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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캠퍼스 R2 분석실에 도착하자 장비 가동되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옆 사람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이곳에서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업무가 이뤄진다. 오늘의 주인공, 기술명장 김경진 기정(DRAM개발 개발Infra팀)은 현재 반도체 공정 초기 단계에서 웨이퍼의 Fail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는 WFBM(Wafer Fail Bitmap) 업무를 맡고 있다.

분석실 한쪽에 위치한 사무실, 김경진 기정의 책상 위에는 손때묻은 레이저 포인터와 펜 한 자루가 놓여있다. 평범해 보이는 두 물건은 그가 하이지니어로서, 기술명장으로서 성장하는 데 특별한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SK하이닉스 뉴스룸은 김경진 기정이 기술명장에 오르기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그가 개척해나갈 길에 대해서 들어봤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불량 Zero’ 반도체가 탄생한다

Untitled-1▲WT수율 분석에서 문제가 된 자재를 Chip의 어느 위치에 문제가 발생 하는 것인지 테스트하는 장치

웨이퍼가 메모리 칩으로 거듭나기까지는 수백 개의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불량을 줄이고 수율을 높이는 게 곧 반도체의 경쟁력.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기반이 되는 웨이퍼 단계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Fab에서 웨이퍼가 가공되어 나오면 WT(수율분석) 테스트를 통해 Major Fail을 찾는다. 그리고 Chip의 어느 위치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WFBM을 진행한다. WFBM을 통해 메모리 제품의 웨이퍼 단계에서 Fail의 유형을 분석해 문제를 야기한 공정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김경진 기정은 WFBM 모듈장으로서, WFBM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Test Program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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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WFBM Test Program 개발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저는 주니어 시절 Etch 공정과 이미지센서 조립 라인에서 Maintenance 업무를 담당했어요. 하지만 현장 밖으로 업무의 폭을 넓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SK하이닉스 사내대학 SKHU에서 Program 관련 학과를 이수하며 끊임없이 공부했어요. 각고의 노력 끝에 NAND Flash 테스트 프로그램 개발 작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며 설계분석 업무를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후 DRAM 분석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수행하게 된 그는 SK하이닉스 최초로 WFBM Solution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그리고 한 발짝 더 나아가 2016년부터 ‘Quick Test Director’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DRAM 분석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Text base의 C Program을 이용했다면, 이 툴은 Graphic User Interface를 기반으로 하여 그림을 그려 누구나 쉽게 개발할 수 있다. 현재 김경진 기정은 이 툴을 현업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SKHU 강의를 진행 중이다.

“싸인은 무겁게, 목표는 확실하게” 기술명장으로 이끈 그날의 조언

입사 이후 현재까지 Maintenance, Hardware, Interface, Program 등 다방면으로 쌓은 경험을 자양분 삼아 굵직한 성과들을 일궈낸 그는, 그 공을 인정받아 2018년 기술명장 2기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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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며 최선보다는 최고를 추구하는 업무 방식을 체득했습니다. 어떠한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목표를 설정할 때 굉장히 심사숙고하는 편이에요. 실현 가능성, 주변 인프라, 인력 구성 등 다방면으로 고민하죠. 그리고 한번 결정하면 그 길로 묵묵히 나아가는 것, 이것이 기술명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

뚜렷한 목표 의식과 그의 신중한 면모는 김경진 기정을 기술명장으로 이끈 소양이었다. 그리고 레이저 포인터와 펜 한 자루는 기술명장으로서 전환점에 선 김경진 TL에게 이정표가 되어준 상징적인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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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으로 진급할 당시 저희 형님께서 레이저 포인터와 펜 한 자루를 선물해주셨어요. ‘싸인은 무겁게, 목표는 확실히 하면 직장생활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도 함께 해주셨죠. 그 한 마디가 참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라고요. 지금까지도 그 조언을 잊지 않고 결정은 신중하게, 목표는 뚜렷이 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가리키는 곳이 곧 나의 방향성

기술명장 면접 당시 김경진 TL은 “반도체 핵심기술보다는 적정분석 기술에 힘쓰고, 이를 통해 제품 개발에 기여하겠다”며 스스로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적정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현업에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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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생기고 나서, 이를 해결하려고 하면 이미 늦은 겁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고 경쟁사는 저 멀리 가 있을 거예요. 기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래를 예측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적정분석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극한의 환경에서 동작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 중이다. 김경진 기정은 이를 위해 적합한 환경에서 웨이퍼를 테스트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밖에 필요한 적정분석기술을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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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메모리는 Refresh 동작이 필요 없고 고속 동작이 가능합니다. 양자컴퓨터에 활용되는 고성능 Device이죠. 얼마 전 양자컴퓨터 개발 성공 소식이 들려온 만큼, 머지않아 몇 년 후에 마켓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에 대비해 자체 개발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도 진행 중입니다”

그와 오랜 시간 함께 한 레이저 포인터에는 스크래치가 가득했고, 펜에 달린 탄생석은 떨어져 나간 지 오래다. 낡은 두 물건의 모습을 통해 그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며 기술명장으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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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세월의 흔적이 베어 있는 두 물건을 보며 ‘나도 낡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재의 SK하이닉스는 과도적인 상황이고, 더 큰 목표를 향해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밀레니얼 세대 후배들이 들어오고 있고요. 이러한 환경에 맞게 스스로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추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늘 고민합니다. 지금의 가장 큰 목표이기도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며 부지런히 달려온 25년. SK하이닉스와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마음만은 열혈 ”이라고 말하는 김경진 기정은, 기술명장이라는 타이틀에 자신을 맞추기 보다 ‘낡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