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점차 새로운 삶의 형태에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1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총아였던 에이알엠(ARM)이 인수 4년 만에 매각 절차를 밟게 됐고, 오랜 시간 업계 1위를 지켜온 인텔은 독보적 분야였던 PC용 CPU 부문에서 여러 기업들의 도전을 받으며 수세에 몰렸다. 이처럼 급변하는 반도체 정세는 한국 경제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의 두뇌’ ARM, 다시 시장에 나오나… ARM 향방에 좌우될 세계 반도체 업계

반도체를 PC,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두뇌’라고 한다면,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은 그 반도체의 두뇌를 설계한다. ARM은 반도체를 직접 제조하는 대신 스마트폰용 AP(Application Processor,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나 사물인터넷용 MCU(Micro Controller Unit, 시스템 제어 전용 프로세서) 등의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현재 세계 스마트폰용 AP의 95% 이상이 ARM의 설계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애플의 A시리즈,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모두 ARM이 제공한 설계도로 만든 제품들이다. 

이처럼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ARM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ARM의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가 ARM을 매각 또는 주식시장에 재상장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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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소프트뱅크는 ARM을 320억 달러(약 38조 원)에 인수했다. 당시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ARM 인수 기자회견에서 “바둑으로 치면 50수를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한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실제로 ARM은 소프트뱅크가 꿈꾸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시대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ARM의 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을 활용한 반도체 및 기기 수요가 급증하면 소프트뱅크는 이를 통해 세계 IT 산업에서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최근 위워크(wework) 투자 실패로 인한 자금난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 악화와 유동성 위기가 겹치면서 ARM을 매각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반도체 업계의 관심사는 ‘과연 누가 ARM을 인수할 것이냐’이다. ARM을 인수하면 곧바로 세계 스마트폰용 AP, 사물인터넷 기기용 MCU는 물론, PC나 서버용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처리장치),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처리장치) 등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그동안 경쟁 관계였던 반도체 기업들을 한 번에 견제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이에 외신에서는 글로벌 대표 IT 기업들이 ARM을 인수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동안 ARM은 자체 제조와 판매는 하지 않고 오직 반도체 IP만 공급함으로써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가지고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ARM이 특정 반도체 제조 기업에 인수될 경우, 곧바로 업체들 사이에 독과점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ARM 대신 미국의 사이파이브(SiFive) 등 다른 반도체 IP 기업으로 거래처를 전환할 가능성도 크다. 경쟁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존도가 너무 높아져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기 힘들기 때문. 이에 월가에서는 “ARM을 매각하기보다는 주식 시장에 상장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세계 반도체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무색하게 인수합병(M&A) 러시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아날로그디바이스(Analog Devices Inc., ADI)는 최근 또 다른 반도체 기업인 맥심인터그레이티드(Maxim Integrated)를 21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올 들어 최대 규모의 M&A다.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이번 M&A를 통해 기존 주력 제품인 산업, 자동차, 통신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의료, 군사용 반도체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텔, 7나노 공정 사실상 포기 선언… 세계 최고 IDM 입지 흔들리나

한때 ‘외계인을 감금시켜놓고 기술 개발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세계 반도체 업계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미국 인텔(intel)의 지위가 달라지고 있다. ‘무어의 법칙(경제의 3원칙 중 하나로, 마이크로칩의 밀도가 24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을 통해 그동안 세계 CPU 기술의 기준을 세워온 인텔이 처음으로 기술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

지난 7월 23일 열린 인텔의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밥 스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이를 방증한다. 그는 TSMC와 삼성전자가 이미 양산을 시작한 7나노 공정은 개발조차 끝내지 못했다고 시인하며 “향후 생산일정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비상계획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텔은 세계를 대표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 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으로 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도맡아 해왔다. 인텔은 비메모리 분야의 유일한 IDM으로서 1991년 ‘인텔 인사이드’를 통해 PC용 CPU 시장을 평정했고, 서버용 CPU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현재 인텔은 10나노 공정에서 양산 문제를 겪은 데 이어, 7나노 공정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반면 TSMC에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미국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Advanced Micro Devices)는 7나노용 CPU 양산에 돌입했다. 아직도 14나노에 머물러 있는 인텔과 달리, AMD는 TSMC와 손잡고 기술을 선도하기 시작한 것. AMD가 인텔의 x86 아키텍처에 기반해 반도체를 설계하기 시작한 업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인텔이 받은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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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십 년 동안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인텔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AP 사업 실패다. 인텔은 PC와 서버용 CPU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스마트폰용 AP 시장에도 뛰어들었지만, 저전력을 강조하는 AP 제품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반면 퀄컴(Qualcomm), 애플(Apple) 등은 자체적인 AP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 인텔에 대항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와중에 인텔은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공정 기술 분야에서도 뒤처진 것.

인텔은 자사의 첫 7나노용 CPU를 대만 TSMC에 위탁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텔이 TSMC에 반도체 위탁 생산을 의뢰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았지만, 대부분 저가용 제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인텔은 최첨단, 최고가 제품 양산을 다른 업체에 맡겨야 할 상황에 처했다. 세계 최고의 IDM을 자처했던 인텔의 입지가 달라지게 된 것.

이 같은 상황은 인텔의 시가총액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인텔의 시가총액은 8월 7일 기준 2,065 억 6,800만 달러(약 244조 6,384억 원)로 세계 반도체 1위 시가총액 업체인 대만 TSMC(11조 2,800억 대만달러, 약 454조 6,319억 원), 삼성전자(388조 1,500억 원), 엔비디아(2,788억 5,300만  달러, 약 330조 2,456억 원)에 못 미친다. 매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지만, 기업가치만 놓고 본다면 더 이상 1위가 아닌 것이다. 

PC 분야에서 인텔 독립 신호탄 터뜨린 애플…CPU 시장에서 ‘탈(脫) 인텔’ 시작되나

인텔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PC용 CPU는 인텔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미국 AMD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인텔에 미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 

최근, 이 CPU 시장에서도 ‘탈(脫) 인텔’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 신호탄을 쏘아 올린 곳은 다름아닌 미국의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연례 세계 개발자 대회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깜짝 놀랄 만한 발표를 했다. 맥 PC에 탑재되는 CPU를 더 이상 인텔 제품이 아닌, ARM 설계에 기반한 자체 개발 CPU인 ‘애플 실리콘’으로 대체하겠다고 선언한 것.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맥 OS 제품군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올해 말 애플 실리콘이 탑재된 첫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인텔 기반의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라면서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에는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2년 안에 애플 제품군에서 인텔을 완전히 배제하고, 자체 개발한 CPU를 탑재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ARM 기반의 칩셋은 주로 성능보다 저전력이 우선인 스마트폰에 탑재돼 왔다. 거의 항상 전원에 연결돼 있는 PC의 특성상, 저전력 대신 고성능을 선택한 인텔 CPU가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휘했기 때문. 

하지만 PC 시장의 주력 제품이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바뀌면서 이같은 인텔 주도 시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노트북은 전원 없이 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장시간 안정적 사용을 위해서는 오히려 고성능의 인텔 CPU보다 저전력 제품인 ARM 기반 CPU가 더 적합하다. 게다가 인텔은 CPU 설계부터 제조까지 모두 전담하는 반면, ARM은 설계만 제공하기 때문에 애플 입장에서는 최적화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고,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도 줄일 수 있다. 

애플은 이미 아이폰을 시작으로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 맥 PC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에 ARM 기반 자체 설계 CPU를 탑재해 왔다. 2010년 아이폰4부터 모든 스마트폰에 자체 설계 AP를 탑재했고, 아이패드에는 2012년부터 전용 SoC(System on Chip, 여러 가지 기능을 동시에 구현한 기술집약적 반도체)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애플은 저전력 위주인 ARM 설계에서도 성능을 끌어올리는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PC 분야에서 인텔로부터의 독립인 것.

CPU 시장에서 인텔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애플뿐만이 아니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용 AP 업체인 퀄컴도 PC용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인텔의 아성에 균열을 가하고 있다. 퀄컴이 내놓은 스냅드래곤 CPU 역시 ARM의 설계를 활용했다. 

특히 퀄컴은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쌓아온 제조사들과의 관계를 활용해 PC용 CPU 시장에 진출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작년 12월 스냅드래곤 CPU를 탑재한 ‘갤럭시북S’를 내놨다. 심지어 한때 인텔과 영혼의 파트너 같았던 마이크로소프트(MS, Microsoft)도 퀄컴의 CPU를 넣은 ‘서피스 프로X(Surface Pro X)’를 내놨다. 이를 위해 MS는 윈도10 OS를 스냅드래곤에 최적화하고, 소프트웨어 호환성도 높였다. 이를 통해 레노버(Lenovo), 델(Dell) 등 다른 PC 제조사들도 쉽게 퀄컴의 CPU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플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PC 업체들이 빠르게 CPU 독립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인텔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추고, 제조 밸류체인(Value Chain)을 수직화해 수익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작년 인텔의 CPU 생산 과정에 문제가 발생해 CPU 공급난이 발생했을 당시, 세계 PC 시장은 하락세를 기록했다. 수요는 충분히 있지만 CPU가 없어 PC 업체들이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CPU 독립을 이뤄낸다면 이같은 우려가 사라진다.

한편 인텔로부터의 탈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PC 산업은 부품을 조립, 제조하는 산업이지만 반도체 산업은 소자의 설계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통합적으로 설계·관리·제조해야 하는 산업이기 때문. 애플은 10년 이상 AP를 자체 설계하면서 역량을 쌓아왔지만, 다른 제조사들은 아직 애플의 길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자체 설계보다는 퀄컴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의 PC용 칩셋을 도입하면서 부품 수급 경로를 다각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코로나에도 예상 뛰어넘는 실적 보여준 반도체 대표 기업들…하반기 불안정성은 지속

한국, 미국, 대만의 대표 반도체 기업 모두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며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격근무, 원격교육 같은 IT 솔루션 적용이 확산되고, 재택 근무 장기화에 따른 PC 및 노트북 판매량 증가, 콘텐츠 소비로 인한 데이터 사용량 확대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좋았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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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분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특수로 2분기 매출 8조 6,065억 원, 영업이익 1조 9,467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3%, 영업이익은 205% 늘어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서버용 D램,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됐고, 여기에 주력 제품의 수율이 대폭 향상되면서 원가까지 절감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D램의 경우 모바일 시장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버와 그래픽용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은 2% 상승하고, 평균판매가격(ASP, Average Selling Price)은 15% 늘었다고 밝혔다. 낸드플래시 역시 SSD용 제품군이 급성장하면서 처음으로 전체 낸드플래시 중 SSD 비중이 50%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2분기 매출은 18조 2,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5조 4,3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0% 늘었다. 2분기 전체 이익의 67%가 반도체에서 나왔을 정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이 확산되고, 동영상, 게임 등 콘텐츠 사용량까지 늘어나면서 이에 따라 데이터 센터 수요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수익성이 좋아졌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실적 역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부문 실적도 선방했다. 스마트폰 수요 자체는 감소했지만 제조업체들의 부품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지속됨에 따라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수요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났기 때문.

해외 반도체 업체들 역시 좋은 2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2분기 매출 197억 달러(약 23조 5,868억 원), 영업이익 57억 달러(약 6조 8,246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23% 늘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부문(Data-Centric)의 매출이 34% 늘어나면서 실적 성장세를 견인했다. 여기에 PC 부문(PC-Centric)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나 실적 우려를 잠재웠다. 이를 통해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영업이익 1위 자리를 굳혔다.

세계 반도체 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오른 대만의 TSMC 역시 엄청난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TSMC는 올 2분기 매출 3,107억 대만 달러(달러 환산 시 103억 8,000만 달러, 약 12조 5,141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8.9%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TSMC는 서버 등 고성능 컴퓨팅 분야(HPC, High-performance computing)의 파운드리 실적이 12%나 성장하면서 실적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기존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제품군은 소폭 감소했지만, 이를 서버 등 데이터센터용 제품군 위탁생산에서 만회한 것. 게다가 TSMC는 고수익, 하이테크 제품군인 7나노 이하 반도체 위탁생산에서만 전체 매출의 36%를 기록하면서 시장 선도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하반기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존에 반도체 재고를 대거 쌓아두기 위해 주문을 늘렸던 서버, 스마트폰, PC업체들의 주문량이 하반기에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 실제로 7월 들어 D램 고정거래가격이 올 들어 처음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7월 D램 고정거래가(DDR4 8Gb기준)가 3.13달러로 전월 대비 5.4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미 D램 재고를 쌓을 만큼 쌓아둔 대형 고객들이 주문량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한다.

비메모리 시장은 향후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7나노 공정 개발 실패를 자인한 인텔이 시장 선도업체로서의 자리를 위협받는 한편, 반도체 아키텍처의 대표 기업인 ARM마저 매물로 시장에 등장하면서 향후 시장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하지만 위탁생산 분야에서 압도적 1위인 TSMC는 반도체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본 칼럼은 반도체/ICT에 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외부 전문가 칼럼으로, SK하이닉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테크 칼럼니스트 / 전 조선일보 기자

강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