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리천장’에 대해 종종 이야기합니다. 유리천장이란, 여성이 승진을 할 때 부딪히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말하는데요. 여성이 한 사람의 리더로 성장하는 것은 천장이 느껴질 만큼 막막한 일일까요? 분야 특성상 남성의 비율이 높아 그 어디보다 단단한 천장을 갖고 있을 것 같은 SK하이닉스는 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20년 근속자, 권은미 수석을 만나 그녀가 피부로 느꼈을 현장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살짝 귀띔해 드리자면 “내게 유리 지갑은 있을지언정 유리천장 따윈 만난 적이 없다”라고 말할 만큼 단단함을 가진 분이랍니다.
그녀가 아닌 권은미 수석
“안녕하세요. N-TCAD팀 권은미 수석입니다”
대학 선배 같은 편안한 느낌의 권은미 수석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성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었노라 단언합니다.
최근에는 여성 엔지니어 비율이 많이 늘었지만, 권은미 수석이 소위 ‘공대녀’일 시절부터 사회생활 동안 여성의 비율은 평균 10% 미만이었습니다. 이는 남성을 우선 선발하고 좋은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여성이 선택하지 않았던 학과였고 선호하지 않던 직업이었습니다.
“남성과의 경쟁이 힘들다? 여성 엔지니어가 어렵다? 그런 것은 없었어요. 대신 ‘저’이기 힘든 일은 많았죠. (웃음) 제가 오지랖도 넓어 일을 벌이는 편이고요. 일을 중간에 포기하지 못하고 끝까지 해결하고 싶어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권은미 수석은 대학에서 반도체를 전공했습니다. 지금도 반도체과가 흔치 않으니 25년 전에는 훨씬 드물었을 텐데요. 단지 ‘반도체가 유망할 것 같았다.’ 그리고 ‘딱 한 명 있을 공대녀가 되고 싶었다’라는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IMF 세대이기 때문에 취업이 어려울 것 같았지만 전공 탓인지 ‘무난’히 취업에 성공했고 회사생활 역시 무난했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며 여러 고비도 있었죠. 그럴 때마다 고민을 길게 하는 스타일이지만, 무리 없이 잘 극복했던 것 같아요. 회사가 어려울 때 퇴직을 고민했을 때도, 아이가 커가는 것을 바라볼 때도 장고(長考)를 했지만 뭔가 결정을 하기 전에 그 상황이 끝나버리더라고요. 여성들이 일과 가정 사이를 고민할 때 남편의 희생과 배려로 저는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 열심히 회사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참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어느 직장인이 20여 년 편안한 하루하루만을 보냈을까요. 권 수석님 역시 다이내믹한 역사가 있었지만, 그 역시 ‘내 일만 충실하니 지나가더라’라고 담담한 소회를 전합니다.
성과보단 성장
SK하이닉스에는 2만 8천 명이 넘는 임직원이 적재적소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모든 이들이 각자 최고의 역량을 뽐내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시너지를 발생시키길 원하는 조직이죠.
권은미 수석의 업무인 T-CAD(Technology CAD)는 반도체 소자를 가상으로 만들어 분석하는 일로 여러 팀과의 조직력과 그 안의 시너지가 중요한 업무입니다.
“제가 속한 미래기술연구원에서 TCAD는 역할이 다양합니다. 실리콘에 직접 실험하기 위해서 대략 석 달간의 기간이 걸리는 반면 시뮬레이션을 하면 빠른 시간 안에 결과확인이 가능하죠. 또 개발 과정 중 예기기 못한 이슈가 발생했을 때도 TCAD가 참 원인 분석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델링 업무인데요. 반도체 개발과정 중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으면 양산이나 Future Tech 개발에 문제가 생깁니다. TCAD팀은 소자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며 모델링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N-TACD팀은 그 중 NAND와 관련된 전기적 특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체적 효율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TCAD업무가 딱 맞는다는 권은미 수석이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성과보단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입니다.
본인 스스로도 20여 년 엔지니어로 살아왔지만, 반도체가 발전하고 여러 제품들이 개발될 때마다 새로운 업무를 맞이하는 기분입니다. 그렇지만 목표가 생기고 새로운 메커니즘을 이해할 때마다 성장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경쟁’하면서 느끼는 그것과는 다른 무엇이라고 강조합니다.
권은미 수석은 이렇게 스스로와 경쟁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소통을 중시하고 목표에 충실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일상화하며 말이죠. 한 사람의 긍정적 영향력은 금세 확산되어 4명으로 시작한 N-TCAD팀은 어느새 12명으로 확대되며 인기 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희 팀은 제 아래로 3년 차일 정도로 젊고 활기찬 팀입니다. 저도 이 팀에서 처음으로 팀장의 역할을 맡게 되었고요. 모두가 가능성이 큰 직원들인 만큼,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어요. 회사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멘토링뿐 아니라, 선배 엔지니어로서 연차와 업무에 맞는 목표를 제시해주곤 하죠. 다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제 몫이라고 생각해 그에 대한 부담을 최소한으로 해주려고 해요. 이러한 노력이 인기 비결이 아닐까요? (웃음)"
아직 제 능력을 온전히 알기 어려운 어린 직원들이 성과에 급급함을 볼 때 안쓰럽다는 권은미 수석은 조용한 지원 외에 한가지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BACK TO THE BASIC” 미래기술연구원이 추구하는 지향점이기도 한데요. 엔지니어로서 20년 30년 길게 보고 기본에 충실하다면 성과는 언제든지 그들 몫으로 남게 된다는 그 당부입니다.
권은미 수석이 전하는 “후배들에게 일설(一設)”
1. 늘 어렵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2. 그래도 기회는 온다, 그런데 준비가 안되어있으면 잡을 수 없다.
3. 절~대 조급해하지 말자. 성과보단 스스로 성장에 집중해라.
사람을 먼저 먼저 보는 SK하이닉스
권은미 수석은 을 뽑는 자리에 종종 서게 됩니다. 면접을 보기 전에 지원자들의 서류를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게 보게 되는데요. 그녀 역시 그 시절이 있었기에 자연스레 마음이 담긴다고 합니다.
“지원서를 보면 정말 다들 대단해요. 얼마큼 치열하게 준비했는지 만나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가끔은 ‘이렇게 대단한 친구들은 더 큰일을 해도 될 텐데…’ 하는 마음이 들 정도죠.”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면접 자리에 앉으면 지원서에 쓴 내용은 묻지 않고 지원자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게 된다는 권은미 수석, 그 이유는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스펙이지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인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이기 때문입니다.
“면접 보기 전에 지원서를 빠짐없이 다 읽어요. 그래서 그 내용은 이미 충분히 숙지해있죠. 또 물을 필요 있나요? 거기 없는 내용을 질문하는데,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솔직한 사람에 점수를 더 줍니다. 솔직하지 않은 사람과는 일할 수 없어요.”
SK하이닉스가 여성으로서 엔지니어로서 일하기 좋은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원자가 적어 아쉽다며 많은 여성 후배들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전합니다. 그리고 여성이 아닌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싶은 분들의 꿈의 무대는 바로 SK하이닉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NTCAD 권은미 수석이 전하는 SK하이닉스 입사 Tip!
1. 지식? 대학에서 배운 것이면 충분하다! 스펙 과잉에 빠지지 말자.
2. 자소서는 솔직하게, 면접은 개성 어필!
3. 거짓말은 티가 나기 마련. 마이너스가 되더라도 솔직함이 중요하다.
오지랖도 넓고 털털해 보이는 ‘동네 형’ 같은 권은미 수석에게 여성 엔지니어라는 질문은 무의미했습니다. 그녀는 최선을 다한 SK하이닉스인이었고, 능력 있는 엔지니어였으며 일뿐만 아니라 인생도 조언할 수 있는 드림멘토였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