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준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22’가 5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의 짧지만 화려한 여정을 마쳤다.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을 이겨내고 2년 만에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온 이 행사는 참가 기업이 예년(4,400여 개)의 절반 수준(2,300여 개)에 그쳤지만, 가능성을 현실로 바꿔주는 기술 혁신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만하다.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선 SK그룹, 세계 시장에 친환경·혁신 이미지 심다

올해 행사의 키워드를 꼽자면 ‘지속가능성’과 ‘미래를 위한 과감한 영역 파괴’를 들 수 있다. 반도체와 친환경 에너지, 바이오는 혁신의 모든 공간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 6개사(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SK에코플랜트)가 함께 마련한 전시였다.

지금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하이닉스가 더 익숙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SK의 브랜드가 더해지면서 친환경·글로벌 일류 기술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메모리 반도체를 기대하고 왔던 관람객들은 전시장의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넓은 SK하이닉스의 사업 영역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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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6개사는 이번 전시에서 ‘숲’을 모티브로 한 ‘그린 포레스트 파빌리온(Green Forest Pavilion)’으로 조성하고, ‘탄소 중립’을 메인 테마로 내세웠다. 전시 관계자는 “미디어 아트와 함께 마치 식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연출했다”며 “제일 한산한 전시 마지막 날까지도 대기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CES 개막일인 5일 3,000명 수준이던 SK그룹 전시관 관람객은 6일 5,000명, 7일 7,000명 수준으로 계속 늘었다.

CES 2022 004▲SK하이닉스, SK스퀘어, SK텔레콤 경영진들이 CES 2022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박정호 SK스퀘어 ·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류수정 SK텔레콤 AI Accelerator 담당,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 (출처: SK텔레콤 뉴스룸)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SK텔레콤은 전시기간 중 기자간담회를 갖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ICT 연합체’ 구성을 선언했다.

먼저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Sapeon)’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공동 투자하기로 했고,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 Solid State + Paradigm)’ 신설 등을 시작으로 올해부터 미국 시장에서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미주 사업조직을 신설하고 미주 R&D 센터도 건립한다.

또한 SK텔레콤은 향후 10년을 이끌어 갈 미래 기기(Device)인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이하 UAM), 자율주행차, 로봇에 진화된 커넥티드 인텔리전스(Connected Intelligence)를 더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SK하이닉스를 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라고만 생각했던 관람객들에게는 모두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메시지였을 것이다. 여기에 SK온의 전기차용 배터리와 SK㈜의 바이오·푸드테크 투자내용 등이 더해지면서 관람객들은 이 회사의 한계를 새삼 궁금해했을 것이다.

가전과 완성차의 영역 파괴…반도체 기업에게는 ‘기회의 땅’

SK와 함께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또 다른 주인공은 소니(SONY)였다. 소니는 전격적으로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우리가 알던 소니와 완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CES 2022 005▲관람객들이 소니가 이번 CES 2022에서 공개한 SUV형 전기차 콘셉트카 'Vision-S 02'를 살펴보고 있다.(이미지 출처: ces.tech)

소니 전시부스에서는 가전제품 대신 SUV형 전기차 콘셉트카 ‘Vision-S 02’가 전시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다. 애플카에 이은 소니의 완성차 시장 진출 소식은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 통신 기반 빅데이터 등 SK의 모빌리티 솔루션(Mobility Solution) 영역 확대를 기대하게 했다.

완성차 기업들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정의선 회장이 현장에 직접 참석해, 로보틱스(Robotics, 로봇의 물리적인 모습을 구성하는 기계적이고 전기적인 장치)와 메타버스(Metaverse,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결합한 ‘메타 모빌리티(Meta Mobility)’ 개념을 소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경량 항공기인 UAM 등 미래 이동수단을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인터페이스(Interface)로 삼는 동시에 로봇을 이용해 체험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SK가 선도한 탄소중립, 글로벌 트렌드로 우뚝

CES 2022 007▲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CES 2022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이미지 출처: ces.tech)

SK가 선도한 탄소중립 트렌드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를 굳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회사의 친환경 활동 소개에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부터 유통, 사용, 폐기까지 사이클 전반에 있어 친환경적 요소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LG전자는 재활용 자재를 사용해 2,000㎡ 규모의 전시 부스를 구축했고, 부스 디자인을 간소화해 전시 종료 이후에도 재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일본 가전기업 파나소닉(Panasonic)은 지난 4일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이산화탄소(CO2) 배출 감소를 위한 약속인 ‘파나소닉 그린 임팩트(Panasonic Green Impact)’를 발표했다.

미래 주도권 강화 위한 ‘합종연횡’ 무한확장

CES 2022 006▲박정호 SK스퀘어 ·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은 6일 오전(현지시각) CES 2022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Qualcomm) 사장 겸 CEO(왼쪽)와 만나 반도체와 메타버스, 스마트팩토리 등 B2B, B2C 사업에서의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출처: SK텔레콤 뉴스룸)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CES 2022는 글로벌 이종산업 간 협력의 장 역할도 했다. SK하이닉스 등 ICT 3사 대표는 이번 CES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퀄컴(Qualcomm) 사장 겸 CEO와 만나 5G를 넘어 반도체, 메타버스까지 ICT 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아마존(Amazon)의 AI를 이용해 소프트웨어 플랫폼(Software Platform)인 ‘STLA SmartCockpit’을 개발하겠다”고 밝혔고, 제너럴모터스(GM)는 전기차 배송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월마트(Walmart), 페덱스(FedEx)와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텔(Intel)의 자회사 모빌아이(Mobileye)는 “폭스바겐(Volkswagen)과 포드(Ford)에 플랫폼을 탑재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고, 퀄컴은 “르노(Renault), 혼다(Honda), 볼보(Volvo)에 자사의 스냅드래곤 콕핏(Snapdragon Automotive Cockpit)을 장착한다”고 밝히는 등 반도체 기업과 완성차 기업 간의 합종연횡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이 밖에도 이번 CES 2022에서는 공상과학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우주여행의 현실화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실제 우주비행선을 모형으로 구현한 ‘드림 체이서(Dream Chaser)’를 전시했다. 드림 체이서는 기존 우주왕복선의 4분의 1 크기에 불과하며, 최대 30회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

소니는 나노 위성 ‘스타스피어(STARSPHERE)’를 공개했는데, 날개를 제외한 몸체가 방송용 카메라보다 작은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