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한애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회사 설립 이래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이다. 이번 선임으로 회사는 이사회 중심경영체계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한편, 더 엄격한 관리·감독·평가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확대해, SK그룹이 목표로 하는 이사회 2.0의 기반을 다졌다. 이를 통해 회사는 급변하는 AI 산업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이사회의 질적 강화를 도모하고, AI 기업으로의 진화를 뒷받침할 본원적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뉴스룸은 한애라 의장을 만나 선임 소감과 이사회의 과제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한애라 의장 “무거운 책임감 느껴… 더 신중한 판단으로 경영진과 발맞춘다”
이사회는 기업의 효율적, 전략적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의사결정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수십 가지가 넘는 만큼 이사회는 다방면의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독립성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나아가, 투명성 높은 이사회 운영으로 주주의 신뢰를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경영의 핵심 축인 이사회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자, SK하이닉스는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을 꾸준히 이어왔다. 먼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경영 전반에 반영하고자 각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특히 특정 분야에 편중되지 않고, 여러 이해관계자를 대변하도록 경영, 재무회계, 금융, 법률, 반도체 기술, 사회 정책, 언론 등에서 경험이 많은 전문가로 이사회를 꾸렸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도 강화했다. 이로써 구조적으로 다양성, 독립성, 전문성, 투명성 등을 높이는 이사회 1.0의 과업을 달성했다.
2025년에는 여성 사외이사이자 법률 전문가를 의장으로 선임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사회 중심경영체계를 고도화할 채비를 마쳤다. 신임 의장은 기존 ‘의사 결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략 방향 설정∙사후 감독’이 강화된 이사회를 이끌게 된다. 그 주인공이 바로 한애라 의장이다.
한 의장은 법관, 변호사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조정인, 대한상사중재원 국제 중재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22년부터는 한국인공지능법학회 부회장에 부임해 AI 관련 법과 제도, 정책 대응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법과 AI에 능통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이사회에는 지난 2020년 합류했다. 6년 차 최선임 사외이사로 자리를 이어오기까지 한 의장은 주요 공급 계약, 기술 관련 법적 자문 등의 역할을 했다. 또한, 감사위원을 겸임하며 선진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감사 기능을 강화하는 데 법률 전문가로서 크게 기여했다.
한 의장은 이번 의장 선임에 대해 “그동안 SK하이닉스가 잘해온 만큼, 현재의 긍정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자는 의미가 담긴 듯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사업이 더 번창하도록 하고,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검토하는 것이 법률 전문가의 역할입니다. 이점을 생각하면 의장이 돼서 기쁘기도 하지만, 책임감 또한 무겁습니다.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더 신중하게 판단하며 경영진과 발맞춰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여성 법률가 의장, AI 리더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
SK하이닉스가 한애라 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배경에는 ‘AI 리더십 강화’라는 전략적 판단이 있다. AI 시대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견고한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법률적·지정학적 이슈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률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아울러 한 의장은 “이사회 독립성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가 사외이사 의장의 존재 여부이고, 여성 의장은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며 “이사회의 독립성, 다양성 강화를 위해서도 적합한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스로를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회사의 결정이 최선의 선택이 되도록 앞으로도 경영진과 함께 고민하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사회 2.0에서는 이사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기존 경영진 관리·감독, 안건 의사결정과 더불어 ▲중장기 전략 방향 설정 ▲경영진 의사결정 검토 ▲경영 활동 사후 평가 등으로 그 역할이 한층 확대되었죠. 이 속에서 저는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검증이 필요한 안건에 대해서는 수긍이 될 때까지 자료를 요구하고 확인하며 의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한 의장은 SK하이닉스에 필요한 미래 전략으로 ‘기술’을 최우선에 꼽으며, 의사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가치로 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HBM*입니다. 다른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 전략이 유효했죠. 앞선 기술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미래에도 중요합니다. 저 역시 이를 유념하며 늘 기술 중심의 의사결정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영진과 중장기 전략 방향 설정… 전략적 기술 투자로 AI 시대의 본원적 경쟁력 높일 것”
한편, 경영진과 함께 회사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이사회의 주요 역할이 되며, 한애라 의장에게 막중한 과제가 주어졌다. 한 의장은 앞서 언급한 ‘기술’에 방점을 두고 AI 시대에 대응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기술 전문가의 목소리가 경영에 잘 반영되고 있으며,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이 기조를 유지하며 ‘투자 및 개발 확대’와 ‘개발 속도 조절’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것이 HBM 이후의 차세대 메모리를 준비하는 전략이자, AI 시대의 본원적 경쟁력을 키우는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방향성을 갖고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전략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한 의장은 임원진 및 구성원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조직의 성장이 자신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Bigger Than Myself’라고 표현한다”며 “구성원 모두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회사와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혼자서 할 수 있는 성과는 한정적이지만 조직이 힘을 합치면 더욱 큰 성과를 낸다”며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의 원팀 스피릿(One Team Spirit)에 높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마지막으로 한 의장은 신임 의장으로서 각오를 밝혔다.
“AI로 인간 편의를 증진하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우리는 매일 미지의 영역으로 한 발짝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이 같은 여정에서, SK하이닉스가 필수 역할을 한다면 큰 보람이 될 것입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가 일상의 모든 기술과 혁신의 기반이 되는 세상이 오기를 고대하며, 이사회도 최고의사결정 기관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