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고려대학교 학생이 아니라도 누구나 미디어를 통해 한 번쯤 접해봤을 고려대학교 본관. 빨간 휘장 위에 그려진 포효하는 호랑이가 역시 인상적이다. 아직은 교복 차림이지만, 오늘은 SK하이닉스 뉴스룸 ‘객원 기자’ 자격으로 당당히 이곳에 섰다. 내년에는 재학생이 돼 이곳을 거닐 날도 오겠지?
오늘의 취재 목표는 고려대학교가 SK하이닉스와 손잡고 개설한 ‘반도체공학과’. ‘최고의 명문 사립’과 ‘반도체 업계 Top Class’가 만나 탄생한 곳으로, 요즘 반도체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겐 가장 주목받는 ‘핫플’이다. 하지만 아직 입학생을 받기 전이라,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다. 그럴수록 도전정신이 더 끓어오른다. 기다려라, 오늘 우리가 반도체공학과의 모든 것을 샅샅이 파헤쳐주마.
반도체 산업 발전 위해 산학협력 강화…고려대학교, SK하이닉스와 손잡다
반도체공학과는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 공과대학 안에 있다. 세월의 흔적과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멋진 캠퍼스를 구경하며 도착한 곳은 바로 신설될 학과인 반도체공학과의 학과장실. ‘똑똑’ 문 앞에서 노크하자, 박종선 학과장이 문을 활짝 열고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현재 반도체공학과 운영 준비를 위해 무척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미래 반도체 꿈나무들을 위해 오늘 특별히 시간을 내줬다고. “고마워요, 학과장님!”
“박종선 교수입니다. 저는 반도체공학과 학과장으로서 앞으로 신입생들을 잘 성장시켜 SK하이닉스의 인재로 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앞으로 반도체공학과에서 학생들과 보낼 시간들이 참 기대가 되네요”
고려대학교에 반도체 관련 전공 과목이 개설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려대학교는 2005년부터 SK하이닉스와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대학원 과정에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개설해, 2009년 1학기부터 석∙박사 과정을 운영해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 고려대학교는 우수한 기술 인재를 양성해 SK하이닉스의 고속성장에 기여해온 것.
“그간 대학원 과정이 잘 운영됐지만, 내부적으로 학부 과정에도 관련 학과를 개설해 반도체 산업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어요. 그래서 고민하던 중 마침 정부에서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간 좋은 관계를 맺어온 SK하이닉스에 참여를 제안했고, SK하이닉스가 흔쾌히 참여해줘 반도체공학과를 만들 수 있었어요”
이번에 개설된 반도체공학과 역시 대학원 과정과 마찬가지로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로 개설돼, SK하이닉스는 급변하는 반도체 업황 속에서 지속적으로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는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특정 역량을 갖춘 기업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면 기업이 채용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계약 하에 개설된 전공 학과를 의미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9년 6월 대학정보공시 결과’에 따르면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수는 전년 대비 33.3% 증가한 28개로 집계됐고, 학생 수도 1,506명으로 전년 대비 22.2% 증가했다. 이처럼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수가 늘고 있는 건 기업 입장에서는 을 교육하고 업무에 적응시키는 데 들어가는 리소스를 줄여 빠른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
대학 입장에서도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주축인 기업에 우수한 인재를 꾸준히 배출함으로써, 대학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종선 학과장 역시 반도체공학과 신설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선 누구나 고려대학교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미래 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반도체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선 학부 과정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꾸준히 배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훌륭한 졸업생들을 배출해 이들이 SK하이닉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러다 보면 고려대학교 반도체공학과가 반도체에 특화된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날도 금방 오겠죠”
커리큘럼은 문제해결 능력에 방점…체계적인 실습 프로그램도 구축
“커리큘럼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요?”, “클린룸에서 직접 반도체를 만들어 볼 수 있나요?”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 세례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박종선 학과장은 차분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주었다.
“반도체공학과 커리큘럼 구성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일상적인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바로 솔루션을 찾아낼 수 있는 인재를 원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러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지 고민했고, 커리큘럼 구성 과정에서 고민한 결과를 하나하나 녹여냈죠”
SK하이닉스와 고려대학교가 공동개발한 맞춤형 교육으로 구성된 반도체공학과의 커리큘럼은 4학년 과정으로 이뤄진다. 1, 2학년 때는 기본 교양과 기초 전공 과정으로 반도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다. 3, 4학년 때는 심화 전공과 융합 전공 과정을 거쳐 학부 인턴을 통해 실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또한, 주어진 과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면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도 있다.
교육 인프라도 충실히 갖췄다. 고려대학교의 탄탄한 교수진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SK하이닉스 사내대학인 SKHU와 연계해 회사 실무진 강의도 적극 활용할 예정. 또한, 강의를 통해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려대학교 내 실습 공간과 SK하이닉스 사업장을 활용한 체계적인 실습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학생들이 배운 이론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구상하고 만들어보며 체득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잘 짜인 실습 프로그램이 많으면 많을수록 교육 수준은 높아지죠. 이를 위해 반도체 설계부터 테스트까지 전체 반도체 공정을 아우르는 실습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정보다 길어졌지만 알찼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대학생이 되면 다시 찾아오게 될 고려대학교 교정을 미리 둘러보는 시간도 가졌다. 특히 쾌적한 중앙도서관에서 ‘열공’ 중인 멋진 선배들의 모습을 보니 의욕이 활활 타오르는 기분이다.
반도체공학과에 입학해 이렇게 잘 갖춰진 학업 환경에서 꿈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이번엔 고려대학교 인재발굴처를 들러 친구들이 가장 궁금해할 입학 모집요강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인재발굴처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반도체공학과 1기 운영이 시작된다. 이를 위해 수시모집으로 총 25명을, 정시모집 나군 전형으로 5명을 각각 선발해 총 30명의 우수한 학생이 입학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꿈꾸는 미래…“기업의 성장, 나아가 반도체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
"반도체공학과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어! 그런데 SK하이닉스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호기심이 생기면 반드시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을지 미리 알아두는 것 역시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겠지? 궁금증 해소를 위해 이번엔 SK하이닉스 채용팀의 홍승훈 팀장을 만나봤다. 푸근한 인상의 홍승훈 팀장은 질문마다 정말 열정적으로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는 기업문화담당 채용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승훈 팀장입니다. 팀에서 채용에서부터 임원급 경력 채용까지 모두 맡고 있어요. 산학장학생 채용도 제 업무 중 하나죠. ”
SK하이닉스가 이번 반도체공학과 개설 과정에서 많은 대학교 중 고려대학교와 함께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대학교의 인재상인 ‘사람 중심의 창의인재’가 우리 SK하이닉스의 인재상과 잘 맞아떨어져, 협업 파트너로 고려대학교를 최종 선택했습니다. 특히 ‘2030 Vision’ 중 ‘창의적인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대학’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런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고려대학교가 ‘우수한 기술 인재를 미리 확보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한다’는 반도체공학과 설립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했죠”
고려대학교와 함께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하기로 한 후엔, 먼저 반도체공학과에서 배출될 ‘미래 인재’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정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위해 현업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고, 정리된 의견을 고려대학교와도 공유했다. 이는 반도체공학과에서 SK하이닉스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했던 과정. 이 과정을 통해 SK하이닉스에 특화된 반도체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맞춤형’ 커리큘럼이 완성됐다.
“반도체공학과 개설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실무진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구했어요. 학생들이 졸업 후 우리 회사에 입사했을 때 현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었죠. 실무진들은 반도체 관련 지식을 쌓아 기본기를 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5G의 상용화로 데이터 시장의 규모가 더욱 확대되면서 빅데이터, AI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역량 확보도 매우 중요해졌다고 조언해줬어요. 이러한 의견들을 취합해 커리큘럼과 입학생 지원계획에 녹여냈고, 앞으로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섭외해 고려대학교와 협업해갈 계획이에요”
입학생들에게는 SK하이닉스가 어떤 혜택을 제공하는지도 중요한 관심거리. 홍승훈 팀장은 미래 시대에 발맞춰 SK하이닉스만의 차별화된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입학 과정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이 반도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SK하이닉스를 이끌 동량들인 반도체공학과 학생들에게 타 학과와 차별화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미국 CES 박람회 견학과 실리콘밸리 견학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인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의 교류의 장을 준비하는 것도 그 중 하나죠. 이외에도 장학금 지원, 인턴십 지원, 강의 외 프로그램 지원,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지원계획이 준비돼 있어요. 이를 통해 학생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인재로 성장해,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책임져 주면 보람찰 것 같아요”
반도체공학과 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 걱정도 덜 수 있다. 반도체공학과 입학생들은 학부 성적과 인턴 활동 등의 평가를 거쳐 SK하이닉스에 채용될 기회를 얻게 된다. 졸업하자마자 SK하이닉스 입사에 도전할 수 있고, 대학원 과정의 반도체시스템공학과로 진학해 역량을 더욱 향상시킬 수도 있다. 홍승훈 팀장은 “학부 과정 동안 학생들과 SK하이닉스 실무진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해 졸업 후 최대한 그들이 원하는 부서에 입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많은 지원 혜택이 제공된다는 건 그만큼 SK하이닉스가 반도체공학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 “팀장님, 학생들에게 어마어마한 혜택이 제공되는 만큼, SK하이닉스가 반도체공학과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을 것 같아요. SK하이닉스는 이런 투자를 통해 무엇을 얻게 되죠?”
“반도체 업황은 좋을 때도 많지만 나쁠 때도 있거든요. 업황에 흔들리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수 인력이 많이 필요하죠. 앞으로 반도체공학과가 채용 후 바로 현업에서 활약할 수 있는 양질의 인재들을 양성해줄 중요한 인력 확보 채널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SKMS를 토대로 한 우리만의 조직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주요 목표 중 하나입니다. 이런 노력이 기업의 성장을 넘어 우리 사회를 더욱 행복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SK하이닉스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멋졌다. 마지막 남은 궁금증까지 모두 해소했으니, 이제 취재를 마무리할 때. 홍승훈 팀장에게 마지막으로 예비 반도체공학과 학생들을 향한 따뜻한 조언을 부탁했다.
“반도체는 미래 신기술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IT의 중심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SK하이닉스는 새롭게 합류하는 인재들에게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할 수 있죠.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어 전문가가 되겠다는 도전 정신과 각오만 가져오세요. 반도체공학과에서 실력을 갈고닦아 SK하이닉스에서 꿈을 펼칠 수 있을 겁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기다려준 친구들에게 반도체공학과에 대해 설명해주니 다들 설렘으로 가득 차 시끌벅적하다. 이번 고려대학교 탐방기는 이들의 소감으로 마무리. 모두 함께 반도체공학과에서 반도체 전문가로 성장해, SK하이닉스에서 맹활약할 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