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글로벌 경제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던 한 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인해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며 반도체 산업 역시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을 겪었다. SK하이닉스도 경영실적 하락 등 올해 어려운 하반기를 보내야 했다.
반도체 다운턴(Down-Turn) 위기 속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지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의 반등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는 무엇일까? 2023년,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어 갈 SK하이닉스의 저력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반도체 섹터 선임연구위원 김영건 애널리스트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대(大)전환점, 2023년 하반기
"현재의 전반적인 업황 악화는 내년에도 일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에는 반등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을 예상한다."
김영건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 가격 하락의 연쇄효과를 겪은 반도체 업계의 다운턴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현 상황을 인식하고 공급을 조절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50% 이상 투자 규모 축소, 저수익 제품 중심 감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도체 다운턴에 맞서 재고 소진의 시간을 헤쳐 나가며 시장 수급이 정상화 되도록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이러한 전략 기조로 볼 때 현재의 공급 과잉은 어느 정도 시간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고 문제가 해결된다면, 반등은 더욱 가까워진다.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시장의 DDR5 교체 수요와 스마트폰 메모리 수요가 점차 회복세를 탈 전망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반등 시점을 2023년 하반기로 예측했다.
그는 "현재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떤 부분에서 수요가 갑자기 반등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하지만,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락다운이 지속되며 올해 중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역사상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며 "내년에는 락다운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스마트폰 메모리 수요도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꾸준히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시장이 승부처
역시 관건은 수요다. 그중에서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시장은 반도체 업계의 부진을 만회할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처음으로 데이터센터 서버용 D램 수요가 모바일용 D램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OTT 및 클라우드 사용량의 급증 때문이다. 또 데이터센터 산업의 꾸준한 성장으로 서버용 D램 시장 자체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은 "대표적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인 메타(Meta)를 예로 들면, 공격적인 메타버스 산업 투자 계획을 지속해서 발표하고 있고 데이터 트래픽 역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서버 보유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투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인텔이 공개한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의 세부 스펙 (출처 : 인텔)
특히, 2023년 1월 출시 예정인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Sapphire Rapids)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PCIe Gen5 및 차세대 DDR5 램을 지원하는 프로세서로, 성능은 크게 개선되고 전력 소비는 낮아져 운영비 절감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김 위원은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를 'DDR5 수요 촉진의 신호탄'이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넘쳐나는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를 원한다"며 "이는 하드웨어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기술 고도화가 근본적인 반도체 수요 촉진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어, 그는 "인텔의 사파이어 래피즈를 시작으로 엔비디아나 애플 등 로직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메모리 반도체의 고도화도 이에 뒤따를 것이며, 이는 업계 최고 DDR5 기술력을 갖춘 SK하이닉스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결국, 기술이 답이다
시장의 흐름에 따라 차세대 D램 표준 DDR5 시대의 개막은 필연적이다. 옴디아는 전체 D램 생산 중 DDR5가 2023년 점유율 20.1%를 차지하며 DDR4 점유율을 역전, 2025년에는 40.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탄탄한 기술 포트폴리오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장기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서버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관련 기술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속 서버용 D램 'MCR DIMM' 개발에 성공하며, 서버용 D램 시장의 강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MCR DIMM'은 모듈을 통해 DDR5의 동작 속도를 개선할 수 있는 신개념 제품으로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맞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회사는 서버용 D램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서버에 탑재되는 Enterprise SSD(기업용 대용량 저장장치, 이하 eSSD)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SK하이닉스는 현존 최고층인 238단 낸드플래시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며 기술 우위를 공고히 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eSSD 'PE8110E1.S' 제품 양산을 시작,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펌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고객들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김 위원은 "주식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가치평가 지표를 감안했을 때 현재의 주가는 과도하게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상당수 반도체 섹터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머지않아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봄날은 다시 찾아올 것이며, SK하이닉스 역시 결국 고지에 입성할 것"이라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전망을 희망적으로 예측했다.
항상 위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냈던 SK하이닉스의 저력이 새해에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