한 DSLR 카메라 덕분에 요즘 무척 들떠 있습니다. 직장인이 된 후 첫 여름휴가를 맞이한 동생은 친구들과 강릉으로 떠난다고 합니다. 남는 건 사진밖에 없지 않냐며 거금을 들여 카메라를 산 것이지요.
한껏 들뜬 기분을 만끽하는 건 비단 동생뿐만은 아닙니다. 올 여름휴가로 중국 장가계를 가기로 한 부모님은 하루하루가 부산스럽습니다.
“딸, 여기 앉아 봐. 핸드폰으로 길~~게 찍는 사진 있잖아, 그게 뭐야?” “이거 한번 해봐. 셀카봉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거 맞니?”
장가계의 멋진 풍경에 취할 생각에 벌써 설레어 계신 부모님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마치 공부하듯 진지하게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법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이죠.
사실 저도 다른 가족들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일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이번 달에 친구들과 워터파크를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요즘 고프로 등 간단한 영상기기를 알아보는 데 한창입니다. 워터파크에서 놀이기구 타는 것도 재미있는데, 우리가 즐기는 그 순간을 담아 나중에 다시 본다면 얼마나 더 재미있을지는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추억을 기록하는 힘, 반도체
이렇게 보니 저마다 준비하는 여름휴가 풍경이 꽤 다채롭습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가 발전하기 전, 휴가의 즐거움을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사진에서는 필름 카메라, 영상에서는 6mm 비디오 카메라가 다였습니다. 사실 이것도 휴가나 가야 들춰보는 기기들이었죠. 지금은 스마트폰은 물론 DSLR 카메라 거기다 고프로까지, 그때와 비교하면 기술의 발전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디지털 기기가 다양해진 걸 보니 좀 거창하긴 하지만 상전벽해가 괜한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처럼 불과 10년도 채 안 돼 우리의 여름휴가 풍경은 확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여름휴가가 전해주는 청명한 기운과 설레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더욱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게 되면서 여름휴가를 향한 즐거움이 더욱 커진 것 같지 않나요?
이렇게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해 우리가 추억을 기록할 수 있게 된 데는 손톱만 한 반도체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찰칵 한 번에 아름다운 풍경과 찰칵 두 번에 휴가의 즐거움이 아로새겨질 수 있는 이유는 각 디지털기기 속에서 반도체가 우리의 추억을 담아내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인 것이죠. 인간의 추억을 담아내기 위해 반도체는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즐거웠던 찰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기술의 발전을 이뤄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커밍쑨! 우리 가족의 올 여름 블록버스터
오늘따라 온 가족이 무척 분주합니다. 각자 캐리어를 거실에 펼쳐놓고 짐을 싸는 중이네요. 혹시 몰라 똑딱이 카메라까지 챙기는 동생은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부모님께 파노라마 사진 촬영 방법을 알려드렸더니 어느새 뒷산을 찍어 왔습니다. 사진을 보여주며 제대로 한 게 맞냐고 물으시네요. 거실에 앉아 테스트 삼아 셀카봉으로 가족사진을 찍어보기도 하고요.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가족과 공통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모여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서로의 종착지는 다르지만 그 과정을 함께 공유하며 각자 담아올 또 다른 추억에 모두 한껏 들떠 있습니다.
어느 때 보다 열정적인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랜만에 다 함께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바쁘다, 친구들과 노는 게 더 재미있다는 핑계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지 않은 지 꽤 됐습니다. 거실에는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낙산사에서 가족들과 찍은 사진이 한 장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우리 가족이 다 함께 한 마지막 여름휴가였더라고요. 기억보다 강한 건 기록이라 했던가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 풍경이 그 사진을 보니 스멀스멀 떠오릅니다.
짐 싸느라 바쁜 와중이지만 한번 말이라도 꺼내봐야겠습니다. 각자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우리끼리 한 번 더 놀러 갔다 오자고 말입니다.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습니다. 근교 계곡에 가거나 당일치기 드라이브도 괜찮을 것 같고요. 어디를 가느냐보다 함께 추억을 공유하고 기록하면서 우리 가족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 갈 수 있다는 게 더욱 의미 있는 일일테니까요. 벌써 괜스레 기대됩니다. 올 여름 우리 가족만의 사진전과 흥행 100%를 자랑하는 영화 한 편 만들어질 걸 생각하니 말이죠. 그 뒤에는 디지털기기 속 숨은 조력자, 반도체가 감초 역할을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
진일보된 반도체 기술 덕분에 우리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인간의 행위인 추억을 더욱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늘 짧은 휴가 때문에 아쉬워만 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기억이 아닌 기록으로 남겨 오랜 시간 동안 여름휴가의 즐거움을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요? 올해 떠나는 여름휴가는 좀 더 오래, 멋지게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