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 SK하이닉스는 64GB DDR4 세계 최초 인텔 인증을 획득하고 최근에는 주요 서버 고객에 납품하는 데 성공하며 업계 및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요. 이는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넘어 SK하이닉스의 서버용 제품군 경쟁력 강화는 물론, 뛰어난 기술 리더십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일이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렇다면 과연 64GB DDR4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탄생되었고 이를 개발해낸 주역들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64GB DDR4 세계 최초 인텔 인증 획득의 주역들을 함께 만나보시죠!
SK하이닉스 기술 리더십을 선점하다
"SK하이닉스, 차세대 고성능 모바일 D램 개발 성공, SK하이닉스, 기술리더십 강화로 미래 경쟁력 확보, SK하이닉스, 세계 최대 용량 DDR4 개발, 메모리 '최강자'...”
64GB DDR4 세계 최초 인텔 인증을 획득한 SK하이닉스에 대한 외부의 평가입니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최초'라는 깃발을 달고자 수많은 기업이 연구에 매진하며, 기업만의 고유 기술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싶어 할까요? 그 이유는 '기술 리더십'에 있습니다. '기술 리더십'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D램 반도체 시장은 어떨까요? DRAM 반도체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모바일 환경의 변화와 클라우드, 빅데이터, IOT 등의 등장으로 저전력, 하이스피드를 자랑하는 DDR4의 수요량이 증가하게 됐는데요. 고용량 모듈을 개발하는 것이 D램 시장의 기술 리더십 선점의 관건이 된 것이죠. SK하이닉스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와 빅데이터 분석 수요 확산에 따라 서버용 D램 채용량이 늘어날 것을 일찌감치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2012년부터 고용량 모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다가올 DDR4 고용량 모듈 시장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 결과 64GB DDR4로 '세계 최초 인증'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기술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결과를 이끌어낸 주역들은 누구일까요? 64GB DDR4 세계 최초 인텔 인증을 이끌어낸 NAND개발본부 NAND설계팀의 권기창 수석, 제품기술개발팀의 김은영 책임, 이미화 책임을 만나 당시의 생생한 개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DDR4란?
DDR4를 알기 위해서는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DRAM은 데이터를 짧은 시간 동안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PC, 스마트폰, 노트북 등 우리 생활 곳곳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DDR은 DRAM의 표준 규격으로 DDR1->2->3->4로 바뀔 때마다 데이터 처리 속도는 2배씩 증가하게 됩니다. DDR4는 이런 DRAM의 가장 최신 기술입니다.
빅데이터 시대 63GB DDR4 세계 최초 인텔 인증의 의미
▲ (좌측부터) 권기창 수석, 이미화 책임, 김은영 책임
Q. 바쁘실 텐데 이렇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권기창 수석 지금은 낸드 쪽으로 팀을 옮겼지만 당시 DRAM설계를 담당했던 권기창 수석입니다.
이미화 책임 안녕하세요. DRAM 기술본부 제품기술팀 이미화 책임입니다.
김은영 책임 DRAM 기술본부 제품기술팀 김은영 책임입니다.
Q. 64GB DDR4 고용량 모듈 제품 출시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인텔 인증을 받은 64GB DDR4를 언제부터, 어떠한 계기로 준비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권기창 수석 개발은 2012년 중반부터 시작되었어요. 2015년쯤 되면 고용량 모듈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고, 이런 시장 예측에 의해 64GB DDR4 개발에 착수한 것이죠. 최근에 개인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개인의 데이터를 빠르게 서버에 저장하기 위해서 D램은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서버에서 데이터를 꺼내 쓰려면 데이터 처리 시간이 빨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DDR4는 두 가지 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요. 빠르게 동작하는 하이스피드 그리고 저전력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제품의 특징 때문에 클라우드, 빅데이터가 흔하게 쓰이는 요즘 DDR4 고용량 모듈이 필요해진 것이죠.
Q. 시장을 내다보는 혜안 덕분에 64GB DDR4가 탄생하게 되었군요! 이렇게 뛰어난 제품이 최근 인텔 인증까지 세계 최초로 획득했다고 들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일인 것 같은데요.
이미화 책임 네, 말씀하신 대로 무척이나 뿌듯하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품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했다는 것이 뜻 깊게 다가오는데요. ‘제품을 먼저 개발해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고객이 ‘SK하이닉스의 제품을 먼저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고객은 인텔에서 인증 받은 결과를 참고해 더욱 신뢰성을 가지고 SK하이닉스 제품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죠. 저희가 64GB DDR4를 개발하기 전까지 이 제품을 채용한 시스템은 없었는데요. 개발을 선점해 시장에 먼저 내놓았기 때문에 많은 PC와 서버 역시 SK하이닉스 제품에 맞게 최적화되어 출시됩니다. SK하이닉스로서는 굉장히 경쟁력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나 다름 없죠.
Q. 그렇다면 SK하이닉스가 DDR4에서 기술 리더십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권기창 수석 기술적 리더십은 셀의 미세화를 얼마나 빨리 이루어내는지, 어떻게 제품화 시키는지가 관건인데요. 칩 사이즈를 줄이는 것과 셀 사이즈를 작게 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D램에서 셀 이외의 부분이 차지하는 사이즈가 45% 정도 되는데 이것을 줄이는 것이 노하우죠. 그렇게 해서 패드 사이즈를 줄이거나, 제어하는 회로를 줄이는 방법으로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현재 64GB는 인텔 인증을 받았고, 개발은 128GB까지 완료된 상태입니다. 경쟁사는 인텔에 32GB까지만 인증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기술적으로 한발 앞서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데요. 기술 리더십도 결국에는 누가 먼저 제품을 상용화하느냐에 대한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SK하이닉스는 바로 이 제품 상용화에 한 발짝 앞서 나간 것이라 할 수 있죠.
3년 장기 프로젝트, 희로애락의 순간
Q. 이 64GB DDR4 개발은 3년 동안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긴 시간만큼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권기창 수석 힘들었던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하하). 64GB D램 모듈에는 5,120억 개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이 들어갑니다.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5,120억 개의 모든 셀이 단 하나도 죽지 않고 제 기능을 해야 하는데요. 셀을 살리기 위해서는 역으로 어떤 상황에서 셀이 죽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셀을 살렸다 죽였다를 반복해야 하고요. 이러한 작업은 전압, 시간, 온도 등 셀이 죽을지도 모르는 가혹한 상황을 끊임없이 만들어 테스트하는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분명 같은 조건에서는 살았는데 그 다음날이 되면 갑자기 셀이 죽기도 하죠. 죽은 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이를 테스트해야 하는 부분이 좀 어려웠습니다.
이미화 책임 저는 내부승인을 받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아요. 고객사에 샘플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부에서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요. 내부 승인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이를 통과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품의 높은 완성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했죠.
Q.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탄생된 제품이군요. 오랜 시간과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긴 훌륭한 제품이지만, 인텔에서 인증 받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김은영 책임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으나, 오히려 인텔에서의 인증은 한번에 성사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까다로운 내부승인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어요. 인텔 못지 않게 깐깐하게 진행되는 내부승인을 통과한 샘플이라 단번에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권기창 수석 물론 고객사로 샘플이 납품되기까지 내부에서의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검증 시스템도 인텔 못지 않게 꼼꼼하거든요. 내부의 까다로운 사전검증을 통과한 샘플이라, 인텔의 인증 역시 한 번에 통과할 수 있었던 셈이죠.
Q. 이러한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던 반면, 기뻤던 순간도 분명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미화 책임 사내 검증시스템을 통과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특히, 168시간 동안 셀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죽은 셀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0ppm을 기록했을 때는 정말 짜릿했어요.
김은영 책임 이미화 책임과 비슷한데요. 인텔 인증보다 내부 검증시스템을 통과했을 때가 가장 기뻤던 거 같아요. 자체 인증을 통과함으로써 그동안의 노력들이 모두 인정을 받는 기분이었답니다.
세계의 기술을 리드하는 인재가 되기 위하여
Q. 이렇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D램 기술개발팀에서 필요로 하는 자질은 무엇일까요?
권기창 수석 먼저 목표 의식과 협업 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은 한 팀에 소속된 팀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어떠한 일이든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지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으니까요. 이는 D램 기술개발팀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자세인 것 같아요. 여기에 개발자로서의 논리적 사고와 전기전자의 이해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Q. 지금까지 많은 것들을 이뤄온 것만큼 앞으로의 목표 또한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줄 수 있으신지요.
권기창 수석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쪽 분야의 기술은 워낙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시장의 니즈를 따라가기가 어렵죠. 고인 물은 언젠가 썩게 마련이듯, 저 역시 항상 흐르는 물처럼 새로운 것을 찾아가고 탐구해가는 사람이고 싶어요. 자기계발에 충실한 사람, 기술의 변화에 늘 깨어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미화 책임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신기술 개발이나 기술의 진보 과정에 있어 반드시 자문을 구해야 하는 중요한 전문가로서 활약하고 싶어요. 향후 5년 안에는 그러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김은영 책임 제가 맡은 분야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후배들에게 ‘저 사람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 ‘저 사람과 함께라면 어려운 일도 금방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만큼 믿음직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개인적인 업무에도, 팀 내 파트너십 형성에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은 뛰어난 기술력이나 정보, 엄청난 자본 등에서 오는 것이 아닌,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일 텐데요. SK하이닉스의 64GB DDR4 세계 최초 인텔 인증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사람'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이들이 있기에 SK하이닉스의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이겠죠. 앞으로도 D램 시장을 선도해갈 이들의 행보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