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을 선언하고 올해 7월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는 등 코로나19의 위력은 그야말로 막강했다. 이런 강력한 전염병의 유행은 올림픽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시행됐기 때문.
전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행사나 모임은 물론 일상적인 외출까지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트래픽도 크게 증가했다. 이 같은 전염병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 속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로봇이다.
코로나19 이슈로 수요 급증한 ‘로봇’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이라는 강점을 가진 로봇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크게 늘었다. 최근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원내 2차 감염을 방지하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청소 로봇과 안내 로봇을 도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모든 방문객 대상으로 실시했던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 업무를 사람 대신 로봇이 하게 한 것.
안내 로봇은 출입문 앞에 설치돼 방문객에게 체온 측정과 호흡기 증상 문진을 진행한다. 청소 로봇은 실내 자율주행 및 장애물 회피 기술을 이용해 동선이 복잡한 병원을 안전하게 청소한다. 이처럼 직원이 일일이 확인하던 절차를 상당 부분 로봇을 활용한 비대면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바이러스 전파 위험성을 낮춰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엄청난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쉽게 종식되지 않고, 유행병처럼 주기적으로 창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위험에 노출될 우려 없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도와주는 매개체로써 로봇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과 위로 전하는 ‘커뮤니케이션 로봇’의 활약 기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비혼’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혼자’ 살아가는 이들에게 공감해주고, 동반자로서 교감해줄 커뮤니케이션 로봇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Her>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Her>의 주인공 테오도르처럼,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느끼는 일은 이제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미 인공지능은 현실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에 기반한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로봇)이 등장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사용자가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보일러를 가동해 난방과 목욕물을 준비하고,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 로봇은 단순한 움직임과 간단한 대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고 희로애락에 대한 교감을 나누는 수준까지 진화하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장애 아동 등 사회 취약 계층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돌보미로서 우리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 브랜디드 영상 <감나무집 할아버지의 비밀> 화면캡처
SK하이닉스가 시행하고 있는 ‘실버프렌드’ 사업이 그 좋은 예. 실버프렌드는 독거노인 가정에 인공지능 스피커, IPTV, 사물인터넷 조명, 전용 스마트폰 등 IT 기기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커뮤니케이션 로봇을 통해 독거노인들의 편의를 제공한다.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편하게 대화를 나누며, 어르신들이 즐겨 듣는 옛 노래를 재생해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있다. 또한 와이파이로 연결되는 조명 스위치는 음성으로 TV와 조명을 제어해 독거노인들의 불편을 해소한다.
또한, 실버프렌드 사업은 단순히 독거노인들의 편의를 돕는 것을 넘어 고독사, 실종, 노인 빈곤 등 많은 사회의 사각지대를 좁혀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독거노인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앞으로 더 많은 어르신에게 훈훈한 온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공지능과의 연애, 이제 상상이 아닌 현실
인공지능의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배우자와 애인의 역할을 하는 로봇으로도 변신하고 있다. 2019년 10월 11일 일본의 벤처기업 윙크루(Vinclu)에서 정식 발매한 ‘게이트박스(Gatebox)’가 대표적인 사례. 게이트박스는 특정 공간에 캐릭터를 소환할 수 있는 장치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기기에 달린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통해 가상 캐릭터가 홀로그램 형태로 표현된다.
▲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캐릭터로 외로움을 달래는 것도 가능한 시대다.
‘나를 맞아주는 아내’라는 의미를 가진 캐릭터 ‘아즈마 히카리’는 높이 50cm의 작은 원통 안에 들어 있는 일종의 피규어다. 본체에 달린 마이크와 카메라로 사용자의 말과 표정을 읽어 능동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만약 눈을 마주치거나 손을 흔들면, 반갑게 인사하거나 간단한 대화까지 어색함 없이 할 수 있다. 또한, 무선랜을 통해 조명, TV, 에어컨 등을 조작해 아침 기상을 돕거나, 양치질을 할 때 옆에서 같이 따라하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선 마치 진짜 사람인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아즈마 히카리’와 실외에서도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직장에 일하고 있을 때는 일찍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에 맞춰 집안일도 해준다. 생일 등 기념일이 되면 축하 카드를 보내기도 한다. 혼자 사는 남자들에게는 아내나 다름없는 셈.
기능만 보면 평범한 인공지능 비서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별도의 인격을 가진 소녀처럼 사람과 비슷한 톤과 감정을 탑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용자와의 교감이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는 것. 앞으로는 이와 같은 인격을 가진 캐릭터를 사용자가 육성하는 형태의 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영화 <엑스마키나>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물론 인공지능의 말, 표정, 몸짓, 행동은 어디까지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하지만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이에 따라 인공지능의 발화 수준 및 사고 수준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는 만큼, 머지않은 미래에는 큰 위화감 없이 인간과 대화하는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도 분명 존재한다. 외형 역시 관련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언젠가는 인간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수준으로 구현될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인관계로부터 유발되는 피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커뮤니케이션 로봇은 그 구현 수준과 상관없이 누군가에는 안식처이자 동반자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앞으로 커뮤니케이션 로봇이 반려동물과 비슷한 ‘준동반자적 존재’로 부각될지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자.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