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40만 명의 과학·기술자들은 불굴의 협력으로 달 착륙 프로젝트인 ‘아폴로 11호 미션’을 성공시키고 우주 탐사의 길을 열었다. 2003년, 20여 개국 과학자들은 13년간 국경 없이 협업한 끝에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고 의료계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원팀으로 하나가 되었을 때, 인류는 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2025년, 인류는 또 다른 역사의 변곡을 예고하고 있다. AI를 중심으로 한 일상과 산업의 재편이다. [ONE TEAM SPIRIT] 마지막 편에서는 글로벌 AI 메모리 생태계를 조성해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주목하고, 하나된 힘으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본다.
미래 준비를 위한 대규모 투자, SK하이닉스의 Next Step
SK하이닉스의 미래 준비는 지난 42년에 걸쳐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3년 반도체 1공장을 시작으로 산업에 뛰어든 SK하이닉스는 수십 년간 대규모 투자로 팹(Fab)을 증설하며, 미래 기반을 쌓는 데 꾸준히 힘을 실어 왔다.
2004년 300mm 웨이퍼 팹인 이천 M10 완공에 이어, SK하이닉스는 2008년과 2012년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청주 M11, M12를 완공했다. 대규모 투자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회사는 총 46조 원을 투입해 2014년 이천 M14, 2018년 청주 M15, 2021년 이천 M16의 가동을 본격화하며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극대화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투자를 단행할 때마다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0mm 웨이퍼 팹을 300mm 팹(M10)으로 개조할 당시 회사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고, M14 준공 때는 공급 과잉과 업체 간 증설 경쟁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 내 형성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미래 준비’를 기치로 내걸며 승부수를 던졌는데,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생산력과 수익성 증대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M10은 장비 반입 3개월 만에 94.5%의 기록적 수율과 월 10만 장의 웨이퍼 생산이 가능한 핵심 거점이 되었고, M14는 고성능 D램 수요에 대한 적기 대응을 통해 이후 M15, M16으로 생산 역량이 확대되는 기반이 되었다.
SK하이닉스의 미래 준비는 이제 다음 스텝을 향하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 폭증에 대응하고, AI 반도체 생태계를 완성하고자 회사는 무려 145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그 일환으로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120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으며[관련기사], 2024년에는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에 5조 원을[관련기사], 청주 M15X에 20조 원을 투자한다고 차례로 발표했다[관련기사].
용인에서 인디애나까지, 원팀으로 이어지는 AI 반도체 생태계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한 핵심 가치로 ‘원팀 스피릿(One Team Spirit)’을 강조한다. 중심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부터 차세대 메모리 생산 거점인 청주 M15X, 미국 인디애나 패키징 공장까지 모든 프로젝트에는 원팀의 가치가 잘 구현돼 있다.
먼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함께 원팀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SK하이닉스의 의지가 엿보인다. 2027년 5월 1기 팹 준공을 앞둔 이곳에는 50여 개사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또 여기에는 실제 팹과 유사한 환경을 구축해 협력사들이 제품 품질 및 양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미니팹*도 들어선다[관련기사]. 이처럼 회사는 기술 개발부터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완벽한 원팀 시너지를 발휘해 혁신과 상생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청주 M15X에서도 원팀의 가치는 빛난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M15X를 통해 HBM을 비롯한 차세대 D램을 집중적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이천에서 청주로 D램 생산 캐파(Capacity, 생산능력)를 한 차원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특히 M15X는 현재 TSV* 캐파를 확장하고 있는 M15와 인접해 있어 HBM 생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천과 청주, 두 생산 거점의 원팀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한편, 원팀의 가치는 대한민국을 넘어 미국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시설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이곳은 2028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이며, 양산 제품은 차세대 HBM으로 결정됐다.
미국 인디애나를 거점으로 택한 이유는 인프라 때문이다. 미국은 AI 빅테크 고객이 집중된 국가인 데다 인디애나주에는 첨단 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가 위치해 있다. 글로벌 고객사, 현지 연구 기관, 파트너사와 원팀 시너지를 일으키기에 최적의 입지라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향후 SK하이닉스는 풍부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기반으로 협력을 펼치고,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며 맞춤형(Customized) 메모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고, 차세대 HBM 등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SK하이닉스는 이·청·용(이천·청주·용인) 삼각 축에서 미국 인디애나로 이어지는 AI 메모리 생태계 구축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각 거점에서 발현된 ‘원팀 스피릿’은 앞으로 AI 산업의 미래를 떠받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동력 삼아 ‘풀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Full Stack AI Memory Provider)’로서 AI 시대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인류에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