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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삶은 여백이 없습니다. 눈뜨자마자 출근을 해야 하고 직장에선 사람과 일 사이에 끼어 있죠. 인파에 떠밀리듯 퇴근까지 마치고 나면 게슴츠레 뜬 실눈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 하루의 마지막 기억이 됩니다. 유연근무제가 시작되고 퇴근 후 시간에 관심이 많지만, 막상 주어진 자유가 낯설기도 하고 누리기엔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기도 하죠. 여유는 많지만, 쉼이 온전히 내 것인 그 여백이 필요한 요즘. 그 누구보다 바쁘지만 그 하루가 온전히 본인의 것이라는 ‘단단한’ 분을 만나보았습니다. 일과 취미 그리고 봉사활동까지 바쁘지만 과하지 않게, 긍정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 만화 주인공처럼 큰 미소를 갖고 있어 긍정의 에너지가 듬뿍 느껴집니다.

불량제로를 지키는 SK하이닉스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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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천 P&T DRAM WT제조팀 PCM 정유진 입니다.”

 

SK하이닉스 입사 8년 차라는 정유진 기사는 WT(Wafer Test) 제조팀에서 Probe Card 분석과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Wafer Test란 반도체가 보는 종합능력시험이라고 하는데요. 마치 우리가 학교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며 실력을 평가받는 것처럼 웨이퍼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반도체는 다시 공부시켜 두 번째 테스트를 진행하거나, 계속된 테스트에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낙오시킴으로써 고객들에게 ‘Good Memory’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생산된 반도체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작업이기에 섬세함과 끈기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이 꼭 필요한 업무인데요. 정유진 기사는 여기에 한 가지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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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안 생기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문제는 생기고 같은 문제가 재발하기도 합니다. 이때 계속해서 원인을 파악하려는 집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기에 같이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소통해야 하죠.”

 

일은 냉정하게 하지만 소통은 화끈하게 한다는 정유진 기사는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했을 때 큰 만족감을 느낀답니다. 또, 오픈된 마음으로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어 출근길이 무겁지 않다며 큰 미소를 짓습니다.

사진, 캠퍼스 그리고 봉사, 자연스러운 취미생활들

업무 이야기를 하면서도 미소를 짓고 있는 정유진 기사를 보고 있자면 스트레스라곤 1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그녀에게 퇴근 후 사생활에 대해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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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 그림 제 취미예요. 스트레스 풀기 위한 취미가 아니라 여행을 좋아해서 사진에 여행지를 담게 되었고, 사진 모임에서 우연히 드로잉하는 분과 친해져서 드로잉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을 계속하는 거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국내외 가리지 않고 여행을 다닌다는 정유진 기사는 이맘때 슬로시티로 지정된 담양에 가면 고즈넉하고 참 좋다고 권하기도 하는데요. 국내 드라이브하기 좋아하는 코스부터 열흘 일정으로 떠난 쿠바 여행이 폭우를 만나 20일짜리 여행이 된 이야기 등 여행 이야기가 나오자 정유진 기사는 어느새 15세 수다 모드 장착한 소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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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진 기사의 온라인 전시관 홈페이지 바로가기 Click!

 

세상을 향한 긍정적 호기심이 많은 딱 소녀 같은 정유진 기사는 자신이 다녀온 발자취를 사진으로 담아 놓습니다. 깔끔한 홈페이지를 구축해 나름의 전시도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이름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조곤조곤한 그녀의 성격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예쁜 온라인 전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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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하지 않은데 관심 가져주셔서 쑥스럽고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 온라인 전시회예요. 제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별해서 개시하고, 부담 없이 가볍게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여행 사진을 주로 찍다가 최근엔 주변에 관심이 커져서 출퇴근길에도 사진을 많이 찍어요.”

 

많은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으로 퇴근길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데요. 딱히 제목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지만 야간 근무 후 퇴근길에 찍었다는 이 사진은, 안개비 사이로 보이는 다른 누군가의 실루엣이 인상적입니다. 촬영 장소가 WT 건물이라고 하는데 외벽 조명이 스포트라이트처럼 한 사람을 비춰주고 있어 그림 같기도 하고 적막함까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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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거기에서 우연히 드로잉 하는 분을 알게 되어 여행 드로잉이라는 것을 시작했어요. 사진과 다른 매력이 있어 요즘 빠져 있죠. 쉬는 시간이 날 땐 좋아하는 카페에서 한가롭게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저 취미일 줄만 알았는데 작년 봄 그림 전시회도 했다고 합니다. 잘 그리는 그림은 아니라고 하지만 상당한 실력을 갖춘 정유진 기사는 찾아오는 분들에게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생각이 전환되었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 에너지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는 당연한 시선

학창시절 댄스동아리에서 한 춤 했다는 정유진 기사는, 춤에서 여행으로, 여행에서 그림으로 조금씩 표현하는 방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변치 않는 한 가지가 있는데요. 바로 ‘주변을 돌아보는 당연한 시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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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항상 제가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찾아보는 편이에요. 최근에 제가 사는 동네에서 ‘마을계획단’이라는 모임에 가입해서 사진기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마을계획단은 마을환경개선을 하기 위한 단체인데요. 어르신들이 많아서 놀랐고, 어르신들이 너무 좋은 피사체여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마을계획단 사진기사 활동 이전, 정유진 기사는 SK하이닉스 행복교복의 온라인 홍보담당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행복교복은 더이상 입지 않는 교복을 기증받아 지역 어르신들의 손길로 세탁과 수선을 거쳐 저렴하게 판매하는 사업인데요. 교복을 기증하는 학생들이 많아야 하기에 10대 눈높이에 맞는 홍보가 필요합니다.

처음엔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프로보노 봉사자’ 모집 글을 보고 신청을 했고, 이내 응답이 와서 행복교복 온라인 채널 담당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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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교복 채널 운영하는 것이 어렵거나 귀찮지 않아요. 그냥 잠시 짬을 내어 글을 올리고 질문에 답글을 달아주면 되니까요.”

 

행복교복 온라인 채널의 주 소통대상은 교복을 기부하는 10대들이지만, 가끔 성인들도 10대 시절을 추억하고자 구매를 문의하기도 합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HOT 콘서트에 갈 코스튬 용으로 구매해서 인증샷까지 올려준 성인 고객도 있어 재미있게 소통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행, 사진, 그림 등의 취미생활과 연장선상에 놓인 듯한 그녀의 봉사활동은 의무감보다는 자연스러운 일상처럼 보였는데요. 때론 가만히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만족감이 커서 계속하게 된다고 덧붙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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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제 손길이 필요하다면 꾸준히 봉사할 생각입니다. ‘봉사’라는 이름을 갖지만 제 다른 취미인 사진이나 그림처럼 자연스럽게 하는 거예요."

 

사진이나 그림처럼 개인적 취미를 넘어 행복교복과 마을계획단처럼 ‘함께하는 취미’로 가득 찬 정유진 기사의 퇴근 후 일상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SK하이닉스에서 가장 냉정할 것 같은 그녀의 업무가 왜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알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녀의 특유의 따뜻한 스타일로 흔들림 없이 일과 사람을 대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사진과 그림 그리고 봉사라는 화려한 사전 지식으로 정유진 기사를 만났습니다. 만나보고 나니 이 세 가지로 그녀를 표현하기에는 얼마나 초라한 단어인지, 그녀가 얼마나 단단하고 큰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담백하게 이야기하는 그녀와 대화하고 있으니 우린 너무 많은 미사여구로 살아가고 있지 않나 반성이 들기도 합니다. 하루가 지치기만 한다면, 쉼표 같은 여백이 필요하다면 그녀의 온라인 전시관을 한번 방문해 보세요. 그럼 여러분도 정유진 기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