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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에 괜스레 기분 좋아지는 봄이 성큼 찾아왔습니다. 봄의 생기를 닮은 듯 활력 넘치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봄의 전령사 벚꽃일 겁니다. 올해 여러분의 벚꽃놀이는 어떠셨나요? 벚꽃놀이의 하이라이트는 벚꽃 구경뿐만 아니라 벚꽃을 보며 봄을 맞이하는 이들의 모습일 텐데요. 이처럼 벚꽃 아래의 모습을 서로 담아주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는 일은 이제 무척 익숙한 풍경 중 하나입니다. 비단 찍는 것은 벚꽃만은 아닙니다. 즐거운 지금 이 순간과 봄처럼 젊은 나날을 기록하는 것이죠. 오늘은 이처럼 봄을 기록하면서 특별한 일상과 추억을 남기게 된 저와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봄날의 추억이 흩날리는 교정

아마 2013년 4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정기적으로 만나던 우리는 봄날의 설렘을 안고 만나게 되었는데요. 4월부터 새로운 곳으로 일자리를 옮기게 된 친구는 아직은 낯설지만, 앞으로 펼쳐질 일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얼마 전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저마다의 봄을 나누던 중이었죠. 그러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꽃은 벚꽃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누구나 벚꽃과 관련된 추억이 있을 테지만 저와 친구들에게 벚꽃은 조금 더 특별합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벚나무길이 쫙 펼쳐져 있어 봄이면 벚꽃이 흩날리는 것을 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매년 4월 학생들끼리 즐기는 벚꽃놀이가 펼쳐지곤 했는데요. 급식을 먹으러 나올 때 저마다 휴대폰을 챙겨 짧은 점심시간 동안 사진을 찍기도 했고 마음씨 좋은 선생님은 아예 수업을 빼고 벚꽃을 만끽할 시간을 주셨을 정도로 고등학교 3년 내내 벚꽃놀이는 우리의 연례행사와도 같았습니다.

벚꽃의 기억을 들춰낸 것은 우연히 발견한 스마트폰 속 사진이었습니다. 우리 모두 다른 대학교에 가고 일을 시작하며 각자의 삶에 바빠졌을 무렵, 벚꽃이 휘날리는 교정에서 교복을 입고 있던 우리를 마주하게 된 것이죠. 맨 처음엔 그 사진을 어디서 난 거냐며, 그 못생긴 사진을 어서 지워버리자며 흥분하기도 했지만, 지난 시절 우리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풋풋했던 우정을 오롯이 전해주는 사진을 보면서 추억으로만 남겨놓기에는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 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 사진은 더 이상 과거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매년 벚꽃이 필 때마다 사진을 남기자고 결심했습니다.

2006년 고등학교 졸업 후 8년만인 2013년, 다시 학교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고등학교에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2013년만 하더라도 셀카봉에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지나가는 후배들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곤 했는데요. 처음엔 ‘저 사람들은 뭐지?’라고 생각했던 후배들도 우리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면 모두 감탄하곤 했습니다.

그러한 반응에 괜스레 뿌듯해지더라고요. 1년에 한 번, 무슨 일이 있어도 벚꽃이 피는 이때 꼭 만나야 하기에 한번은 아침 7시에 만난 적도 있습니다. 주말에 출근을 해야 했던 저 때문에 내려진 특단의 조치였던 것이죠. 다들 비몽사몽한 채로 만나 어떻게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찍겠다는 우리의 열정 덕분에 사진을 보면 소소하지만 즐거웠던 그 순간이 자연스레 떠오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그 사이 누군가는 결혼해서 한 가정을 꾸리고 더 나아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친구도 있습니다. 다 같이 교복을 입고 벚꽃 아래서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었던 친구들이었는데 말이죠. 4명이 아니라 배 속의 아이까지 5명이 함께 찍으며 괜스레 감격스러워했던 순간도 있었고, 결혼한 친구의 남편이 우리의 포토그래퍼가 되어 사진을 찍어주면서 또 다른 벚꽃 멤버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손톱만 한 반도체, 추억에 날개를 달다

이 모든 게 스마트폰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필름 카메라가 당연하던 시절, 사진은 중요한 날에만 찍어야 하는 귀한 것이었습니다. 진중하게 찍은 사진은 사진첩에 박제하듯 넣어놓고 그 언젠가 볼 날을 기약하지만 결국 들여다보는 날은 이사 갈 때 짐을 싸면서 떠들어보는 정도에서 끝나곤 했죠.

그러나 이제 이 모든 추억과 기록이 스마트폰에 들어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마트폰 속 손톱만 한 반도체 안에 모두 기억되는 것이지요. 사진첩을 꺼내 추억을 되새김질하던 시대가 가고 모든 순간을 바로 담아내는 시대이자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순간의 감정과 풍경을 스마트폰의 자그마한 반도체에 담아내면서 우리의 사진은 기억을 추억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감정을 담아내고 보다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이 기록은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벚꽃과 친구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5년째 사진을 찍고 있지만 봄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하는 건 매한가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 몇 년간 찍었던 사진들을 스마트폰으로 다시 꺼내봅니다. 사진 속의 우리는 여전히 같으면서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뭐 저리 즐거웠는지 목젖이 보일 만큼 웃고 있는 사진부터 여전히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 나는 사진들까지, 과거의 사진이 지금 이 순간 다시 더해집니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또다시 덧입혀지고 추억 하나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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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면 다시 오지 않을 우리의 봄은 이렇게 기록되었습니다. 잊혀져 버릴 수도 있었던 이 순간을 이제 가을에도, 또 겨울에도 언제든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올 봄, 친구들과 봄날의 한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벚꽃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추억을 더 오래 간직하게 해주는 스마트폰 속 반도체 덕분에 우리는 변치 않는 봄날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우리의 청춘을 언제나 마주할 수 있을 거예요.

 

반도체 오피니언

양열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