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세계 반도체 업계를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불확실성’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에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반도체 기업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반면, 코로나19가 야기한 비대면 경제 활성화와 이에 따른 급속한 클라우드 전환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에 반도체 업체들은 위기 속에 오히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연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은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기서 기회를 잡는 기업은 어디일지 지켜보는 것이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반도체 업계, 코로나19 악영향 딛고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그 의미는?

세계 반도체 업계는 4개월 만에 다시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일어서는 것일까? 그간 세계 경제를 직격했던 코로나 쇼크를 반도체 업계가 가장 먼저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수요 감소로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기업들이 속속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희망에 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 3월~5월 매출 전망치를 기존 46억~52억 달러에서 52억~54억 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3월~5월은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져 각국이 락다운(Lockdown,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고강도 봉쇄) 조치를 취했던 시기다. 

마이크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오히려 예상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덜했던 전 분기와 비교해봐도 매출이 약 10% 성장한 수치다. 마이크론은 “비대면 경제와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가 눈에 띌 정도로 늘었다”며 “클라우드 업체와 서버 업체의 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대거 늘어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반도체 공급 과잉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분간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해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마이크론에 앞선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실적도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등 글로벌 클라우드 대기업들이 줄줄이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주문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주문량의 대부분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반도체 호황은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날로그 반도체, 파운드리 등 품목, 업종을 불문하고 주요 기업들은 속속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아직 실적 발표 전인 기업들은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세계 최대 팹리스 업체 중 하나인 브로드컴은 지난 2월~4월 실적 발표를 통해 해당 기간 매출이 57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4%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와중에도 오히려 성장세를 기록한 것. 

상대적으로 저가 반도체인 아날로그 반도체 업계에서도 실적을 상향 조정한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마이크로칩은 최근 발표를 통해 4월~6월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기존 11억 9,400만~13억 달러에서 12억 4,700만~13억 2,600만 달러 수준으로 3%가량 상향 조정했다. 마이크로칩은 실적 전망치를 끌어올린 배경으로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예상보다 좋은 상황이라는 점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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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청신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반도체 업황 악화에 올해 초 코로나 발발로 오랜 기간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한국 반도체 산업은 지난 5월 수출액이 전월 대비 7.1% 상승하면서 회복세로 돌아섰다.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로 수출액이 늘어난 것. 특히 18개월 만에 총수출액과 일평균 수출액이 모두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6월 역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6월 1일~11일 수출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6% 상승하면서 호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대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는 하반기 D램 가격 전망치를 전 분기 대비 0~5% 상승에서 0%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당초에는 소폭 상승을 기대했지만, 이제는 보합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본 것. 

D램익스체인지가 이런 전망을 내놓은 건 시장을 뒤덮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부 지역에서는 점점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언제 2차 유행이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점점 확진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 미국은 경제활동 재개(reopen) 이후 확진자 증가 폭이 더 커지는 추세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일로를 치달으면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틈바구니에 낀 한국 반도체 산업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두 가지 화두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이다. 이 중에서도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들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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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에 나서면서 세계 반도체 업계 지형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미국의 기술을 활용해 만든 비메모리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때는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주로 필요로 하는 스마트폰용 AP나 이미지센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 때는 미국 장비 기업의 장비를 활용하거나, 미국 기업이 가진 특허 등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사실상 화웨이에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기업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다. 화웨이는 그동안 자체 설계한 AP를 TSMC를 통해 대부분 생산해왔다. TSMC 매출 중 12~14%를 화웨이로부터 벌어들일 정도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TSMC에서 화웨이의 AP를 파운드리 생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의 제조 공정 기술 중 미국의 특허를 사용하는 기술이 상당수이고, 미세공정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미국 장비 업체들의 제품을 대거 도입했기 때문. TSMC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이 TSMC의 화웨이 수출을 승인해주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TSMC가 선택한 쪽은 미국으로 보인다. TSMC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안이 발표된 직후,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입해 5나노 이하의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한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TSMC의 첫 미국 공장인 셈이다. 이곳에서 AMD, 퀄컴, 애플 등 미국 고객사의 주문량을 신속하게 처리해 시장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TSMC의 전략이다. 실제로 TSMC의 마크 류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 제재로 화웨이 주문량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주량 증가분으로 충분히 실적을 만회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와 이에 따른 TSMC의 사업 전략 전환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당초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입해 세계 비메모리 1위 업체가 되겠다고 밝히면서 이 중 98조 원을 파운드리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 절반을 장악한 TSMC를 따라잡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TSMC가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미국 고객사들을 장악할 경우, 시장 2위인 삼성전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도망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시스템LSI 공장은 갖고 있지만, 파운드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진 않다. 

그렇다고 TSMC로부터 외면받은 화웨이와 손잡기도 힘들다. TSMC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공장에도 미국 기업의 장비가 대거 들어가 있고, 다양한 미국 기술이 도입돼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화웨이 칩을 제조/공급하기 위해서는 TSMC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삼성전자가 이 같은 스탠스를 취할 경우 미국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기업들의 주문량까지 뚝 끊길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중국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에는 중국 업체가 최대 고객사이기 때문. 미·중 무역전쟁이 점점 격화될수록 삼성전자가 넛 크래커(Nut-cracker, 선진국보다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개발도상국보다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상황)에 처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평택에만 최대 20조 원 쏟아부은 삼성전자…낸드플래시, 파운드리 쌍끌이 투자 나서

삼성전자가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와 미래성장동력인 파운드리에 대한 초대형 투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반도체 초격차’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경기도 평택 공장에만 최대 20조 원을 쏟아붓는 물량 공세로 세계 반도체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경기도 평택에 구축한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 라인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2021년 완공 예정인 낸드플래시 신규 라인에는 최대 9조 원을 투자해 장비를 증설하고, 생산량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에 초대형 투자를 단행하는 이유는 향후 도래할 서버, 스마트폰 등 신규 시장에 선제대응하기 위해서다. 낸드플래시는 하드디스크보다 훨씬 작으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가 뛰어나 이미 스마트폰과 노트북에서는 주력 저장장치로 쓰이는 반도체다. 최근 들어서는 스마트폰 수요 감소 등으로 시장 상황이 답보 중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풍선 효과’로 인해 시장에서 스마트폰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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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른 클라우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역시 낸드플래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본래 서버에는 주로 하드디스크가 많이 탑재됐지만, 최근 발열이 훨씬 적고 성능이 뛰어난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서버가 늘고 있다. 과거 D램 시장이 서버용 D램을 발판 삼아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과 비슷한 시나리오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것. 

한편, 올 1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135억 8,000만 달러(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기준)로 전기 대비 8%가량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45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점유율 33.3%로 1위를 지켰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경기도 평택 공장에 최대 9조 원을 투입해, 파운드리 라인을 새로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2030년까지 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승부수다. 삼성전자는 평택 파운드리 라인을 내년 하반기까지 구축해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번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 기흥, 미국 텍사스 오스틴을 포함해 총 7개의 파운드리 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평택 공장은 지난 2월 구축한 경기도 화성에 이어 두 번째 EUV 파운드리 라인이다. EUV란 극자외선을 이용한 노광장비로, 5나노 이하의 초미세공정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화성과 평택의 EUV 파운드리 라인을 중심으로 초미세, 고난도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글로벌 팹리스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평택 공장을 통해 5나노 공정을 상용화하는 것은 물론, 차세대 공정 기술을 활용해 3나노 기술까지 빠르게 확보하고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량과 기술력 모두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한편,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초대형 파운드리 투자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이는 신호탄으로 보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앞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입해 파운드리 공장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그간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역할만 해왔던 미국 인텔 역시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의 대표 파운드리 업체인 SMIC도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가 초대형 투자를 선제 발표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 지속…4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대비 41% 급락

반도체 시장의 핵심 수요처 중 하나인 스마트폰 시장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의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렸던 지난 4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하기 시작했던 지난 2월 14% 감소, 3월 22% 감소에 이어 점점 감소 폭이 커지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확진자가 늘고 락다운이 이어지면서, 오프라인 영업이 중단된 영향으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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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측면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수요국가인 중국의 감소세가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중국의 4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 지난 3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경제활동이 일찌감치 재개됐고, 이로 인해 시장에 서서히 활기를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코로나19에 더해 인종차별로 인한 극렬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미국은 시장 위축세가 심각하다. 미국의 4월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55% 줄어들어 역대 최대 수준의 역성장 폭을 기록했다. 4월은 미국 전역이 락다운돼 경제 활동이 멈췄던 시기다. 최근에는 다시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발발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극렬해지면서 다시 경제 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백인 폭력 경찰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부 약탈 등으로 변질되면서 주요 거점 도시의 오프라인 상권이 또다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눈여겨볼 만한 시장은 인도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3월 24일부터 5월 17일까지 전 국민의 이동을 사실상 제한하는 강력한 락다운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4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7% 줄었다. 사실상 거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세계 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극심한 타격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4월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7%나 줄었다. 이는 야심작인 갤럭시S20 시리즈의 판매 부진에 더해 핵심 시장인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등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판매량이 급감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그 뒤를 잇는 애플과 화웨이는 각각 4월 판매량이 작년 대비 37%, 28% 하락해 삼성전자보다는 선방했다. 애플은 미국 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중국 애플스토어 판매 재개에 따라 중국 판매량을 11% 늘리며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또한, 애플이 야심 차게 발표한 중저가폰 아이폰SE2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해 실적 성장세가 더 지속될 전망이다. 화웨이 역시 본거지인 중국에서 대대적인 세일즈 활동을 진행하면서 판매량 감소 폭을 줄였다. 화웨이는 중국 판매량을 작년 대비 20% 더 늘렸지만, 중국 외에서는 68% 줄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비대면 경제, 서비스 확산에 따른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 상황에서 스마트폰 수요까지 살아날 경우 서버와 모바일이 쌍끌이로 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현재 남반구에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고 있고 올 하반기 2차 쇼크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당장 올해 안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모바일용 반도체 수요 회복도 당장은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의미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테크 칼럼니스트 / 전 조선일보 기자

강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