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기술 역량에 집중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운영 중이다. 반도체 기술 분야의 DE(Distinguished Engineer)·HE(Honored Engineer), 장비 메인트(Maintenance, 유지보수) 기술 분야의 명장·마스터가 그것이다. 회사는 엔지니어에게 성장 동기를 부여하고, 정년 이후에도 엔지니어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이 제도로 구성원 자긍심을 고취하는 한편, 기술력 강화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25년에도 회사는 DE 13인과 HE 1인, 명장 5인과 마스터 2인을 선발하며 명맥을 이었다. 특히 올해는 1호 HE인 이희열 HE가 정년을 넘어 일하는 첫해인 만큼 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관련기사]. 뉴스룸은 신규 HE, 마스터로 선발된 김균형 HE, 권영대·신정일 마스터를 만나 선발 소감과 비전을 들어봤다.
“최고 기술 전문가 임명, 자부심과 책임감 느껴”
SK하이닉스의 HE와 마스터는 현장 지식을 후배에게 전수하고, 난제에 해법을 제시하는 기술 전문가를 일컫는다. 회사는 지난 2020년 HE를, 2022년 마스터 제도를 신설하며 전문가 트랙(Expert Track)을 체계화 했다. 최고의 기술 역량 및 경험을 갖춘 구성원을 대상으로 DE, 명장을 선발하고, 이 인재 풀(Pool)에서 최고 전문가인 HE, 마스터를 선발해 오고 있다.
HE, 마스터는 현장의 기술 고문(Advisor)이자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롤 모델(Role-Model) 역할을 해야 하기에 기술 역량, 평판, 임원진 심사 등 면밀한 리뷰 과정을 통해 선발하고 있다. 그만큼 높은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정년 후에도 연구·개발에 매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러한 영예를 안은 것에 대해 김균형 HE와 권영대·신정일 마스터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꿈이 현실로 다가와 영광입니다. 책임감도 커졌지만, 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HE 역할에 최선을 다해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의 모범적 선례를 남기겠습니다.” - 김균형 HE
“동료와 협업하며 성장한 노고를 인정받아 자부심이 큽니다. 지식 백서화와 노하우 전수를 완벽히 해내고,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는 마스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권영대 마스터
“제가 해온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역량 향상과 전수를 게을리하지 않고 마스터의 책임을 다하며 본보기가 되는 구성원으로 성장하겠습니다.” - 신정일 마스터
세 구성원은 앞으로도 각자의 역할을 이어가는 한편, HE·마스터로서 큰 그림을 그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김 HE는 “기술 로드맵 수립, 비즈니스 모델 발굴, 미래 기술 Pathfinding, 후배 양성에 정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 마스터는 “구성원과 머리를 맞대고 난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고유한 노하우를 문서화해 다음 세대 마스터를 육성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언급했다. 신 마스터는 “노광 장비 도메인(제조사 관련) 지식을 폭넓게 쌓아 신규 장비 조기 안정화를 이루고, 도메인 지식 및 프로그래밍 활용법을 전파하는 등 마스터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 쌓은 내공으로 혁신 성과 창출해”
김균형 HE, 권영대·신정일 마스터가 최고 커리어에 오른 배경에는 혁신 성과가 자리한다. 이들은 오랜 세월 내공을 쌓으며 성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 거장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며 대표 성과도 창출했다.
김균형 HE는 1992년 입사한 이래 33년 동안 모델링 연구에 매진했다. 물리학 전공인 그는 입사 후 물리적 수식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소자 특성을 분석하는 모델링에 매력을 느꼈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제품 성능과 일치했을 때 오는 성취감은 그를 더욱 빠져들게 했다.
“2014년, 소자 미세화로 모델링 정확도를 높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고유의 SPICE 모델*을 개발했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그 성취감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죠. 이 모델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김 HE는 전문 분야인 SPICE 모델링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경쟁사 대비 우수한 SPICE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역량 평가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 SPICE 모델: 특정 소자가 회로 내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 시뮬레이션하는 모델
권영대 마스터는 30여 년간 많은 기술 난제를 해결해 왔다. 해법을 찾았을 때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는 누구보다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미해결 문제를 풀었을 땐 마치 미제사건을 밝힌 듯한 성취감을 맛봤다고 그는 말했다. 대표 공적인 VHT Carbon 장비 국산화에서도 그의 역량은 빛을 발했다.
“난제가 1년 동안 풀리지 않아 프로젝트 실패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에 공정, 장비, 파트너사가 원팀으로 힘을 합쳤고, 매일 미팅하며 집요하게 해법을 모색했죠. 그 결과 난제 해결은 물론 기술력까지 인정받아 배타적 권리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장비경쟁력강화 TF에도 참여하며 명장 활동을 활발히 펼쳤고, 각종 관리 체계 구축 및 표준화 등에서 성과를 내며 마스터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신정일 마스터는 주니어 시절, 게임 개발까지 도전했을 만큼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수년에 걸쳐 C, C++, 파이썬 등 개발 언어를 독학으로 익혀 두었는데, 결국 이것이 마스터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노광 장비에서는 시간당 약 1GB 정도의 데이터가 나오며, 이를 분석하기 위해선 제조사 협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단계를 축소하고자 도메인 지식에 프로그래밍을 접목, 노광 장비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했죠. 덕분에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빠르게 분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분석 툴을 개발해 엔지니어의 업무 효율을 높인 신 마스터는 그 공로를 높이 평가받아 마스터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데이터 분석에 진심인 그는 지금도 세 개의 모니터를 통해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를 보고, 그 속에 숨은 메시지를 찾는 데 골몰한다. 그는 이러한 역량과 열정을 마스터 성장의 비결로 꼽았다.
“기술 역량은 기본, 뛰어난 평판으로 최고 자리 올라”
구루(Guru, 스승)로 활동한 세 구성원은 존경받는 선배로서 높은 평판을 얻기도 했다. HE·마스터 선발의 또 다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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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기술 전문가 임명식에서 구성원들의 축하를 받은 김균형 HE
특히 김 HE의 경우 동료 구성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임명식을 찾을 만큼 각별한 유대를 자랑했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격 없는 소통’의 키워드를 꺼냈다.
“새로운 커리어 패스의 길을 걷는 만큼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특히 팀 행사에 자주 참석해 격의 없이 어울리려 노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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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기술 전문가 임명식에서 구성원들의 축하를 받은 권영대 마스터(앞장), 신정일 마스터(뒷장)
권 마스터는 ‘솔선수범’과 ‘눈높이 소통’을 평판의 비결로 꼽았다. 그는 “조직의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해 솔선수범했고, 협업 때는 항상 수평적 자세로 의견을 경청했다”며 “동등한 눈높이로, 오직 데이터로만 소통하고자 관련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신 마스터는 ‘현장 경험’을 평판의 비결로 언급하며 “유지 보수 기술을 퀴즈로 쉽게 전수하고, 문제 발생 시 가장 먼저 나서서 소통하는 등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배울 것이 많은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기에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실력과 평판을 두루 갖춘 기술 전문가이자 구루로서 세 구성원은 각자가 꿈꾸는 비전도 공개했다.
“시뮬레이션 정합성 개선에 주력하고 노하우를 전파해 VWBE*한 후배를 육성할 것입니다. 또한, 기술 로드맵 수립 및 기술 혁신도 계속해서 해내겠습니다.” - 김균형 HE
“유종지미의 자세로 CVD 전문가로 성장함과 동시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파이(π)형 인재로 거듭나겠습니다. 지식 백서화는 물론 SKHU* 강의를 통한 노하우 전수도 꾸준히 진행하겠습니다.” - 권영대 마스터
“시대에 뒤처지지 않도록 개인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쌓은 역량을 후배 구성원에게 하나하나 꼼꼼하게 전수하는 스승이 되겠습니다.” - 신정일 마스터
* VWBE: SK그룹 경영철학으로, 자발적(Voluntarily)이고 의욕적(Willingly)인 두뇌 활용(Brain Engagement)을 의미함
* SKHU(SK hynix University): 대학 학제 체계를 갖춘 사내 교육 플랫폼
“정년 후에도 기술적 성취를 후대로 이을 것”
이번 인터뷰에서 김균형 HE, 권영대·신정일 마스터는 기술 전문가 커리어 패스에 대해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은 “기술 역량에 집중하여 성장하는 엔지니어·장비 기술 Maint 구성원에게 청사진을 마련해 주었다”고 입을 모으며 “이 제도가 기술 개발 및 전파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높아지는 기술 한계의 벽을 돌파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정년 이후에도 기술적 성취를 후대로 이을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특히 올해 정년을 앞둔 김균형 HE는 “정년 후에도 일할 기회가 주어져 뿌듯하다”며 “SK하이닉스가 모델링에서도 글로벌 No.1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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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세 구성원은 기술 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고 전했다.
“열정과 의지가 있다면 누구나 기술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더 넓은 시야, 더 깊은 안목을 갖고,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끈기 있게 도전하기 바랍니다.” - 김균형 HE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고,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를 하세요. 역량 개발을 꾸준히 하고 구성원들과 잘 소통하는 등 VWBE가 외부로 발현된 패기 있는 자세로 일하길 당부합니다.” - 권영대 마스터
“저는 프로그래밍 역량을 미리 키운 덕분에 마스터가 되었습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제 할 일을 꾸준히 하며,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길 바랍니다.” - 신정일 마스터
한편, 지난해 정년을 맞은 이희열 HE는 당사에서 처음으로 정년을 넘어 일하는 기술 전문가로서, 올해에도 HE로 근무하며 지속해서 기술 역량을 발휘하고, 후배들에게 기술 역량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멘토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SK하이닉스에는 구성원 성장 및 기술력의 기반이 되어주는 DE·HE, 명장·마스터가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희열·김균형 HE, 권영대·신정일 마스터는 앞으로도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는 마중물이자 최고 전문가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