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하드웨어 솔루션에 시너지를 더하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의 물리적 한계를 보완하고 사용성을 강화해 고객이 제품을 한층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최근 고객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복잡해지는 흐름으로 반도체 기업에게 소프트웨어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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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인사에서 Software Solution 조직을 맡게 된 주영표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CXL(Compute eXpress Link) 메모리에 연산 기능을 통합한 메모리 솔루션 CMS(Computational Memory Solution) 개발을 성공해낸 주역이다. CMS는 솔루션으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 관점에서의 가치까지 입증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SK하이닉스의 성장 저변 확대를 위한 키(Key)인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뉴스룸은 주영표 부사장과 함께 소프트웨어 연구 개발의 비전에 관해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고객관점에서 가치와 혁신을 만들며 새로운 판을 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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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L은 본격적인 변화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0여 년간 DRAM의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의 개발은 늘 화두였다. 하지만 CPU와 DRAM 중심으로 시스템 관련 기술이 고도화되다 보니 새로운 메모리 기술이 뿌리내릴 틈이 없었다. 주 부사장은 CXL이라는 새로운 인터커넥트(기기 간 연결) 기술의 출현이 바로 이러한 틈이 만들어진 ‘적기’였다고 말했다.

“CXL은 메모리뿐만 아니라 GPU, AI 가속기와 같은 다양한 솔루션을 탑재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메모리와 가속기를 하나로 합친 CXL-CMS를 SK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선보였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기술 변곡점이 온 현시점에 반도체 회사가 새로운 컨셉의 솔루션을 선보이는 동시에, 이를 활용하는 고객 응용 소프트웨어 사례까지 함께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과의 원동력은 한 시각에 매몰되지 않고 제품을 넘어 고객 관점으로까지 확장하여 고민한 ‘통합적 사고’에 있다. 주 부사장은 유연한 사고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사의 하드웨어에 고객 눈높이에 맞는 소프트웨어까지 더했을 때 제품의 가치가 더욱 상승한다”고 말했다.

CXL-CMS는 SKT와 협업을 통해 완성됐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 기술을 갖춘 SK하이닉스의 강점과 고객과의 접점이 넓고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SKT의 강점이 만나 만든 결실이다. 주 부사장은 앞으로도 상호 보완하며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MS 개발을 위해서는 고객 응용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연산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할지 아는 고객 인사이트가 필요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줄 식구가 있다는 것은 다른 경쟁사가 가질 수 없는 큰 장점이다. SKT와의 협업은 올해도 이어갈 계획이며, 더불어 SK그룹 내 ICT위원회 산하의 다른 관계사와 협업도 진행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소프트웨어 기술 경쟁력 강화로 메모리 솔루션에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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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부사장은 메모리 솔루션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우리의 하드웨어와 고객사의 니즈 사이에서 고민이 많은 일이지만, 결국은 모두에게 플러스가 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소프트웨어가 고객 응용과 자사 하드웨어 플랫폼 간의 ‘시너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주 부사장은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의 성공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관점에서의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 입장에서 새로운 컨셉의 메모리 솔루션을 채택하는 것은 리스크를 동반하는 일이다. 이를 넘어서려면 성능 및 비용 관점에서의 효용성은 기본이고, 기술의 지속성과 인터페이스의 통일성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SK하이닉스 역시 소프트웨어 표준화에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한 기술력 확보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겠다.”

이에 따라, 주 부사장은 올해 오픈소스 관련 활동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특정 표준화 협의체가 표준화를 주도하지 않는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이 존재하며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한다. 주 부사장은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올라탈 필요가 있다”며 “이런 표준을 회사가 이끌어 갈 수준이 될 때, 글로벌 고객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또한, 주 부사장은 선행 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다운턴 위기 극복 후 업턴을 위한 준비로 학계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강조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고급 인적자원 확보와 선행 기술 연구의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운턴이 찾아오면 R&D 관련 활동이 경색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후를 내다보고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학계와의 교류를 지속해야 한다. 우리 조직에서도 기존의 산학협력 형태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볼 계획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우수 인력의 지속적인 유입도 기대한다.”

고객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ICT생태계에서 영향력을 넓히는 데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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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부사장은 올해의 비전으로 ‘활발한 대외 교류’를 꼽았다. 메모리 솔루션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사용자인 고객의 니즈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 관점의 사고가 기술적 성장과 혁신으로 이어진다.

“우리 조직은 선행 기술을 연구하기 때문에 고객과의 접점이 크진 않다. 하지만 차세대 솔루션 개발 방향을 잡을 때는 무엇보다 미래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픈소스 활동이나 학계와의 교류에 대한 고민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출발했다. 올해는 다양한 활동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이들을 직접 만나보고 아이디어를 확장해 가려고 한다. 이를 통해 국내·외 ICT R&D 생태계 안에서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을 넓히고 나아가 더 큰 성장을 이루는 건강한 사이클을 만들고자 한다.”

주 부사장은 구성원들에게 기술적 관점에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의 보직은 연구직 전문 임원인 ‘연구위원(Fellow)’이다. 주 부사장은 해당 보직에 대해 “구성원 시절의 기술적인 경험과 디테일을 놓지 말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성원들이 경쟁력 있는 업무를 수행하여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도록, 함께 연구하는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돕겠다는 것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지속해 성장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불안감이 들게 마련이다. 리더로서 할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구성원들의 불안감을 도전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용기와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유연한 생각과 넓은 시야로 더욱 희망찬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2023년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