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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3월 26일, 우리나라에서 국민게임으로 불렸던 ‘스타크래프트 1’이 출시 17년 만에 리마스터 된다는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4K UHD 해상도 지원에 그래픽 업그레이드, 한국어 더빙 등 다양한 요소가 추가되죠. 스타크래프트는 RTS(Real Time Strategy, 실시간 전략) 장르로 지구에서 우주로 진출한 인간 종족 ‘테란’과 우주 괴생명체 종족 ‘저그’, 고도화된 과학 문명 종족 ‘프로토스’가 싸우는 미래 SF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게임인 만큼 다양한 SF 기술이 등장하는데요. 이 중에서 오늘 소개해볼 기술은 테란의 ‘고스트’와 ‘레이스’, 프로토스의 ‘다크 템플러’가 사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투명하게 만들어 상대방의 눈을 속일 수 있는 ‘클로킹’(Cloaking)입니다.

투명해지는 기술, ‘클로킹’이란?

누구나 어렸을 적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셨을 텐데요. 물론, 투명인간이 되면 하고 싶었던 일이 대체로 올바른 일보다는 짓궂은 장난이나 범죄 행위가 대부분이었겠죠. 하지만 이런 상상력이 기술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바로 ‘클로킹’처럼 말이죠.

상대방에게 나의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다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클로킹은 ‘망토’, ‘은폐물’의 뜻을 지닌 ‘cloak’에서 유래됐습니다. 스타그래프트와 같은 SF 영화나 게임 등 다양한 매체에서 등장한 기술로, 특정한 물체를 눈으로도 볼 수 없고 레이더로도 탐지할 수 없게끔 존재하지 않게 만드는 것을 뜻하죠.

클로킹이 대중 미디어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1966년 방영된 미국 드라마 <스타 트렉>입니다. <스타 트랙>에서 처음으로 클로킹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이후 영화 <프레데터>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등 다양한 곳에서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매체에서 클로킹은 주로 잠입, 침투 목적으로 사용됐고 현재 실제로 개발 중인 클로킹도 이러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한 군사 기술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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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체스터 대학의 연구원들은 4개의 렌즈로 빛을 굴절해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Seeker 유튜브

 

클로킹은 이론상으로는 모든 전자기파 영역에서 물체의 굴절률이 진공 상태일 때와 같도록 하면 물체를 완전히 투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물질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기술로는 실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클로킹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런 현실 속 클로킹은 크게 ‘스텔스’와 ‘광학위장’으로 나뉩니다.

레이더로 탐지할 수 없는 ‘스텔스(Stealth)’

스텔스 기술은 이미 현대 군사 무기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레이더 등의 능동형 감지기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를 흡수해 자신의 위치가 발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요. 방출된 전자기파를 흡수해버리면 감지기로 반사되는 전자기파가 없기 때문에 물체를 감지할 수 없게 되는 구조입니다.

스텔스 기술에 사용되는 전파 흡수 도료는 특정 물체에 도색하면 전파를 흡수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료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텔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 도색을 해야 하죠. 또한, 전파를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주파수의 전파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들어온 전파가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도록 비행기나 선박을 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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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에서 전투기에 스텔스 기능은 필수입니다. 전투기가 회색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모든 환경에서 가장 눈에 안 띄기 색상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전파나 열 감지에 대한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에 잡히지 않을 뿐,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각적으로 발견하기 힘든 위장색을 활용하는데요. 바다에서는 파란색, 눈 위에서는 흰색, 산속에서는 녹색으로 적의 눈을 속이는 방법이죠. 정말 단순한 방법이지만, 때로는 단순한 것이 진리이기도 합니다.

눈으로도 볼 수 없는 투명인간화 ‘광학위장(Optical Camouflage)’

스텔스 기술과 달리 육안으로도 투명하게 보이는 광학위장은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한 클로킹과 가장 흡사한 방식입니다. 특정 물체를 광학적으로 투명하게 만들어 안 보이게 해주는 위장 수단으로 눈으로만 안 보일 뿐 적외선 탐지 등 특수한 방법으로는 탐지가 가능합니다.

흔히 ‘광학미채’라고도 부르는데요. 이는 1995년 상영된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등장한 명칭입니다. <공각기동대>에서 등장한 광학미채는 현실의 광학위장과는 달리 육안은 물론, 적외선 탐지까지도 불가능한 것으로 소개됩니다. 단, 사용자의 행동으로 인한 공간의 일렁임이나 잔상까진 없애지 못하며, 냄새에 민감한 개에게도 감지되는 단점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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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투명망토 출처 : hyperstealth 공식홈페이지

 

이런 광학위장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물질 중 활용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메타물질입니다. 메타물질은 파장보다 매우 작은 크기로 만든 금속이나 유전물질로 설계된 메타 원자(meta atom)의 주기적인 배열로 이루어진 인공물질인데요. 이 인공물질이 음굴절률을 가지게 해 빛이 메타물질에서 휘어 물체와 닿지 않게 우회시키거나 물체 표면에서 산란되는 파동을 상쇄해 투명 효과를 내는 방식입니다.

아직은 연구 단계인 기술이지만, 이미 여러 매스컴에서 투명 망토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미 육군은 이 기술을 군사 장비에 도입하기로 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미 육군은 투명 망토를 무게 450g 이내, 8시간 지속 사용 가능, 적외선 감지 불가, 야시경•레이더 탐지 불가 등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현실 속 클로킹 기술 발전을 위한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현실 속 클로킹 기술인 광학위장과 스텔스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장비를 작게 만들 필요가 있는데요. 장비가 작아지기 위해서는 당연히 부품도 작아져야 하고 이를 위한 기술 중 하나가 MEMS입니다.

MEMS(멤스)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 미세전자제어기술 등으로 불리는 기술로, 반도체 공정기술을 기반으로 머리카락 두께 크기 정도인 마이크론(㎛)이나 mm 크기의 초소형 정밀기계 제작기술을 뜻합니다.

MEMS 기술은 1970년대에 등장한 반도체 제작기술로, 주변 회로를 포함하는 집적화된 센서를 개발하면서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이는 전기, 전자, 기계, 화학 등의 종합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복합 기술로, 21세기를 주도할 신기술로 꼽히기도 하죠.

이런 MEMS 기술을 이용해 만든 반도체는 크기가 매우 작아 마이크로프로세서, 무선 송수신기와 같은 전자 장치뿐만 아니라 가속도계 등 기계적 구조물을 통합할 수 있고 유체역학•광학•전자기 시스템 분야까지 응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반도체 제조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해 각처에서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죠. 더구나 실리콘 세라믹 등의 반도체 재료에 광반응 물질을 덧씌우고 빛으로 깎아내 3차원 구조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마이크로미터 단위를 제조할 수 없는 기계적 방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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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공대에서 0공개한 ‘파리 로봇

 

MEMS의 장점은 작은 크기뿐만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전력 소모량이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사 분야에서도 MEMS가 이용되는 다양한 무기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하버드 공대에서 성공한 초소형 무인기 ‘파리 로봇’은 작은 크기로 손쉬운 정찰이 가능하고 공격까지 가능합니다. 또한, 민들레 씨앗처럼 생겨 공중을 자유롭게 떠다니면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스마트 더스트’의 개발도 가능하죠.

여기에 앞서 소개한 스텔스 기술에 MEMS를 접목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기존 스텔스 기술은 모든 항공기의 항공역학적 디자인과 성능 제한, 무게 증가, 전력 소모가 크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MEMS를 접목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새로운 스텔스 기술이 탄생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MEMS 기술 활용과 발전은 클로킹의 실현에 있어서 그 제약을 점점 더 줄여나가고 있는데요. 결국, SF 게임이나 영화처럼 현실에서도 투명 망토, 비행기 등 투명화 된 다양한 장치가 등장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투명화 기술인 클로킹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단순한 상상력에서 시작해 다양한 SF 미디어에서 등장한 투명화 기술! 현재는 탐지가 불가능한 방식과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어릴 적 누구나 꿈꿔왔던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을 부풀어 오르는데요. 앞으로도 더 많은 상상 속의 기술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IT 전문 필진

임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