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 실패를 겪으며 무엇이 부족했는지 되돌아보거나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찾기도 하고, 혼자선 어렵다는 걸 깨닫고 동료들에게 손을 내밀기도 한다. 김진국 담당도 그랬다. 그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수한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었고, 좌절하며 또 극복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이제는 오랫동안 쌓아 올린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을 맡아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기술 혁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부드러운 첫인상에도 불구하고 김진국 담당과 얘기를 나눌수록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특유의 ‘카리스마’에 압도됐다. 질문마다 반도체 기술과 시장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견해와 분석을 담아 막힘 없이 답변을 이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직관은 날카로웠고, 평가는 냉철했다. 그러면서도 행복과 희망에 대해 얘기를 할 때는 구성원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패에서 길을 찾고, 협업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성공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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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담당은 사내에서 SK하이닉스 역사의 산증인이자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1986년 입사 후 지금까지 34년간 SK하이닉스에 몸담고 있으며, 64M, 256M, 2Gb, 4Gb, 8Gb D램 개발 과정에 모두 참여했다. 또한, Dual Buried Gate 기술을 이용한 20나노급 D램 세계 최초 개발,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 기반 HBM(High Bandwidth Memory) 세계 최초 개발 등 굵직한 개발 성과도 냈다. 그가 이처럼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웨이퍼가 하나의 반도체 칩으로 완성되기까지, FAB에서는 수백 회의 단위공정을 거칩니다. 이 중 하나의 공정에서라도 이상이 발생할 경우, 일부분 손실이 아니라 100% 손실로 반도체 칩을 완성할 수 없죠. 이런 반도체 업의 특성상 협업의 중요성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패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제 실패를 겪었더라도 내일 동료들과 힘을 합쳐 다시 도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진국 담당이 걸어온 길에도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실패와 실수들이 있었다. 지금도 시절 친 사고로 인해 상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꿈을 꾸고 깜짝 놀라 깰 때가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실패를 딛고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주변의 격려와 도움’ 덕분이었다. 

“SK하이닉스가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오늘날 세계 3위의 반도체 업체가 된 건 수많은 선배와 동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청춘을 바쳐 헌신한 결과입니다. 저는 그들 중 한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주변의 격려가 있었기에 실패 속에서도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벽에 부딪힐 때마다 매번 도움을 주는 선배, 동료들이 있었기에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성공을 이끌어낸 여러 경험이 있었기에, 김진국 담당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연구원 개개인이 겪은 실패 경험을 공동의 자산으로 삼자는 취지로 ‘실패사례 경진대회’를 구상하고 추진해 성공적으로 연착륙시킬 수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도전해 끝내 성공에 도달했던 김진국 담당의 값진 경험이 후배들에게도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은 수많은 실패가 쌓여 만들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패는 혁신을 위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 사례를 공유하고 거기서 교훈을 얻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패사례 경진대회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고, 이제 모두가 실패 사례 공유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아 다행스럽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실패사례 공유는 배움으로 연결되고, 도전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앞으로도 기술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습관이 돼야 합니다”

김진국 담당은 인터뷰 내내 협업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서로 경쟁하기보다 먼저 손을 내밀어 협력해야 주위의 동료로부터 진실한 협력을 얻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 

“반도체 공정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맡은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협업은 일하는 방식의 기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때 주위 동료가 마음을 열고 혼자서는 불가능한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김진국 담당은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혁신해야 할 기술 과제는 많다”며 “후배 엔지니어들이 멋진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가두지 말고 후회 없이 도전하고 성장해 기술 혁신을 주도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이 가치가 있는 일이고,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로서 부름을 받은 소명이 곧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일이자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준비하는 자타공인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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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담당은 지난 2017년 미래기술연구원장으로 선임됐다. 그의 두 어깨에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미래 가능성을 키우는 중임이 맡겨진 것. 그는 이 같은 부담감 속에서도 SK하이닉스가 끊임없이 무어의 법칙1)을 이어가기 위한 기반을 닦았다. 또한 구성원들이 앞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하고 희망을 전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고 있다. 

1) 반도체 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법칙 

“지난 2년간 유래 없는 호황도 겪고 다시 불황을 거치며,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미래를 위한 준비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미래 준비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기술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하나씩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기술 로드맵을 재정비했고, 기술의 한계를 대비해 미래기술 준비를 위한 대응 조직들도 개편했습니다. 내년부터는 로드맵 실행에 집중해 요소기술을 사전에 준비하고, 고객과 ICT 산업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메모리 솔루션을 적기에 확보해 나가겠습니다”

미래기술연구원은 주력 기술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미래 기술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투 트랙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첫 번째 전략은 ‘Evolutionary Path’로, 현재 SK하이닉스의 주력 반도체 기술을 물리적∙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기술연구원은 현재 주력 기술이 앞으로 10년은 더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위한 로드맵을 구축했다. 또한, 이 기간을 더 늘리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는 5G,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미래 기술을 기반으로 정보의 흐름이 새로운 문명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정보를 창출하고 확산하려면, 반드시 정보들이 어딘가 저장이 되고 담겨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메모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반도체가 ‘산업의 쌀’로서의 역할에 더 충실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D램의 회로 선폭을 더욱 미세화(Shrink)하고 낸드플래시의 단수를 더 높게 쌓는 데(Stack up) 집중해, 기술 장벽을 해결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습니다”

또 하나의 전략은 ‘Revolutionary Path’로, ‘파괴적 혁신’을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미래기술연구원에서는 자체적인 예측뿐 아니라 민간기업, 연구소, 학교 등 기관에서의 미래 전망을 반영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함께 준비해야 할 요소기술들을 준비하고 있다. 

“Evolutionary Path가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개념이라면, Revolutionary Path는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기 위해 준비하는 개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간 융합기술을, 장기적으로는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가 결합된 융합기술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현재 폰 노이만 방식2)의 컴퓨팅 아키텍처 다음 단계인 포스트 폰 노이만 시대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메모리 솔루션을 준비해나가는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2) CPU, 메모리, 프로그램 구조를 갖는 프로그램 내장 방식의 범용 컴퓨터 구조

김진국 담당은 SK하이닉스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진단하면서, 앞으로 추구해가야 할 지향점도 명확히 제시했다. 제조 중심 기업에서 기술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Product) 중심 사업체계를 갖춰야 BIC(Best In Class)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과정에서 기술 역량에 있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그간 기술격차를 줄이고 기술 중심 기업으로 성장해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러한 노력이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이석희 CEO는 ‘이제는 제품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자’고 선언했습니다. 이번에 신설된 개발제조총괄 조직이 이 부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래기술연구원도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양산친화적인 기술 개발과 전사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모습을 견지하며 이에 기여하겠습니다” 

구성원 행복을 고민하는 ‘행복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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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담당은 최근 신설된 ‘행복문화위원회’의 CCO(Chief Culture Officer)직도 겸임하게 됐다. 지금까지 기업문화와 관련 제도들이 대부분 지원 조직 주도로 만들어져 왔지만, 이공계 출신이 97%를 차지하는 SK하이닉스 특성을 고려해 현장 구성원이 주도하는 기업문화 조성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 

“오랜 기간 반도체 엔지니어로서 기술개발과 제품개발의 외길을 걸어왔기에 기업문화라는 생소한 영역을 맡게 돼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많은 시행착오도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두가 함께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고민하고 행복에 대해 좀 더 깊은 연구를 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믿습니다”

행복문화위원회의 CCO를 맡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소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김진국 담당은 앞으로 구성원들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구상해가고 있었다. 

“기업 경영의 목적이 돈에서 행복으로 바뀐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일하는 방식, 직책자의 리더십, 제도 등이 송두리째 바뀌는 Deep Change입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Commitment 하고, 이러한 노력이 모여 행복을 추구하는 회사로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이런 부분을 구성원들에게 좀 더 잘 설명하고, 구성원들이 스스로 행복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김진국 담당은 무엇보다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구성원들과 함께 SK하이닉스만의 행복문화를 만들어가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금은 구성원들이 단기적인 안목으로 회사의 미래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10년, 30년, 나아가 그 이후까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비전을 공유하고 함께 성장해갈 수 있도록 희망을 전달해주고 싶습니다. 아울러 구성원들의 생각을 듣고 담아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구성원들과의 공감대를 넓히고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먼저 알아가는 단계를 거치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하다면 행복문화위원회 산하에 소위원회를 구성해 구성원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제거하고, 숱한 위기 극복의 역사 속에서 가꾸어 왔던 자부심, 열정 같은 긍정적인 측면을 보다 강화하고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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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담당은 인터뷰 말미 ‘미래기술연구원을 비롯해 SK하이닉스의 수많은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김진국’을 정의해달라는 요청에는 자신을 ‘꿈을 꾸고, 꿈을 현실로 가져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리더’로 정의했다. 

“후방에서 지휘하던 다른 장군들과 달리, 전투 지휘 장갑차를 타고 최전선에서 병사들과 함께 싸우며 지휘했던 롬멜 장군의 리더십을 닮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꿈만 꾸기보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앞장서서 노력하는 그런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김진국 담당은 인터뷰 도중 틈이 날 때마다 구성원들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우리가 하는 일과 앞으로 만들어갈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의 바람대로 SK하이닉스가 만들어갈 미래가 더욱 희망찬 미래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진국 담당이 추천한 Next Top TL?

“내년에 수요는 원만히 회복되더라도 후발 사업자의 본격적인 시장 진출로 경쟁은 심화되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발과 생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것으로 보입니다. 이 핵심 조직을 담당하는 진교원 사장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